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글로’ 있기에…녹십자 반등의 시간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8. 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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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목표주가 줄줄이 상향

그간 GC녹십자(이하 녹십자)의 성장을 이끈 건 백신 등이다. 하지만 경쟁사의 저가 입찰 진입 등으로 지난 2년간 성장이 정체됐고 수익성은 악화했다. 증권가도 눈높이를 낮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직관적으로 증권가 목표주가 상향이 줄을 잇는다. 7월에만 유진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이 목표주가를 높였다. 녹십자가 새로운 성장 키워드를 확보했다는 분석에서다. 그 중심에 혈액제제 ‘알리글로’가 있다. 녹십자는 최근 알리글로 초도 물량 선적을 완료하고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등과 계약하는 등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에 나섰다.

수익성 개선 핵심 ‘알리글로’

하반기 美 매출 600억원 전망

알리글로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IVIG-SN) 10% 제제다. 선천성 면역결핍증으로 불리는 일차면역결핍증에 사용된다. 당초 녹십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노렸던 품목은 면역글로불린 5% 제품이다. 하지만 2016년 11월 FDA가 제조 공정 자료 보완을 지적했고 2017년 9월 추가 보완을 요청했다. 고배를 마신 녹십자는 2021년 전략을 수정했다. 면역글로불린 함량이 높은 IVIG-SN 10% 약물로 다시 도전한 것. 미국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에서 10% 함량 제품이 대세라는 점을 노렸다. 하지만 2022년 2월 FDA는 허가 연기를 통보했다.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녹십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FDA 현장실사를 받은 후 생물의약품 시판허가(BLA)를 다시 신청했고, 같은 해 12월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알리글로는 사실상 3수 끝에 미국 시장을 뚫어낸 결과물이다.

녹십자가 계속된 실패에도 도전을 이어간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120억달러(약 16조6000억원) 규모다. 환자 수와 이들의 투약 주기를 기반으로 계산한 수치다. 선천성 면역결핍증 환자는 미국 내 25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면역글로불린 제제를 투여해야 한다.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3~4주 주기다. 환자 수가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30년 200억달러(약 27조원) 시장으로 커질 전망이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진입한 기업은 많지 않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면역질환과 항암치료가 늘면서 면역글로불린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지만, 소수 제품만 판매되고 있다”며 “혈액제제 생산과 판매가 혈액 수급에 의존하고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녹십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내용이다. 현재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 선두 주자는 호주계 CSL베링과 일본 다케다제약 등의 제품이다. 알리글로가 나오면서 총 7가지 면역글로불린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 알리글로 실적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녹십자 내부에서는 올해 하반기 알리글로의 미국 매출을 5000만달러(약 690억원)로 내다본다. 증권가 예상치도 비슷한 수준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알리글로의 하반기 미국 매출을 6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달미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600억원을 예상한다. 상대적으로 보수적 매출 가이던스를 제시한 권해순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예상 매출을 400억원 정도로 본다”면서도 “다만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의 성장성과 시장 내 후발 주자 중 하나인 ADMA바이오로직스의 실적 성장세 등을 감안하면 긍정적 기대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면역글로불린 제품 매출이 대부분인 ADMA 연매출은 2020년 700억원대에서 2023년 30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일단 연령 제한 문제다. 알리글로는 FDA로부터 17세 이상 일차면역결핍증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를 받았다. 소아 환자 처방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알리글로의 적응증인 일차면역결핍증은 보통 20세 이전에 발병한다. 환자 절반이 소아로 알려졌다. 반면 다케다제약이나 CSL베링 등 경쟁사는 2세 이상 소아를 치료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녹십자도 소아 대상 임상 3상 시험에 착수했지만 결과는 아직이다. 2020년 시작한 임상시험은 당초 목표였던 지난해 11월을 이미 넘어섰다. 녹십자 측은 2026년 11월로 임상 종료 기간을 연장했다. 임상 3상 종료 후 적응증 확대로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서(BLA) 변경신청을 할 방침이다.

또 다른 과제는 제형 한계다. 알리글로는 정맥주사제뿐이다. 다케다제약, 그리폴스 등 경쟁사는 환자 상황에 맞춰 복부나 허벅지 등에 투여하는 피하주사 제형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도 포트폴리오에 있다. 특히 최근 의약업계에서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집에서 자가 투여할 수 있는 피하주사 제형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결이 시급하다. 실제 경쟁사 CSL베링이 환자 보호자 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0%가량이 피하주사 제형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피하주사 제형 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타임라인이 나오거나 개발을 시작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GC녹십자는 최근 알리글로 초도 물량 선적을 완료했다. (GC녹십자 제공)
해외 사업 中 → 美 재편 구도

상징성 짙은 GC차이나 매각

해외 사업 전략도 변화의 시간을 맞이했다. 녹십자그룹의 해외 시장 전략은 그간 중국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알리글로 출시와 함께 미국으로 무게 추를 옮기는 모양새다.

녹십자그룹은 오랜 기간 중국 시장에 공들여왔다. 1995년 중국 안후이성에 첫 현지법인 녹십자생물제품유한공사(GC차이나)를 설립한 게 시작이다. 하지만 지난 7월 17일 녹십자그룹 지주사 녹십자홀딩스(GC)는 3500억원 규모 GC홍콩법인 지분 전량을 중국 화륜제약그룹 자회사 CR보야바이오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녹십자그룹 중국 진출의 상징인 GC차이나 등 GC홍콩법인이 보유한 중국계 자회사 6곳의 지분도 모두 CR보야바이오에 넘긴다.

녹십자그룹은 매각 이유를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공시했다. 중국 사업은 최근 수익성 악화가 지속됐는데, 이를 근거로 사업을 정리한 것. GC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사업 핵심 법인 GC차이나는 최근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냈다. 순손실 규모는 2022년 58억원, 2023년 33억원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녹십자그룹 입장에선 굳이 현지법인을 운영하며 발생하는 손실을 감내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들었을 것”이라며 “알리글로 마케팅 비용 등을 지원해야 하는 GC는 당장 유동성 확보가 가능한 카드를 고민했을 텐데, 중국 법인 정리가 딱 맞아떨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일단 법인 매각 후에도 녹십자그룹은 중국 사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녹십자 오창공장에서 생산되는 혈액제제 ‘알부민’과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를 CR제약그룹을 통해 유통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지법인 체제에서 ‘파트너사’ 체제로 전환한 만큼 ‘주력 시장’ 이미지는 옅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미국 시장 공략은 힘이 더해질 전망이다. 홍콩·중국 법인 지분 매각으로 GC 유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 알리글로 마케팅 확대 등에 지원할 여력이 생긴 셈이다. GC 관계자는 이번 매각과 중국 수출 파트너십 등을 두고 “전략적 제휴를 통해 그동안 지속돼온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그룹 차원에서 재무적인 내실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며 “미국 시장과 함께 중국 시장에서도 글로벌 도약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1호 (2024.08.07~2024.08.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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