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먼데이 쇼크' 日, 금리 안 올린다…"현 수준 유지"
닛케이 오전 2% 상승, 엔/달러 환율 오름세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BOJ) 부총재가 7일 "금융 자본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원인으로 일본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지목되자 당국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신호를 시장에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우치다 부총재는 이날 홋카이도에서 열린 기업인 대상 강연에서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급격한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현재 수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금융시장이 불안정할 때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31일 BOJ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당국자의 첫 공식 발언이다.
그는 BOJ의 단기 정책금리 인상 배경에 대해선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다시 상승세로 변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며 "추가 금리 인상은 경제와 물가 목표치가 지속해서 달성된다는 조건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실질금리가 극히 낮은 수준에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경제 및 물가 전망치가 실현될 경우 그에 대응해 정책금리도 계속 올릴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우치다 부총재의 발언으로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해소되면서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2% 오른 채 오전 장을 마쳤다. 엔화 약세에 대한 기대감에 도요타자동차 등 수출주 등을 중심으로 주가가 올랐다. 이날 오전 10시경 달러당 144엔대 중반에서 거래되던 달러·엔 환율도 우치다 부총재 발언 이후 2.5엔가량 급등했다. 현재 147.63엔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앞서 도쿄증시는 지난 5일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1987년 10월의 '검은 월요일' 악몽을 재현했다. BOJ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미일 금리차가 빠르게 좁혀지며 막대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초래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우치다 부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미국 경제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고 일본 기업들의 수익성도 개선됐다"며 양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만큼 최근 일련의 시장 반응은 과도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스미토모 미쓰이 은행의 수석 외환 전략가 히로후미 스즈키는 "금융 시장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통화 정책 방향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시장에 안도감을 줄 것"이라며 "엔화 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가이타메닷컴 리서치 인스티튜트의 칸다 다쿠야 애널리스트는 "엔화 약세가 싫어 금리를 인상했던 BOJ가 이번엔 주가 하락이 싫어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비관론도 존재한다. 삭소 마켓의 통화 전략 책임자인 차루 차나나는 우치다의 발언을 두고 "당장 일본 주식 시장에 어느 정도 안정을 가져다줄 수는 있지만, 최근 하락세에 큰 촉매제가 됐던 미국의 경제 데이터와 경기 침체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메이지 야스다 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유이치 코다마는 "(우치다의) 발언을 근거로 연말 전에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BOJ가 연말 전에 금리를 0.5%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일본 재무성은 일본 정부와 BOJ가 지난 4월 엔화 가치 폭락을 막기 위해 5조9185억엔(약 56조원) 규모의 엔화를 매수하고 달러화를 매도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일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개입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지난 4월29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34년 만에 160엔선을 넘어선 뒤 4엔 넘게 급락한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시 일본 외환 당국이 급격한 엔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봤으나, 당국자는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면서 개입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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