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유누스, '총리 도피'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수장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84) 전 그라민은행 총재가 반정부 시위와 총리 사퇴로 혼란에 빠진 방글라데시 국정을 수습할 과도정부 수장을 맡게 됐다.
7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대통령 대변인실은 모함메드 샤하부딘 대통령이 군부, 반정부 시위 주도 대학생 지도자, 시민단체 대표들과 연 회의에서 유누스 전 총재를 과도 정부의 최고 고문에 임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BBC에 따르면 유누스는 "대학생들이 이 어려운 시기에 (나보고) 나서 달라는 요청을 어찌 거절하겠나"며 고문직 수락 의사를 밝혔다. 신병 치료 등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유누스는 8일 오후 방글라데시에 도착할 것이라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앞서 유누스는 6일 프랑스 매체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이 총탄에 맞섰고 (시위) 규모가 수천만 명에 달해 혁명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시위 지도자들을 구타하고 투옥해 학생들을 낙담시키고 분열시키려는 정부의 전술은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과도 정부가 의회를 해산한 가운데, 유누스는 헌법에 따라 90일 이내 실시하게 될 총선을 관리하게 된다. 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샤하부딘 대통령은 지난 1월 총선을 통해 구성된 제12대 의회를 해산하고 새 총선 실시를 위한 길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 유누스는 6일 이코노미스트 기고문에서 "(이번 시위로)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이 헛되지 않도록 하고 방글라데시에 민주주의, 번영, 통합의 황금기를 열도록 헌신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몇 달 안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실시되도록 임시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국가의 미래에 집중하는 새로운 세대의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학자이자 빈곤퇴치 운동가인 유누스는 빈곤층의 무담보 소액 대출을 위해 그라민은행을 설립한 공로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2007년 여당에 맞서는 정당을 만들려 했지만, 셰이크 하시나 당시 총리의 견제를 받고 실패했다.
유누스의 지지자들은 그가 하시나의 정치적 경쟁자로 여겨지면서 미움을 받아 각종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고 주장한다. 현재 유누스에게 걸려 있는 노동법 위반 등 190여개 혐의가 정치 탄압 때문에 씌워졌다는 게 유누스 측 주장이다.
"청년실업률 15.7%, 후손 공직 할당제에 분노"
이번 시위는 지난 6월 대법원이 독립전쟁 유공자 후손을 대상으로 공무원 채용 할당제를 부활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구직난에 시달리던 대학생들은 "특정인에게 차별적 혜택을 줄 수 있다"며 반발해 거리로 나섰다. 타임지는 "청년 실업률이 15.7%인 방글라데시에서 채용 할당제가 청년들의 분노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7일 BBC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지난 4일 하루에만 유혈충돌로 약 100명이 숨지고 5일에도 109명이 사망하는 등 총 4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위대가 총리의 탄핵을 외치고 군부도 동조하자 하시나 총리는 5일 총리직을 사퇴하고 인도로 도피했다. 그는 뉴델리 시내 안가로 피신했으며, 현재 망명을 위해 영국 정부와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영국 망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핀란드와 미국·러시아·벨라루스까지 선택지에 포함해 검토 중이라고 인도 매체들이 전했다.
하시나의 해외 도피 후 현 집권당인 아와미연맹(AL) 당원들이 국경을 통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갈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글라데시 국경수비대가 국경 수비 강화에 나섰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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