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시총 200조 ‘2030 비전’ 거창한데…
포스코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급감하는 등 장인화 회장의 ‘2030 비전’ 달성에 ‘노란불’이 켜졌다. ‘뉴 포스코’를 기치로 내건 ‘2030 비전’은 2030년까지 그룹 합산 매출과 시가총액, 영업이익을 지금보다 각각 2배, 3배, 4배 늘리는 게 뼈대다. 본업 철강 부문이 부진한 가운데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도 전기차 ‘캐즘’ 장기화로 수요 회복 여부가 불투명하다. 포스코는 강도 높은 원가 절감으로 본업 손익 통제력을 높이는 한편, 신사업 부문 설비투자(CAPEX)는 완급 조절에 나선다.
철강 영업이익 반 토막
최근 포스코홀딩스는 연결 기준 올 2분기 매출 18조5100억원, 영업이익 752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43% 감소했다. 다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29% 늘었다.
본업 철강 부문 부진이 뼈아프다. 올 2분기 포스코 철강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 감소한 15조4490억원, 영업이익은 51% 줄어 497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차전지 소재 부문은 전기차 캐즘 직격탄을 맞았다. 2차전지 소재 부문에선 올 2분기 매출 9470억원, 영업손실 280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퓨처엠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95% 급감했다.
포스코홀딩스 실적 부진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본업 철강 부문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역시 전방 산업 수요 둔화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무엇보다 중국 경기 부진은 철강업 최대 리스크로 지목된다. 중국은 전 세계 철강 시장 절반을 차지하는 ‘큰손’인 데다, 지리적으로도 한국과 가까워 교역 비중이 높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갖은 부양책을 내놓지만, 건설업 등 부동산 지표 회복은 요원하다. 안희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국내 역시 건설 경기 침체로 철강 내수가 부진했고 에너지, 물류, 인건비 등 생산원가 부담도 높다”며 “당분간 철강 소비 증가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진단한다.
철강 업황 최대 악재는 중국의 밀어내기 물량이다.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중국은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해 자국에서 남아도는 철강 제품을 저가에 전 세계로 밀어낸다. 부산항 등 국내 주요 항만에는 중국발 철강재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밀려들어 잔뜩 쌓여 있다는 게 철강업계 전언이다.
중국의 철강재 밀어내기는 지난해부터 본격화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873만t으로 전년(675만t)보다 29% 늘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확인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4월 중국의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수출 단가는 19% 하락했다.
특히, 선박을 건조할 때 쓰이는 후판은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으로 고사 직전 위기라고 철강업계는 입을 모은다. 후판은 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으로 열간 압연, 가속 냉각, 열처리 과정 등을 거쳐 생산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후판 수입 물량은 2021년 31만2000t, 2022년 59만9000t에 이어 지난해 112만t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전체 후판 수입 물량에서 중국산 비중은 32% → 38% → 56%로 높아졌다. 중국산 후판 가격은 국산보다 t당 10만~20만원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반덤핑 관세가 없어 중국이 무차별적으로 밀어내기에 나서고 있다.
신소재 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2차전지 부문은 당장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퓨처엠 고객사라 할 수 있는 LG에너지솔루션 등 셀 제조사는 공장 가동률 저하로 고정비 부담은 물론 달러 부채 급증에 따른 이자 부담까지 떠안아야 할 판이다. 특히 포스코퓨처엠 같은 양극재 기업은 셀 제조사와 달리,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혹독한 원감 절감으로 보릿고개를 버티는 것 외에는 달리 선택지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단기간 수요 회복 불투명
신소재 사업 다각화
사정이 이렇자 장인화 회장이 지난 7월 1일 ‘최고경영자(CEO) 타운홀 미팅’에서 밝힌 ‘포스코그룹 2030 비전’을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도 고개를 든다. 장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말 기준 126조원인 그룹 매출을 2030년 250조원으로 2배 늘리고, 영업이익은 3조9000억원에서 16조원으로 4배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눈길을 끈 대목은 시가총액이다. 그는 지난 6월 말 기준 70조원 수준인 그룹 시가총액을 200조원으로 3배 가까이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CEO가 공개적으로 주가 목표치를 공언하는 것은 우리 기업 풍토에서는 아직 낯설다.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손익 통제력을 확보했다는 가정 아래 일정 수준 주도권을 쥘 수 있지만 주가는 다르다. 주가는 실적의 함수로 평가되지만, 거시경제·투자 심리 등 변수가 워낙 많다. 업종과 목표치가 달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순 없지만, 과거 장동현 SK그룹 부회장의 경우 SK㈜ 주가 200만원 시대를 공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공염불이 됐다.
실적과 주가 측면에서 2030 비전 달성의 키는 포스코홀딩스와 신사업 정체성을 상징하는 포스코퓨처엠에 달렸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포스코홀딩스는 규모나 사업의 중요성, 지분 구조 등에 비춰 철강 회사 포스코 영향력이 크다.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포스코에서만 그룹 영업이익의 65%가 나온다. 포스코퓨처엠 역할도 막중하다. 포스코그룹 6개 상장사 가운데 이 두 곳 합산 시총이 전체의 75% 정도를 차지한다.
다만, 주가 측면에선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을 저평가로 보기는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포스코홀딩스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6배, 포스코퓨처엠 PER은 224배다. 통상 PER은 10배를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됐다고 판단한다. 시장에서는 이미 포스코홀딩스나 포스코퓨처엠이 고평가됐다고 본단 의미다.
결국 2030 비전 실현 여부는 본업 철강과 2차전지 소재 사업 부활에 달렸다.
현재로서는 본업은 물론 2차전지 소재 부문 역시 단기간 수요 회복을 낙관하기 힘들단 분석이 우세하다. 중국 내수 부진으로 과잉 생산된 철강 물량이 대거 수출 시장으로 쏟아져 포스코 입장에선 국내 판매 부진에 중국산 저가 공세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이태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부 감산으로 재고 축소가 확인되지만 중국 기업의 이윤이 플러스로 전환하면서 철강 제품 생산량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2차전지 부문도 단기간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단 분석이 다수다. 포스코퓨처엠 고객사인 셀 메이커가 확보한 수주 잔고 역시 ‘숫자’에 불과하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팽배하다. 올 들어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는 계약서상 배터리 최소 주문량을 지키기보다 위약금 성격이 짙은 보상금을 물어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수요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위약금을 내더라도 설비투자를 감축하겠다는 의지다.
이 같은 파고를 넘기 위해 포스코그룹은 신소재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낸다. 2차전지에만 의존하지 않고 그룹 기존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모빌리티와 탄소 저감뿐 아니라 항공·우주 등 미래 산업에서도 먹거리 발굴에 주력한다. 그룹 내 미래기술연구원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주도로 신소재 관련 연구에도 속도를 낸다. 신소재 부문 확장을 위해 인수합병(M&A)은 물론, 벤처기업에 투자해 초기 사업을 육성하는 방식도 검토한다. 사업 솎아내기도 지속한다. 적자가 지속되거나 투자 목적이 불분명한 사업은 과감히 쳐낸다. 계열사별 중복 사업은 통폐합을 거쳐 단순화한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1호 (2024.08.07~2024.08.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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