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카드사 콜센터 매년 약 500명 감소…상담원 해고 '위기'[뺑뺑이 AI콜센터]⑤
5월말 기준 1만명…5년 전 대비 19% 감소
연평균 469명 줄어든 셈
편집자주 - “(AI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누구나 한 번쯤은 이용할 일이 있는 콜센터, 언제나 상담원이 친절하게 전화를 받아 문제를 해결해 주던 금융회사의 콜센터가 어느샌가 금융소비자에게 불편한 곳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미완(未完)의 ‘인공지능(AI) 상담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오히려 금융소비자가 체감하는 문제해결 절차와 소요 시간은 지연되고만 있습니다. 은행·카드사 등 금융권이 콜센터의 인간 상담원을 AI 상담 서비스로 대체하면서 나타난 아이러니입니다. 이에 아시아경제는 금융소비자, 노동자 등 다양한 시선 아래서 금융회사 콜센터의 속사정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지난 5년간 국내 주요 카드사의 콜센터 상담 인력이 2300명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상담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AI가 고도화될수록 콜센터 상담 인력이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디지털에 취약한 금융소비자의 불편함을 더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아시아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금융감독원의 '콜센터 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비씨·하나)의 콜센터 상담원 수는 지난 5월 말 기준 1만9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전인 2019년 말 대비 2346명(19%)이 감소한 수치다. 단순 계산하면 2019년 말부터 지난 5월 말까지 매년 평균 469명꼴로 콜센터 상담원이 줄어든 셈이다.
사라지는 인간 상담원들
실제로 카드사의 콜센터 상담원 수는 지난해(1만258명)를 제외하고 2019년(1만2436명)→2020년(1만1033명)→2021년(1만408명)→2022년(1만132명) 등 매년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올해 5월까지 집계한 숫자만 1만90여명임을 고려하면 올해 말에는 1만명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KB국민카드의 지난 5월 말 기준 상담원 수는 1482명으로 2019년 대비 716명이 감소하면서 8개 카드사 중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KB금융그룹의 경우 챗봇을 비롯해 AI 금융비서 등에 전사적으로 역량을 쏟고 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 역시 상담원이 5년 전보다 674명이 줄었고, 삼성카드의 상담원 수는 346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롯데카드(184명)·하나카드(164명) ·우리카드(139명)·비씨카드(100명)·현대카드(23명)로 8개 카드사 모두 같은 기간 상담원 숫자가 감소했다.
중·장년층이 주요 고객인 은행들의 경우 카드사보다 덜한 분위기였지만 역시 상담원 숫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5대(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은행의 상담원 수는 지난 5월 말 기준 5209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말 대비 155명, 5년 전인 2019년 말 대비로는 229명 줄어든 수치다.
대량해고 위기…고령층 등 소비자 불편은 '가중'
금융권에서는 상담원을 AI로 대체하는 방안에 집중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 도급인력인 상담원과 관련된 노동 이슈에서 벗어나고, 장기적으로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관계자는 "AI를 도입하면서 상담 인력을 꽤 감축했다"며 "향후에도 AI에 수천억 단위의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AI에 추가적인 투자 비용을 투입했기 때문에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6개 콜센터 용역회사를 4개로 감축하면서, 소속된 상담원 240여명에게 해고 예고 통지서를 발송한 바 있다. AI 상담이 늘어서 콜센터의 콜(전화상담) 수가 줄었다는 이유였다. 다만 노조의 반발로 해고 노동자들이 고용 승계되며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이 사태를 계기로 콜센터 상담원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반순금 공공운수노조 KB국민은행콜센터 효성ITX지회장은 "해고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충원은 안 되고 있다"며 "AI로 인해 콜 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까다로운 콜들이 몰리면서 전문적인 상담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접점에 있는 상담원들의 경우 대부분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소속 외 근로자'이다 보니 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태다. 본지 취재 결과 일부 카드사의 경우 고용 등 논란이 될 요인을 없애기 위해 사업보고서 소속 외 근로자 집계에서도 콜센터 직원을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에서도 콜센터 직원 수는 공식적으로 집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상담원들이 줄어들면서 고령층을 비롯해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아시아경제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을 통해 지난달 12일부터 16일까지 전국 남녀(만19~69세) 500명에게 패널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9.4%가 AI 상담 서비스에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만족 이유로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복잡하고 어렵다고 답변한 사람도 34%에 달했다. 특히 60대의 경우 AI 서비스가 어렵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40%를 넘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AI로 대체되는 흐름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면서도 "금융사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차원에서도 고령층에 대한 포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고령 고객이 금융회사 고객센터를 이용할 때 AI 상담 외에도 일반상담원과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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