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속아 북송 재일교포, 진실규명 결정…北 더해 日 책임도 지적
"재일교포들은 '북한에 가면 이상 사회처럼 살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북송선을 탔지만 실상은 하늘과 땅 차이여서 눈앞이 깜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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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동안 9만여명 북송"
진실화해위는 이날 "북한 정권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는 북송사업을 통해 1959년부터 1984년까지 25년 동안 재일교포 총 9만 3340명을 북송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진실 규명 결정은 북송자 17명의 본인 혹은 후손이 진실 규명을 신청하면서 이뤄졌다. 진실화해위의 진실 규명 결정은 북송 재일교포에 대한 인권 유린이 있었다는 점에 대한 '진실이 이미 규명됐다'는 취지다.
진실화해위는 연구 용역 등을 통해 당시 작성된 공문서, 외교 전문, 관련 서적, 논문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북송자 대부분은 "차별 없고 일한 만큼 분배 받는다", "이상 사회처럼 살 수 있다", "북한이 일본보다 잘 살고 인권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조총련 선전을 믿고 북송선을 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사에 응한 한 진실규명 신청자는 "북한에 도착하니 북한의 실상이 조총련의 선전과는 하늘과 땅 차이여서 눈앞이 깜깜했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 조사에 따르면 북송자와 가족 대다수는 수도 평양이 아닌 양강도 혜산 등의 시골 지역에 배치됐고, 지역 내 이동을 감시당했다. 일본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요구하다가 군인들에 의해 끌려가 행방불명돼 5년 뒤 정신병자 수감 시설에서 목격된 한 소년의 사례도 조사 과정에서 수집됐다.
또 북송자들은 협동농장, 광산, 탄광의 노동자로 일해야 했다. '성분 조사'를 통해 적대 계층으로 분류돼 철저한 감시와 차별을 받았다는 사실도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탈북을 시도한 북송자들은 보위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아오지 탄광으로 추방되기도 했다. 또 북송자 가족이 아닌 상대와 결혼하려는 경우 상대 집안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는 등 각종 차별에 직면했다고 한다.
"日, 북송 의도적 지원"
진실화해위는 이날 북송 사건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책임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진실화해위는 "북송 사건의 일차적인 책임은 북한 정권과 조총련에 있다"면서도 "일본 정부와 일본 적십자사 또한 북송 사업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의도적으로 북송 사업을 지원하고 지속시켜 인권 침해를 용인했다"고 밝혔다. 또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역시 귀환 협정에 따른 북송 과정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준수 여부 관리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고, 북송사업의 중개자와 조언자로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냉전 시대에 이른바 자유 진영의 일원이라는 일본 정부와 일본 적십자사가 자국에 거주하는 재일교포 9만여명이 북한으로 가는 상황을 방치 수준이 아니라 조장까지 했던 건 일본으로서는 흑역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도 책임을 줄곧 부인하고 일본도 전혀 부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슈에 대해 진실화해위가 국가 기구로는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마지막으로 북송이 이뤄진 1984년까지 북송에 반대하며 외교적인 노력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북송을 저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을 향해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북송자의 생사 확인과 이동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또 유엔에는 북송 사업을 비롯해 북송자와 가족의 피해와 행방 등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고, 그 결과를 역사 기록에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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