다시 시작된 은행주 상승 랠리 언제까지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8. 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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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우리금융발 주주환원책 ‘굿’

은행주가 다시 들썩인다. 연초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로 집단 강세를 보이다 기대감이 꺼지며 주춤하던 은행주다.

2분기 들어 주가가 잠잠하던 상황에서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최근 주주환원책을 내놓으며 다시 분위기를 띄웠다. 나머지 금융지주도 비슷한 수준의 주주환원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며 하반기 은행주 랠리 지속 가능성이 점쳐진다.

밸류업 정책에 투자자 환호

4대 은행 주주환원 잇는다

7월 31일 기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은행 지수는 연초 이후 33% 상승하며 전체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4% 상승한 코스피지수는 물론, 고대역폭메모리(HBM) 열풍으로 강세를 이어온 KRX 반도체 지수 상승률(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KRX 은행 지수는 국내 은행 산업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기업은행·카카오뱅크·BNK금융지주·JB금융지주·DGB금융지주·제주은행 등 10종목이 해당한다.

특히 신한지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이 기간 신한지주는 약 49% 상승했다. 7월 29일에는 장중 6만4200원을 기록하며 지난 2007년 7월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이 투심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신한금융지주는 현재 5억900만주인 주식 수를 오는 2027년 말까지 4억5000만주까지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사용되는 금액만 3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와 함께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주주환원율 5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주식 수를 줄이면 시가총액과 배당총액이 유지될 경우 주당 가치와 배당이 높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우리금융지주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하며 투심 자극에 힘을 보탰다. 우리금융지주의 밸류업 추진 방향은 보통주 자본비율(CET-1)에 기반한 주주환원 역량 제고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CET-1 비율 0~11.5% 구간에서는 총주주환원율 0~30%, CET-1 비율 11.5~12.5% 구간에서는 총주주환원율 30~35%, CET-1 비율 12.5~13% 구간에서는 총주주환원율 35~40%, CET-1 비율 13% 이상일 때는 총주주환원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우리금융지주는 CET-1에 기반한 세분화된 주주환원율 계획을 제시했는데, 구간별로 자세히 공시함에 따라 주주환원율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는다.

시중은행의 우려 대비 양호한 실적도 주가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연초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추가 충당금 적립 등 각종 비용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5대 금융그룹이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그룹은 올 상반기 11조1069억원의 합계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10조8882억원)보다 2% 증가한 수치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은행을 중심으로 사상 최대인 25조원이 넘는 이자이익을 거둔 영향이다. 5대 시중은행이 거둔 올 상반기 이자이익은 21조6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0.2% 줄었지만,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6% 이상 증가했다. NH농협은행 역시 2.8% 이자이익이 늘었다.

그동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지나치게 낮게 형성돼 있었다는 점도 투심을 자극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 은행주 PBR은 0.42배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PBR 0.8배를 웃도는 일본은행주, PBR 1.2배 수준에서 형성된 미국은행주에 못 미치는 수치다.

국내은행주가 그동안 낮은 PBR을 적용받은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주주환원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금융지주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이 저평가 요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상반기 각종 비용 요인이 많아 우려가 있었으나 5대 금융그룹이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까지 겹치며 은행주 투심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보다 먼저 저PBR 개선 대책을 실시한 일본의 경우 은행주가 최근까지 상승세를 잇는 중”이라며 “국내 은행들이 주주환원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향후 주가 재평가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KB·하나 전망 긍정적

밸류업 일정 지연 없어야

증권가는 은행주가 하반기에도 랠리를 지속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오는 9월 밸류업 지수 선정과 10월 은행들의 본격적인 밸류업 공시가 이어지면 주가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4대 시중은행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 기조 역시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KB금융을 추천하는 전문가가 다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가 제시한 KB금융 목표주가는 평균 10만7556원이다. 7월 31일 종가(8만7900원) 대비 22%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주주환원정책 이상의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다변화된 이익 구조도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KB금융을 은행주 최선호주로 꼽으며 “KB금융은 업종 내 가장 높은 CET-1 비율을 보유 중”이라며 “자본비율 우위를 통한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 기조는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KB금융의 비은행 기여도는 올해 상반기 49%에 달한다”며 “다변화된 이익 구조를 통한 안정적인 실적 창출력을 보유했다는 점도 투자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지주도 전문가 추천을 받는다. 오는 4분기 하나금융지주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나금융지주도 하반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원론적인 내용이 아닌 실효성 있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중장기적으로 밸류업 수혜가 지속될 것이라며 은행주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 단, 몇 가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은행의 예대마진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악재로 꼽힌다. 또, 정치권의 협조가 필요한 세법개정안 시행이 무산되는 경우에도 은행주 주가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이후 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은행주 비중을 확대해도 괜찮다는 판단이다. 업종 내 PBR이 가장 높은 KB금융을 예로 들면, 중장기적으로 PBR 0.8배까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단기 주가 급등으로 투자자는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아질 수 있으나, 여전히 은행주는 기초체력(펀더멘털) 대비 낮은 주가라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배당에 자사주 매입·소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조언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1호 (2024.08.07~2024.08.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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