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1200명 살해' 작전 설계자, 하마스 지도자 됐다

박형수 2024. 8. 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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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설계·주도한 ‘강경파’ 야히야 신와르(62)를 정치국 최고 지도자로 선출했다. 전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된 지 엿새만이다. 가자전쟁의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하마스에서 가장 강경한 인사가 최고위직에 오르자 외신들은 “분쟁이 한층 장기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6일(현지시간) 하마스는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신와르가 순교자 하니야의 뒤를 이어 정치 지도자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신와르의 선출에 정치국 지도자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전했다. 함단 대변인은 휴전 협상 대표단 역시 신와르가 관할하게 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피살된 하니냐의 후임으로 하마스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아 신와르가 하마스 최고지도자에 선출됐다. EPA=연합뉴스

"신와르 선출은 이스라엘에 대한 도전"


가자지구 칸-유니스의 난민촌에서 태어난 신와르는 1987년 하마스 창립 때부터 참여했으며 1989년 이스라엘 군인 등을 납치·살해하려 한 혐의로 붙잡혀 이스라엘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2년을 복역하고 포로 교환을 통해 풀려난 뒤 하마스 군사조직 책임자가 됐다.

2017년 하니야의 뒤를 이어 하마스의 가자지구 조직을 이끌어왔다.지난해 10월 7일 새벽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0명을 납치한 이른바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하마스 관계자는 신와르 선출에 대해 “이스라엘에 대한 도전 메시지”라고 BBC에 전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가자 전쟁의) 해결책에 열려 있는 유연한 인물인 하니야를 죽였다”면서 “이제 그들은 ‘가장 타협하지 않는 인물’이자 ‘가장 극단적인 하마스’인 신와르를 상대하게 됐다”고 전했다.

야히아 신와르(가운데)가 지난 2018년 가자 지구에서 열린 하마스 창립 31주년 기념 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AP통신은 “신와르는 이스라엘의 살생부 맨 윗줄에 적혀 있는 이름”이라며 “그가 (최고 지도자로) 선택된 것에 이스라엘은 자극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신와르는 베냐민 네타탸후 이스라엘 총리가 ‘걸어다니는 죽은 자’(dead man walking)라 부를 정도로 이스라엘의 1순위 제거 대상이다.

신와르의 최고지도자 선출 소식에 이스라엘은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하니야의 후임으로 테러리스트인 신와르를 임명한 건, 하루빨리 그를 제거하고 이 사악한 조직(하마스)을 지구상에서 없애야 한다는 또 다른 이유”라고 비판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 역시 “신와르에겐 오직 한 자리만 있다”며 “무함마드 데이프와 10·7 테러리스트들의 곁”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알카삼 여단 사령관인 데이프와 칸유니스 여단 사령관 라파 살라메 등 지난해 10월7일 기습을 주도한 하마스 군사조직 지위부를 잇따라 표적 살해했는데, 신와르 역시 이스라엘의 표적이란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신와르에 대해 현상금 40만 달러(약 5억5000만원)를 내걸고 그의 소재를 파악 중이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신와르의 행방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강경파인 신와르가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로 등극함에 따라, 가자전쟁의 휴전협상이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카타르에 거주하며 휴전협상에 유연성을 갖고 대응하던 하니야와 달리, 가자지구에서 은신 중인 신와르에겐 “카타르 협상장에서 추방하겠다”는 위협조차 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휴전의 희망이 어두워졌다”고 전했다. 또 신와르가 하마스 고위 간부 중 누구보다 이란에 밀착돼 있어 이스라엘과의 갈등이 장기화·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공격 때 인질로 끌려간 아기 아리엘의 5번째 생일을 기념해 제작된 티셔츠. 로이터=연합뉴스

美 "신와르, 휴전협상 타결 위해 노력해야"


하마스가 신와르를 주축으로 조직 정비에 들어간 가운데, ‘저항의 축’의 또 다른 일원인 헤즈볼라 등도 이스라엘과 공습을 주고받으며 군사적 충돌을 이어갔다. 이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에 로켓 30여 발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를 보복 공습해 헤즈볼라 전투원 6명을 사살했다. 또 이스라엘 전투기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상공을 낮게 날며 위협 비행을 했다. 미군은 이날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상으로 발사한 무인기(드론)와 미사일을 격추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전투가 계속되는 가운데,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AFP=연합뉴스

미국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신와르는 휴전 협상 타결과 관련해 주요 결정권자였고 지금도 그렇다”면서 신와르를 향해 휴전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가 계속 집중하려고 하는 것은 긴장 완화의 가능성”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우선순위는 우리의 안보를 수호하는 것이고, 중동의 긴장 완화를 위해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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