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전셋집 계약해요" 계약갱신청구 확 줄었다[부동산AtoZ]
갱신청구권 사용 비중 2022년 상반기 73.6%
2023년 상반기 35.9%→2024년 상반기 30.9%
전셋값 올려주고 기존 전셋집 사는 사람 많아져
#. 서울 동작구에 사는 한용백(가명) 씨는 지난 6월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고 전세 계약을 연장했다. 지난 2022년 6월 전세 7억5000만원으로 들어갔던 집을 4% 오른 전세 7억8000만원으로 재계약했다. 한 씨는 "집주인과 합의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안 쓰고 연장 계약했다"며 "앞으로 전세가가 더 오를 것에 대비해 계약갱신청구권을 2년 뒤 쓸 것"이라고 했다.
한 씨처럼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연장한 사례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하지 않은 가운데, 전셋값은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줄어"
6일 아시아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2022년 상반기~2024년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세 연장 계약 건수를 전수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건수는 6981건을 기록했다. 전체 전세 연장 계약 건 중 30.9%를 차지했다. 이미 한 번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서 청구권 없이 계약을 연장한 사례도 포함한 수치다.
연장한 계약 중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사례는 지난 2022년 상반기 73.6%를 기록한 뒤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는 35.9%였다.
전세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거주한 집에서 한 번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집주인은 전세로 준 집에서 실거주하는 경우 등이 아닌 이상 이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이때 계약 갱신 시 전세 보증금은 직전 보증금의 5% 이내로만 올릴 수 있다. 임차인이 기존 집에 4년 이상을 거주하면서 연장을 여러 번 했더라도 청구권을 사용한 적 없다면 이를 행사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약갱신청구권은 집값이 오를 때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전월세 상한제와 같이 쓰라고 도입됐다"며 "전셋값이 떨어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2021년 서울 전셋값은 크게 오르다가 2022년 상반기부터 떨어졌다. 그러다가 지난해 6월부터 전셋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다만 전세가가 오르더라도 직전 계약보다 5% 넘게 뛰지 않았을 수 있으므로 굳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기존 전셋집, 비싸게 주고라도 계속 살아… 이사비, 자녀 학업 등 영향"

계약갱신청구권 활용이 줄었지만, 재계약 건의 보증금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전세 보증금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계약을 연장한 사례는 올해 상반기 1만779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지난 2022년 상반기 8000건대에서 2000건 이상 늘어났다.
이 연구위원은 "전세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다음 연장 계약 시 전셋값이 크게 뛸 수 있다는 생각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안 썼을 가능성도 있다"며 "지금은 직전 전세가와 큰 차이가 없어 약간의 차액만 부담하고 나중에 시세가 올라갔을 때를 대비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아낄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지난해 5월 넷째 주부터 63주 연속 상승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아파트 착공, 입주 같은 공급 실적만 보더라도 과거보다 공급이 부족하다"며 "이 밖에도 금리 인하 기대감도 있어 전세가가 내려갈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전세가 상승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를 새로 구해 이사하면, 이사비와 중개비를 합해 최대 1000만원까지 예상하기도 한다"며 "연장 계약 시 전셋값이 얼마나 올라갔는지는 모두 다르겠지만 5000만원이 올랐다고 가정하면 연 3%~4% 금리에 대출 5000만원을 받을 때 이자가 연 150만~200만원이다. 차라리 이사하는 것보다 살던 집에 계속 머무르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전세는 실수요라 가격이 올라도 쉽사리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살던 집의 전세 시세가 올랐더라도 자녀 학군 문제로 인해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수요도 있다"고 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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