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설마했던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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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사흘이나 세워뒀던 벤츠 전기자동차가 갑자기 연기를 내면서 폭발해 버렸다.
지하 주차장의 전기차 화재가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결국 출입구가 낮고, 주차 차량의 밀집도가 높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는 아무도 쉽게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일 수밖에 없다.
지하 주차장의 전기차 화재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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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 분리막 손상이 원인
분리막 강화 기술·소방대책 필요
인천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사흘이나 세워뒀던 벤츠 전기자동차가 갑자기 연기를 내면서 폭발해 버렸다. 새벽부터 8시간 20분이나 계속된 화재로 주민 2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차량 70여 대가 파손됐다. 지하 주차장의 전기·배관 시설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아파트 5개 동 480여 세대가 쑥대밭이 돼버렸다. 아파트의 구조적 손상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심각한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지하 주차장의 전기차 화재가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엄청난 양의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내뿜으면서 순식간에 번져버리는 전기차 화재의 특성 때문이다. 완벽하게 밀폐된 배터리의 구조 때문에 인공 수조(水槽) 이외에는 뾰족한 화재 진압 방법도 없다. 결국 출입구가 낮고, 주차 차량의 밀집도가 높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는 아무도 쉽게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일 수밖에 없다.
지하 주차장의 전기차 화재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작년에도 10건이나 발생했다. 지하 주차장의 전기차에 의한 위험은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전기차의 ‘친환경성’이 그런 위험을 외면하는 핑계가 될 수 없다. 기후 위기를 극복한다는 목적이 전기차의 위험을 막아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행히 올해부터 지하 4층 이하에 충전기 설치를 제한하는 규정이 새로 생겼다고 한다. 물론 지하 3층 이상의 주차장에 대한 안전 대책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
휴대폰·노트북컴퓨터·킥보드·전기자동차·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21세기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획기적인 신(新)기술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인 리튬을 화학적으로 안정화된 ‘이온’ 형태로 활용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지구상에서 25번째로 흔한 원소인 리튬은 ‘하얀 석유’나 ‘백색 황금’으로 대접을 받게 되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 충격, 배터리의 구조적 결함, 또는 과(過)충전으로 리튬 이온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분리막’이 손상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내부단속(斷續, internal short circuit)으로 과(過)전류가 흐르게 되면 많은 양의 열이 발생한다. 밀폐된 배터리에 액체 또는 젤(gel) 상태로 들어있는 전해질이 증발하면서 배터리가 폭발하고, 유독가스가 쏟아져 나온다. 많은 수의 배터리를 묶어놓은 ‘배터리팩’에서 발생한 화재가 ‘열폭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해질의 누출과 충격을 견뎌내기 위한 단단한 밀폐 구조가 화재 진압은 더욱 어렵게 만든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전기자동차·킥보드·ESS에서 주로 발생한다. 중저가 배터리의 품질도 문제이지만, 배터리의 관리 소홀이 더 심각한 원인일 수 있다. 특히 소규모 태양광·풍력 발전설비에 방치해두고 있는 ESS의 경우가 그렇다. 지난해에 전기차 화재가 72건이 발생한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전동 킥보드 화재도 2022년에 115건이나 발생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분리막을 더 튼튼하게 만드는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하고, 리튬이온 배터리를 더 철저하게 관리하도록 만드는 규제도 필요하다.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제한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철저한 소방 대책을 갖추지 않은 충전기는 지상으로 이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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