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올림픽 ‘여제’ ‘태극낭자’ 이제는 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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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에 활 자국이 있는데시술할 생각은 없나?" 지난 3일 2024 파리올림픽에서 임시현(한국체대)이 여자 양궁 3관왕에 오른 이후 한 공중파 방송사가 내보낸 임시현 선수와의 영상인터뷰 '챗터뷰'가 논란이 됐다.
이는 2020 도쿄올림픽 3관왕을 차지한 안산(광주은행)을 꺾었다는 뜻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를 소환해 만든 대결 구도가 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임시현, 백투백 3관왕'으로 제목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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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에 활 자국이 있는데…시술할 생각은 없나?” 지난 3일 2024 파리올림픽에서 임시현(한국체대)이 여자 양궁 3관왕에 오른 이후 한 공중파 방송사가 내보낸 임시현 선수와의 영상인터뷰 '챗터뷰'가 논란이 됐다. 방송사는 심지어 임 선수 턱에 난 자국을 영상 효과로 확대해 내보내기까지 했다. ‘여친짤(남자친구가 찍어준 것처럼 잘 나온 사진)은 누가 찍어주냐’는 질문도 곁들였다. 취재진은 턱에도 비슷한 상처가 있는 김우진, 이우석 등 남성 양궁 선수들에겐 활 자국 질문을 하지 않았다. 금메달을 가져다준 ‘영광의 상처’를 ‘흉터’로 치부한 태도도 문제가 됐다. 경기력과 상관없는 외모, 여성성을 부각하는 건 ‘성차별’이다.
유튜브 채널에 올린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 하이라이트 영상 섬네일(미리보기 이미지)에 ‘임시현, 안산 언니 보고 있나’라는 제목을 달고 내보낸 방송사도 있다. 이는 2020 도쿄올림픽 3관왕을 차지한 안산(광주은행)을 꺾었다는 뜻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를 소환해 만든 대결 구도가 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임시현, 백투백 3관왕'으로 제목을 바꿨다. 개막식 중계 도중 ‘페미니스트 10인’을 소개하며 ‘페미니즘’을 ‘자매애’로 번역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사회를 바꾸려는 노력을 ‘여성들만의 세계’로 축소한 ‘오번역’이란 지적이다.
올림픽 스포츠 중계에서 성차별 문제는 반복돼 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관 방송사인 올림픽방송서비스(OBS)는 파리 현지 올림픽 촬영 중계진에게 여성 선수와 남성 선수를 같은 방식으로 촬영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여성의 신체를 확대해 차별적 시선을 드러내지 말라는 취지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지침이 내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는 ‘성평등 올림픽’을 위한 보도지침을 발표했다. ‘남성 선수라면 하지 않을 질문을 준비하지 않았는지’ ‘여성 선수를 외모 중심으로 묘사하거나 외모를 평가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는지’ 등을 당부했다.
그런데도 낡은 관행은 반복됐다. 금지현(경기도청)의 공기소총 혼성 은메달 소식을 전하며 일부 언론은 ‘엄마 소총수’ ‘엄마 선수’ ‘최고의 엄마’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탁구 혼성 복식에서 동메달을 딴 신유빈(대한항공) 이름 앞엔 ‘삐약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경기 중 외치는 구호가 삐악거리는 소리와 비슷해 붙여졌지만, ‘귀엽고 앳된 외모’를 떠올리게 하는 말로 경기 성과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표현이다.
‘태극낭자’라는 표현은 올해도 등장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낭자’는 과거 ‘처녀’를 높여 이르던 말이다. 남성 양궁 선수에게 ‘태극도령’, ‘태극총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면서 여성에게 ‘낭자’라는 호칭을 붙이는 건 편향된 표현이다. ‘여궁’ ‘여궁사’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남궁’ ‘남궁사’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걸 비춰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제’는 ‘여자 황제’라는 뜻으로, 여성성이 드러나는 말이다.
여제, 태극낭자 표현 대신 ‘황제’, ‘태극전사’는 어떨까.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안세영(삼성생명)에게 줄곧 "배드민턴 ‘황제’"라고 한 배성재 SBS 캐스터의 중계는 돋보였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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