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금리 인상 자제" 시장 달랜 BOJ…닛케이·코스피 상승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어닥쳤던 공포심리가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일부 완화되고, 일본은행(BOJ)이 “당분간 금리 인상을 자제하겠다”며 시장을 달래면서다. 이제 시장은 향후 엔화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엔화 강세 현상이 촉발한 ‘엔 캐리 트레이드(값싼 엔화를 빌려 고금리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 자금 청산이 다시 증시 하락세를 자극할 수 있어서다.
7일(현지시간)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는 홋카이도 하코다테시에서 열린 금융경제 간담회에 참석해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BOJ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달 31일 BOJ가 단기 정책금리 인상에 나서자 엔화 가치가 급등했고(환율은 하락), 글로벌 금융시장에 흩어져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대규모로 청산되면서 증시 불안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당시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함께 시사하면서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자 이날 우치다 부총재는 "당분간은 현 수준에서 금융완화를 계속해갈 필요가 있다"며 시장을 달랬다.
우치다 부총재 발언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개장과 동시에 하락 출발했던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전장보다 1.2% 올라 장을 마쳤다. 오전 중 144엔대에서 거래되던 달러당 엔화 가치도 이날 한때 147엔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코스피도 전 거래일 대비 1.83%(46.26포인트) 상승한 2,568.41에 거래를 마쳤다.
일단 안도한 시장은 엔화 흐름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향후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추가 청산이 증시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슐리 렌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7월 초 이후 엔화 가치가 11% 급등한 반면 나스닥100 지수는 13% 하락했다”며 “이는 엔화 환율과 미 증시와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규모는 정확히 집계가 어렵다.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 거래와 달리 통화 거래는 추적이 어려워서다.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및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 등을 토대로 1990년대 이후 누적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규모가 20조 달러(약 2경75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현재 JP모건 등 월가 투자은행들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50~60%가량 청산됐다고 추정하고 있다. 미 투자은행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 전략가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해소되는 흐름이 지속되면 단기적으로 변동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엔화가 또다시 급격하게 강세로 돌아서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금리 인상 이후 주식시장 급락을 경험한 BOJ가 급격한 엔화 강세를 용인하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이날 우치다 부총재는 “주식 시장 변동성도 기업 활동과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BOJ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아직 쌓여 있는 상황에서 향후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보다 꼼꼼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빅 컷(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경우, 달러 약세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침체 우려는 며칠 사이 조금씩 완화되는 분위기다. 6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의 ‘GDP 나우’ 모델에 따르면, 미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연율 2.9%로 전망됐다. 지난 1일 2.5%에서 상향조정됐는데, 소비와 투자가 여전히 양호하다는 점 등이 반영됐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통신에 “경기침체는 없을 것”이라며 “증시 폭락도 최근 상승에 따른 건전한 조정”이라고 진단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다르면 ‘빅 컷’ 가능성은 63.5%로 전날(85%)에 비해 낮아진 상태다.
이날 미 뉴욕증시는 일제히 1%가량 반등하며 거래를 마쳤다. 특히 엔비디아(3.78%), 메타(3.86%) 등 일부 주요 대형 기술주가 3%대 상승률을 보이며 지수 반등을 이끌었다.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 대비 10.86포인트 떨어졌다. 전날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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