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통위 대회의실 놓고 김태규 "기관 모독, 봉쇄하라"…野 “국회 모독”

김민정 2024. 8. 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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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소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의 'KBS 이사 및 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 불법성 검증'에서 의원들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4층 대회의실 앞에) ‘심판정(審判廷)’이란 현판을 붙이고, 기관장 외 누구도 함부로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 앉지 않게 봉쇄 조치하라”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은 7일 정부과천청사 집무실에 출근한 직후 직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고 한다. 전날(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대회의실에 앉아 진행한 방통위 현장 검증이 “기관 모독이었다”는 취지였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과방위원 10명은 6일 오전 정부 과천청사 방통위를 방문해 3시간 30분 동안 현장 검증을 벌였다. 지난달 31일 진행한 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의결의 불법성을 국회가 검증하겠다는 취지였다. 야당 의원들은 회의 속기록 등을 요구했고, 이에 방통위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4층 대회의실을 차지하고 앉은 데 대해 방통위 관계자들은 격분하고 있다. 이 공간은 합의제 독립기구인 방통위가 전체회의를 열어 심의·의결을 할 때 사용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과거엔 ‘심판정’이라고 불렸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당초 상황실에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야당 의원들이 강하게 요구해 대회의실을 개방하게 됐다”며 “특히 최 위원장은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방통위원장 자리에 앉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방통위와 과방위 행정실 협의로 자리가 마련된 것”이라며 “판사 출신 김 대행이 국회의 정상적인 현장 검증을 불성실한 태도와 폭력적인 행동으로 방해한 것이야말로 ‘국회 모독’”이라고 반박했다.

김 직무대행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직원들에게 야당 처사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며 “대회의실은 방통위의 주요 의결이 이뤄지는 ‘심판정’인 만큼, 기관장이나 상임위원회 외 누구도 함부로 점거할 수 없도록 현판을 걸고 배치를 손보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국회 과방위 여당 의원들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심판정을 점거하는 무리수를 범했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김 직무대행은 전날 현장 검증에서도 “마치 피감기관 청문 받듯 검증하는 건 안 된다” “질의 표현 대신 합의 표현을 써 달라” 등 민주당 공세에 또박또박 반박했다고 한다. 그가 9일로 예정된 과방위 청문회에 출석요구서 송달 시점을 이유로 불출석을 시사하자, 야당 위원들은 7일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2차 청문회 일정까지 잡았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오른쪽)과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을 비롯한 야당 과방위원들이 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참석한 가운데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 현장 검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을 거쳐 지난달 31일 방통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김 직무대행은 과거 판사 시절부터 보수 성향으로 이름을 알렸다. 현직 부장판사이던 2019년 5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입법을 SNS를 통해 비판했고, 2019년 7월에는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나라면 아마 최초 제1심과 제2심 판결(원고 패소)처럼 판단하였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 윤석열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인연이 없었지만, 법복을 벗은 뒤 윤 대통령 외곽 지지단체였던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에 이름을 올리면서 ‘친윤(親尹)’ 인사로 분류됐다.

그는 지난 5일엔 방통위원장 탄핵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을 직접 비판했다. “이번 탄핵이 고위공무원의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징치(懲治·징계해 다스림)하고 국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함인지, 아니면 국정 발목잡기와 정치적 분풀이를 위함인지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다. 또한 “기관장이 임명되고 채 이틀이 지나기도 전에 탄핵이 가결되는 희대의 촌극을 목도했다”며 “탄핵 희화화의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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