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크로 겸업' 등록된 플랫폼사 상당수…문제점은
소비자 안전 위한 결제대금 유용 가능성
구영배 대표 "판매대금 일부 인수 자금에 들어가"
겸업하는 플랫폼사 6개
계열사까지 넓히면 12개사
에스크로업, 허가 아닌 등록제·감독규정 부족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지연 사태와 관련해 티몬이 결제대금예치(에스크로)업을 영위하며 큐텐그룹이 소비자 거래 안전을 위한 자금마저 인수자금 등에 사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유통 플랫폼이나 오픈마켓 업체들도 티몬과 같이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과 더불어 에스크로업도 겸하는 경우가 많아 티몬과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티몬은 2016년 PG업뿐 아니라 에스크로업도 금융위원회에 등록했다. 에스크로는 판매자(플랫폼에 입점한 영세업체)와 소비자간 관계에서 소비자가 현금으로 대금을 결제할 때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소비자는 에스크로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에스크로업 사업자가 상품 대금을 자신들의 계좌로 입금하라고 소비자에게 요청한다. 입금이 확인되면 에스크로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상품을 배송해 줄 것을 판매자에게 통보한다. 상품 배송까지 확인이 되면 에스크로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구매승인을 요청한다. 에스크로 사업자는 소비자가 입금한 대금 중 에스크로 수수료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판매자에게 송금한다. 소비자가 상품에 하자가 있어서 반송을 신청하면, 에스크로 사업자는 보관했던 상품대금을 소비자에게 전액 환불한다.
플랫폼은 전자상거래법에서 판매자가 아닌 중개업자다. 따라서 전상법상 판매자에게 요구되는 의무인 에스크로 의무(에스크로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는 의무 등)가 플랫폼에는 없다. 그럼에도 티몬이 에스크로업을 등록한 이유는 소비자 거래안전을 위해 예치된 결제대금을 그룹 차원에서 전용하려는 목적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티몬은 큐텐그룹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으로부터 에스크로업 위탁을 받았다. 인터파크커머스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현금결제를 할 때 에스크로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그 결제대금을 티몬이 관리한다. 큐텐 그룹 시각에서 보면 에스크로 수수료를 벌면서 상품 배송부터 구매승인 기간 동안 현금도 보유할 수 있다. 큐텐의 또다른 계열사 위시플러스도 에스크로를 도입했는데 만약 이들의 에스크로 위탁사업을 티몬이 했다면, 위시플러스에서 에스크로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의 현금 또한 티몬으로 흘러가게 된다. 지난달 29일 인터파크커머스는 에스크로업 위탁을 티몬에서 다른 업체(KG이니시스 등)로 변경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여기에 2차 PG사 역할까지 했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려고 결제를 하면 1차 PG사를 거쳐 2차 PG사에 대금이 갔다가 입점업체들에게 돈이 최종적으로 돌아간다. 티몬·위메프는 입점업체 정산주기도 타 플랫폼에 비해 늦었기 때문에 판매자에게 돌아갈 정산대금도 오랫동안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
해당 자금들의 사용처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하지만 큐텐은 위시 인수 등 그룹사 업무에 자금을 대거나 자금 흐름이 막힌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에 이같은 자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지난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위시 인수 당시 자금에 판매대금이 포함되지 않았냐는 질의에 “위시 인수 금액이 400억원인데 이중 (판매대금이) 일부 포함됐다”고 밝혔다.
현행법 체계에선 다른 유통 플랫폼이나 오픈마켓 업체들이 티몬과 같이 PG업뿐 아니라 에스크로업 등록을 한 경우가 많다. 전자금융업 등록 및 말소현황을 보면 2007년부터 지난 1일까지 에스크로업에 등록한 회사는 42개사다. 이 중 티몬을 포함해 오픈마켓 영업을 하며 PG업과 에스크로업에 등록된 곳은(계열사가 오픈마켓인 경우까지 포함) 12개(G마켓·카카오·롯데멤버스·티몬·쿠팡페이·카카오페이·11번가·네이버파이낸셜·롯데쇼핑·인터파크트리플·쿠팡·당근페이)다. 에스크로업 자격증이 있다 하더라도 이들이 자신들 또는 계열사에 에스크로 서비스를 위탁했다곤 볼 수 없다. 하지만 티몬같이 제3자가 아닌 자신들 스스로에게 에스크로를 위탁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에스크로업은 PG업처럼 허가가 아닌 등록제다. 상법상 회사이면서 자본금 요건·인적 요건(전산 전문 인력 5인 이상 확보)·물적 요건(전산기기 마련 등) 등을 충족하면 금융감독원이 심사를 하고 금융위에 심사 결과를 통보한다. 결격 사유는 회사가 망하거나 채무변제를 하지 않거나, 금융법령 위반해 처벌을 받은 경우다. 자본금 요건은 10억원인데 분기별 전자금융거래액이 30억원 이하인 업체는 3억원만 있어도 에스크로업을 할 수 있다. 감독당국은 재무 건전성을 제외한 사항에 대해선 감독을 할 수 있는 규정이 없으며 이마저도 권고적 효력에 불과하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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