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183홈런 타자' 삼진으로 돌려세운 특급 신인, 왜 "시즌 완주가 목표"라고 했을까 [잠실 현장]

유준상 기자 2024. 8. 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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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초 두산 김택연이 역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잠실, 유준상 기자) 지난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는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참가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한국에서 경기를 치렀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 눈도장을 찍은 국내 선수가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김택연(두산 베어스)이었다. 김택연은 본 경기에 앞서 치러진 팀 코리아와 다저스의 스페셜 게임에서 팀 코리아 소속으로 경기에 출전했으며, ⅔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6회말 네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한 김택연은 선두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마주했다. 에르난데스는 올 시즌 24홈런을 포함해 빅리그 통산 183홈런을 때린 강타자로, 수준급 투수들도 다소 어려워하는 타자 중 한 명이다. 그러나 김택연은 5구 승부 끝에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채운 김택연은 후속타자 제임스 아웃맨과의 승부에서 3볼에 몰린 뒤 4구와 5구 스트라이크로 풀카운트를 만들었고, 6구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많은 팬들이 김택연의 구위에 깜짝 놀랐고,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후 김택연은 황준서(한화 이글스)에게 마운드를 넘겨주면서 자신의 임무를 마무리했다.

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스페셜 매치 팀 코리아와 LA 다저스의 경기, 6회말 팀 코리아 김택연이 역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적장도 인정했다. 경기 이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상대 팀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우완 투수 중 한 명이다. 우리 팀 제임스 아웃맨에게 (공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멋진 투구를 했다. 이름이 기억나진 않지만, 좋은 재능을 가진 선수"라며 김택연을 치켜세웠다.

좋은 흐름으로 시즌을 시작한 김택연은 3월 23일 창원NC파크에서 펼쳐진 NC 다이노스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구원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2실점으로 쓴맛을 봤다. 하지만 4월 8경기 9⅓이닝 2실점, 5월 13경기 13⅔이닝 5실점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6월(12경기 10⅔이닝)과 7월(9경기 10이닝)에는 각각 1점만 헌납하면서 실점을 최소화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이어 6일 LG전까지 두 차례나 '5아웃 세이브'를 소화했다. 등판 간격을 감안하더라도 프로 1년 차 투수에게 다소 버거울 수 있는 임무였다. 그러나 김택연은 씩씩하게 공을 던졌고, 자신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6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끝나고 취재진을 만난 김택연은 "프로와 아마추어는 정말 다른 것 같다. 데뷔 첫 시즌임에도 이튿날 경기를 위해 체력이나 그 이외의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는 걸 많이 느낀다. 체력적으로 크게 떨어지진 않았으나 아직 부족한 것도 있고, 구속이 올라갔다가 내려온 적도 몇 차례 있었기 때문에 확실히 (프로는) 어렵다는 걸 느낀다"고 밝혔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7회초 두산 김택연이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직접적인 경험은 물론이고 간접적인 경험도 놓치지 않으려는 김택연이다. 그는 틈이 날 때마다 메이저리그 경기를 시청하며 여러 투수들을 살피고 있다. 그는 "보통 메이저리그 경기가 새벽이나 아침 시간대에 많이 진행되기 때문에 하이라이트 같은 영상을 시청한다. 우완투수들을 다양하게 보는 것 같다. 하이라이트를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김택연은 7일 현재 47경기 49⅓이닝 2승 1패 4홀드 13세이브 평균자책점 2.01을 기록 중으로, 시즌 막바지까지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독주 체제로 신인왕 레이스를 끝낼 수 있다. 여기에 오는 11월 열리는 2024 WBSC(세계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대표팀 승선도 노려볼 만하다.

선수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김택연은 "당연히 시즌 전에는 신인왕을 목표로 세웠는데, 지금은 그런 목표보다는 다치지 않고 한 시즌을 완주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다 보면 (신인왕 같은) 것들은 그 이후의 문제인 만큼 몸 관리 등에 좀 더 신경 쓰려고 한다"며 "안 다쳐야 (대표팀에) 뽑히고,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며 "(대표팀에) 발탁된다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다치지 않고 끝까지 시즌을 치른 뒤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마무리를 맡게 됐을 때 두 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첫 번째 목표를 이뤘고, (20세이브를) 달성했을 때 기분이 좋고 뿌듯할 것 같다"면서도 "(20세이브를) 기록하진 못하더라도 시즌을 끝까지 완주하고 싶다. 팀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을 때를 기대하고 꿈꾼다"고 다짐했다.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초 1사 1,2루 두산 김택연이 역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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