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났어?”…‘전기차 포비아’에 배터리사 전전긍긍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할 경우 전기차와 함께 배터리 판매량도 감소할 수 있고,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탈출도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화재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배터리가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배터리 업체들은 이미지 하락에 대한 걱정도 하고 있다.
지난 1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EQE 세단에 화재가 발생한 데 이어 6일엔 충남 금산 주차타워에서 기아 전기차 EV6에서도 불이 났다. EQE에 중국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Farasis)’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EV6에 SK온 배터리가 실린 것으로 알려지며 ’배터리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공포감은 커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배터리는 안전성 실험을 연구실이나 공장에서 하는 게 아니라 전기차를 출시한 뒤 소비자들이 실험하게 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화재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받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리튬이온 배터리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중국산이 아니더라도 어떤 배터리든 화재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화재 가능성이 낮은 전고체 배터리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상용화까진 아직 먼 얘기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현재 전기차 포비아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강조한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기차 화재가 많다고 볼 순 없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소방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차량 등록대수 1만대당 화재 건수는 내연기관차가 1.47건(2540만5000대 중 3736건)이고, 전기차는 1.32건으로 더 적다. 다만 화재 한 건당 재산피해액이 내연기관차는 869만원인 데 반해 전기차는 2033만원으로 두 배가 넘을 정도로 전기차 화재의 피해가 더 커 소비자들의 인상에 더 강하게 남는 것이다.
중국 배터리 점유율은 오르고, 한국은 내리고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 포비아 불식에 애쓰는 건 최근 전기차 캐즘으로 악화한 업황의 회복을 더 늦출 수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올 2분기 실적을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 영업이익 1953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58% 급감했다. SK온은 460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SDI만 영업이익 280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에 그쳐 선방했다.
여기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업체들과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7일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1~6월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12.9%로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4위 SK온은 5.5%→4.8%, 6위 삼성SDI는 4.7%→4.5%로 감소했다. 반면 1위인 중국 CATL은 35.7%에서 37.8%로 점유율이 더 올랐고, 2위 중국의 BYD는 15.8%로 같은 수치를 유지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올 하반기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중심으로 전기차 소비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SK온은 하반기 중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발생한 화재가 북미, 유럽 시장에까지 영향을 크게 주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언제 배터리 시장이 나아질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화재까지 연달아 발생하니 업계에 걱정이 크다”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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