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4조 ‘삼바 매직’은 따놓은 당상?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8. 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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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 바이오 기업 규제 기대

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반기 매출액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었다. 선제적으로 확대한 캐파(생산능력)를 앞세워 대규모 계약을 잇달아 따낸 덕분이다. 상반기 누적 수주 실적은 약 2조5000억원. 지난해 연간 수주 금액의 70% 수준이다. 하반기 업황도 나쁘지 않다.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중국 바이오 기업 견제를 위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연내 통과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증권가는 연간 매출액 4조원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생물보안법 수혜 시작됐나

캐파 확장 → 수주 확대 선순환

올해 위탁개발생산(CDMO)업계 최대 키워드는 미국 생물보안법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중국 바이오 기업 견제 의지가 담겼다. 중국이 강세를 보인 CDMO 분야가 주 타깃이다. 세계 바이오텍 입장도 곤란해졌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영업을 이어가려면 중국 기업과 결별하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미국이 중국 바이오 기업 규제를 골자로 하는 생물보안법을 올해 안에 통과시킬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법안 통과 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중국 CDMO는 우시바이오로직스다. 시장점유율 10.2%로 글로벌 CDMO 시장 3위 업체인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미국에서 발생한다. 실적 직격탄이 불가피한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경쟁 CDMO 입장에선 기회다. 서근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미국 하원의장이 (생물보안법) 연내 통과를 약속하며 중국 CDMO 제재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반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수주 문의가 늘고 있다”며 “CDMO 사업 중장기 실적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미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중국 CDMO)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경쟁사의 공격적 투자와 신규 고객 유치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여러 고객사로부터 생산 관련 문의(Inquiry)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 반사이익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오텍 사이에서는 생물보안법 추진 소식이 전해진 올해 초부터 중국 기업 신뢰도가 뚝 떨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신규 수주는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하려는 현상이 감지된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이슈 브리핑에 따르면, 글로벌 전략 컨설팅 기업인 LEK는 지난 6월 바이오 제약 기업과 CRO(임상시험수탁) 등 73개 생명과학 관련 기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국 기업 신뢰도는 생물보안법 추진 이전과 비교해 최대 50%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벨기에 제약사 UCB와 3819억원 규모 증액 계약을 시작으로 글로벌 업체와 총 7건의 신규·증액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소재 제약사와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1조5637억원 계약을 맺었다.

비공개 실적 IR 자리에서도 관련 내용이 언급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물보안법 수혜 시작 여부 관련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면서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교보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양한 고객사의 위탁생산(CMO) 수주를 성공했고, 대규모 계약도 체결했다. 또 위탁개발(CDO) 문의도 2배 증가했다”면서도 “다만 이는 미국 생물보안법 영향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글로벌 CDMO 회사로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CDMO 중 유독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반사이익을 누리는 건 선제적으로 확장한 캐파(생산능력) 덕분이다. 설립 초기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전략은 ‘캐파 확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CDMO는 일종의 아웃소싱 산업이다. 반도체 파운드리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늘어난 캐파가 곧 경쟁력이 된다. 꾸준히 캐파를 늘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기준 전 세계 CDMO 캐파 1위로 우뚝 올라섰다. 지난해 6월 4공장을 완공하면서 현재 1·2·3·4공장 총합 60만4000리터 캐파를 확보했다. 2025년 4월 가동을 목표로 5공장도 건설 중인데 완공 시 78만4000리터의 캐파를 갖게 된다. 현재 진척률은 70% 정도다. 이에 더해 2027년까지 6공장을 짓고 2032년까지 8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다만 우려되는 대목은 남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시 중국 바이오 견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국중심주의적 의약품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지난 2020년 미국 내 제조된 필수의약품만 구매 가능한 ‘바이아메리칸’ 행정명령을 제정한 바 있다. 이 경우 국내보다는 미국 현지에 의약품 생산공장을 둔 CDMO가 생물보안법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미국에 공장이 없다. 지난 6월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외국 공장 인수를 검토했지만, 한국 공장 증설이 더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해외 증설 계획이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다만 관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 IR 자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해외 증설 전략이 후순위로 밀린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며 “해외 공장의 경우 신설보다는 인수가 유력한 만큼, 향후 상황을 살펴보며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바이오캠퍼스 조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효자 노릇 톡톡 ‘바이오에피스’

2Q 이익률 49%…모회사 앞질러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을 담당하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효자 노릇을 했다. 2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5299억원, 영업이익은 257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7.1%, 513.6% 늘어났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2952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2054억원)을 뛰어넘었다. 연이은 바이오시밀러 제품 허가에 따른 마일스톤(단계별 지급 수수료) 유입 효과다. 2분기 영업이익률만 놓고 보면 49%로 삼성바이오로직스(41%)를 앞섰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2분기에만 2205억원 규모 마일스톤을 수령했다. 바이엘의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SB15’가 미국에서,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SB17’이 미국과 유럽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덕분이다. 허가 승인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각 바이오시밀러 제품 파트너사인 바이오젠과 산도스의 마일스톤을 수령했다.

하반기 업황도 나쁘지 않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을 지지하는 모습이다. 박재경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의약품 경쟁을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촉진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합성의약품과 동일한 성분으로 구성된 의약품이고,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과 유사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의약품이다.

다만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의 ‘에버그린 전략’은 넘어서야 할 과제다. 특허 만료 이후를 대비해 다양한 유형의 개량 특허를 출원하는 형태다.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진입을 막기 위한 조치다. 법적 공방을 펼치는 경우도 늘었다. 지난해 12월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아일리아 특허 51개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오퓨비즈’ 출시를 중단하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했다. 지난 6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북부지방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즉각 항소통지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오퓨비즈 출시는 일단 멈춰 선 상태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회피가 불가능하므로, 미국 허가 신청 전 (가처분) 무효 또는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비침해)는 1심 판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1호 (2024.08.07~2024.08.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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