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 유출 정보 종착지는 北" 확인…관건은 '알고도 넘겼나' 규명

이유정 2024. 8. 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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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정보사령부 로고. 1990년에 창설돼 1999년 국방정보본부에 편입됐다.

기밀 유출 혐의로 구속된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소속 군무원 A씨가 중국 동포에게 넘긴 해외 첩보 요원들의 신상 정보를 이미 북한이 확보한 것으로 7일 나타났다. 다만 이와 별개로 A씨가 북한으로 넘어갈 것을 알면서도 정보를 유출했다는 고의성을 입증해야 간첩죄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는 막판 법률 검토에 집중하고 있다.

A씨에 대한 방첩사의 구속 수사 기한은 8일까지다. 이후엔 군 검찰이 사건을 넘겨 받게 된다. 법조계와 국회 국방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방첩사는 A씨가 중국 동포 등을 통해 '블랙 요원' 관련 신상 정보를 북측에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A씨가 1차로 중국 측에 정보를 넘겼다 하더라도 최종 종착지는 북한인 게 정황 상 명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수사 결과 A씨는 외부인의 접근이 제한된 정보사의 인트라넷(내부망)에서 블랙 요원들의 신상 자료를 빼내거나 평소 업무 중 확보한 자료를 별도로 수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해당 자료가 북 측에서 발견됐다.

앞서 정보사는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유관 기관의 통보로 A씨의 유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관련 서버 등에서 블랙 요원과 화이트 요원을 포함한 정보사 관계자들의 신상 자료가 발견됐고, 이를 역추적해 A씨를 혐의자로 특정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방첩사는 이를 근거로 A씨에게 이미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발부 받았다. 송치 때도 해당 혐의 적용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군형법상 간첩죄 혹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이와는 별개의 문제다. 군법 전문 홍승민 법무법인 담솔 대표변호사는 “간첩죄는 북한과의 연계성이 핵심”이라면서 "단순히 자료가 북측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넘어 피의자가 북한 공작원 등에게 이를 넘긴다는 인식 하에 이뤄졌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A씨의 범행 동기와 구체적인 유출 실행 과정을 재구성하는 게 관건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중적으로 관심이 워낙 높은 사안이다 보니 방첩사나 군 검찰 입장에선 무죄를 감수하고서라도 간첩죄 또는 국가보안법 위반죄를 적용해 기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면서 "결국 법 체계를 보완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일 없습니다” 말투에도 법원 ”北공작원 단정 못 해”


실제 현행 법 체계에서 간첩죄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법조계의 전반적인 인식이다. 앞서 2022년 육군 특전사 대위 B씨가 약 4800만원 상당 비트코인을 받고 북한 의심 세력에게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로그인 정보 등을 넘긴 사건에서도 국가보안법 혐의는 무죄가 나왔다. 군사기밀보호법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다.

B씨가 텔레그램으로 교신한 '보리스'는 “일 없습니다”와 같은 북한 말투를 썼다. 군 검찰은 이를 근거로 북한 정찰총국 산하 요원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의심 정황’만 있을 뿐 그를 “북한 공작원으로 단정할 직접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2018년 전직 정보사 공작팀장 황모씨가 중국 정보기관 등에 블랙 요원들의 신상 정보가 담긴 100여 건의 2·3급 군사 기밀을 넘겼을 때도 간첩죄를 적용하지 못 했다. 그에 대해서는 군형법상 일반 이적(利敵) 혐의만 인정돼 징역 4년 형에 그쳤다.

법원이 간첩죄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군무원과 군인에게 적용하는 군형법상 간첩죄는 ‘적(북한)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 ‘적의 간첩을 방조한 사람’ ‘군사상 기밀을 적에게 누설한 사람’ 등을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고 있다. 살인죄 양형 기준이 통상 징역 7년~10년(보통 동기)인 점을 고려하면 처벌 수위가 높은 편이다.

국가보안법은 ‘반국가단체(북한)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목적수행을 위해 한 행위’의 종류를 명확히 규정한다. 넘긴 자료를 기밀로 볼 수 있는지, 또 특정할 수 있는 북한 공작원이 관여했거나 지령·보고문 교환 등이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물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유동렬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최근 법원 판례의 추세는 북한 공작원과 연계 돼 금품 수수, 회합‧통신, 잠입‧탈출, 고무찬양, 편의 제공 등의 죄를 범한 자라도 어느 요건 하나가 충족되지 않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법 개정으로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보사는 정보 유출 뿐 아니라 지휘부의 하극상 사건까지 전례 없는 내홍을 겪고 겪고 있다. 일각에선 정보사령관에 대한 직무 배제 등 인사 조치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아직은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인사 조치를 거론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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