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미술
수술을 앞둔 환자들은 회복과정에서 닥칠지도 모를 어려운 상황을 가정하고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수술 전날 저녁에 꼭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계획합니다.
그토록 바라던 수술인데 불안한 마음이 들어 괴로워하기도 하고, 회복을 고대하는 마음만큼 걱정하기도 하는 등 알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준비합니다. 프로그램에서는 치료받을 수 있는 감사함을 함께 나눕니다.
미술을 통해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불안을 드러내면 불안한 마음을 스스로 다룰 수 있게 됩니다. 때때로 환자들은 치료 과정에 압도되면서 두려움과 불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데 편안한 공간에서 미술 치료사와 함께 작업하다보면 이런 마음을 겉으로 표현하면서 해소할 수 있게 됩니다.
작품을 만들 때는 부드럽거나 딱딱하거나 차갑거나 따뜻한 재료를 만지면서 창작 과정에만 몰두하게 됩니다. 이로써 ‘수술 후에 못 깨어나면 어떡하지?’, ‘항암 치료가 효과가 없으면 어떡하지?’란 생각을 하며 막연한 미래로 향해있는 오감을 현재로 돌아오게 만들어줍니다.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기도 합니다. 작품을 만들다보면 환자 개인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선택과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이때 주체성과 자율성을 얻게 됩니다. 삶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느끼거나 불안감에 압도된 환자들에게 특히 도움이 됩니다.
미술치료에 참여한 환자들은 심리적 이완 효과를 느껴 편안한 숙면을 취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작품을 창작하다보면 근육 긴장 및 심박수 상승 등 불안한 증상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미술치료는 암 환자분들의 정서적 측면과 신체적 측면을 모두 개선하는 총체적인 방법을 제공합니다.
미국 유명 대학에서 유학을 하다가 만난 남자와 신혼생활 중, 암 진단을 받은 한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급히 들어오고 나니 젊은 나이의 암 진단에 대한 충격, 어렵게 쌓았던 연구 경력 단절 등이 겹쳐 절망과 우울함을 크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미술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솔직한 감정을 숨김없이 풀어내고 어렵고 혼란스러운 감정들까지도 직면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셨습니다. 처음 환자를 만났을 때는 종양 크기가 너무 커 당장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항암 치료를 거듭하면서 크기가 줄어들어 마침내 수술하게 되었습니다.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기쁜 감정도 잠시 수술을 앞두게 되자 불안한 마음이 커졌습니다. 수술 전날 오후 병실에 찾아가자 아기처럼 울면서 무섭다는 말만 연신 내뱉었습니다. 곧바로 무서운 마음을 도화지에 안전하게 담아낼 수 있는 미술치료를 진행했습니다. 환자분께 수술이 끝나고 일반 병실로 내려왔을 때 어떤 그림을 그려 가면 좋은지 물었습니다. 환자분은 주저하는 기색 없이 ‘요리하는 주부’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셨습니다. 건강을 회복해 다시 미국에 돌아가면 남편과 함께 앉아 도란도란 저녁식사를 하는 행복한 가정을 잘 꾸려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그 환자분은 요리하는 주부 그림을 받은 뒤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었고 마침내 건강하게 회복해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수술 전날 미술치료에 참여한 환자분들께 수술이 끝난 후에 가장 보고 싶은 그림을 말씀해달라고 요청 드립니다. 환자분들은 수술 후 눈을 떴을 때 보고 싶은 한 장면을 저에게 그려 달라 부탁하십니다.
약속된 날, 약속된 장소로 환자가 원했던 그림을 그려 찾아갑니다. 2-3일 만에 만난 환자와 아주 뜨거운 인사를 나누며 불안이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무사히 통과한 것을 축하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환자분은 몸이 다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제가 선물한 그림을 바라보며 새로운 희망을 꿈꿉니다. 환자에게 선물하는 그림은 환자의 불안을 희망으로 바꿔주는 선물과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불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불안이라는 감정에만 몰입하지 말고 불안함이 느껴질 때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들으며 그 마음을 흘려보내세요.
여러분께서 아직 불안의 터널을 지나고 계시다면 어떤 그림을 보고 싶으신지 떠올려보세요.
제가 그 그림을 그려 불안의 터널 밖에서 언제든지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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