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 안 가리는 中 저가 공세… 국내 기업 70% ‘피해 영향권’

백재연 2024. 8. 7.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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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 업체 10곳 중 7곳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한 피해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완제품 재고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저가 재고떨이 물량 공세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 2228곳을 대상으로 지난 6월 3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27.6%는 중국 제품의 저가 수출로 인해 '실제 매출·수주 등에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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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제조업 2228곳 설문
이차전지 62% “경영 실적 영향”
中, 싼값에 유럽 풍력시장도 뚫어


국내 제조 업체 10곳 중 7곳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한 피해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완제품 재고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저가 재고떨이 물량 공세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여기에 중국이 단가를 최대한 낮춰 철옹성 같은 유럽 풍력 시장을 뚫으면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 2228곳을 대상으로 지난 6월 3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27.6%는 중국 제품의 저가 수출로 인해 ‘실제 매출·수주 등에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영향이 없으나 향후 피해 가능성이 있다’는 기업은 42.1%에 달했다.

중국 저가 공세 영향은 전 업종에서 나타난다. ‘이미 경영 실적에 영향이 있다’는 응답률은 이차전지(61.5%) 업종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섬유·의류(46.4%) 화장품(40.6%) 철강금속(35.2%)도 전 업종 평균(27.6%)보다 높았다.

이차전지 핵심 부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A사는 “우리는 관세, 품질·안전성 문제 때문에 중국산 원자재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경쟁사는 값싼 중국산 원자재를 들여와 가격을 내리고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며 “가격 인하를 위해 중국산 원자재를 쓰면 미국 시장을 포기해야 하는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철강 중소기업 B사는 “최근 다국적기업이 중국산 저가 제품의 사용을 승인해주는 추세여서 가격 경쟁에 뒤처지는 우리 제품이 잘 팔리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중국 내 완제품 재고 물량은 다시 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68%까지 떨어졌던 중국 완제품 재고율은 지난 6월 기준 4.67%까지 높아졌다. 2022년 4월에는 20.11%까지 치솟았었다.

중국의 저가 후려치기 전략은 유럽의 풍력터빈 시장에서도 통했다. 독일 해상풍력 업체 럭스카라는 지난달 중국 밍양스마트에너지(밍양)와 독일 북해의 해상풍력 프로젝트 관련 터빈 공급 우선순위 계약을 맺었다. 밍양은 2028년에 설치될 최대 18.5메가와트(㎿) 용량의 해상풍력터빈 16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중국산 풍력터빈의 유럽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유럽 경쟁사 대비 50% 싼 가격과 대금 결제 후불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해상풍력협회는 “중국 과잉 생산 물량의 역내 진입에 우려를 표한다”며 “독일 정부는 럭스카라의 결정에 대해 향후 자세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해상풍력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실적을 쌓고 우위를 점해야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다”며 “정부가 값싼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국산 제품의 프로젝트 수주 시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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