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의 에듀 서치] 강화되는 고교 서열화… 명문고 쏠림 막을 일반고 대책 필요
5등급제로 고교 내신 부담 완화
명문고, 수시·정시 준비 유리해져
공통과목 체제… 일반고 외면 우려
대학 진학의 첫 단추는 고교 진학입니다. 목표 대학에 들어가기 가장 유리한 학교를 선택하는 일이죠. 입시 명문 고교로 이름난 학교라도 무조건 유리하다 보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고교가 목표 달성에 유리할 것인가는 대입 제도에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고교 내신 산출방식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 변화 같은 사항입니다. 의대 증원이나 무전공 확대 등 모집단위 변화도 간과하기 어려운 변수입니다.
현재 중3에게는 고교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다수는 2학기 내내 고민하게 될 겁니다. ‘대입 레이스’ 돌입을 앞두고 내리는 첫 결정일 텐데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내년부터 역대급 변화가 예고돼 있기 때문입니다. 중2 이하 학생들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선배인 중3의 대입 결과가 나오기 전에 고교를 골라야 하니 안갯속인 건 마찬가지죠. 내년 이후 고교에 닥칠 변화를 짚어봤습니다.
먼저 내신 산출 방식의 변화입니다. 현재까지는 9등급으로 구분했습니다. 1등급은 상위 4%입니다. 내년부터 5등급 체계로 바뀌는데, 1등급은 상위 10%입니다. 내신 부담이 완화되는 것이죠. 고교 내신은 내신 등급 위주로 평가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은 물론 종합적인 잠재 역량을 들여다보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중요합니다.
내신 경쟁 완화는 공부 잘하는 학생 비율이 높은 입시 명문고에는 적지 않은 혜택입니다. 입시 명문고가 목표 대학 진학에 유리한 게 사실입니다. 면학 분위기도 좋고 비교과도 풍성합니다. 하나 걸림돌이 있었다면 공부 잘하는 아이들끼리 치열하게 내신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대입에서 고교 내신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점도 입시 명문고에는 호재입니다. 현재 중3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에서 고교 내신은 5등급으로 완화되지만 수능은 기존 9등급이 유지됩니다. 수능 영향력이 한층 커진 것이죠. 수시와 정시 둘 다 준비하기에 좋은 입시 명문고가 유리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수시 전형 확대 이후 대부분 일반고는 수시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는 입시 명문고 양성에 열을 올리는 모습입니다. 먼저 지난 정부에서 일반고로 전환키로 했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외고), 국제고는 기존의 지위를 유지해주기로 했습니다.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등은 70곳 정도로 계속 존재하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자율형 공립고(자공고)를 급격하게 늘리고 있습니다. 자공고는 현재까지 85곳 지정됐습니다. 선정을 기다리는 고교가 17곳이니 최대 102곳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자사고와 자공고 등에는 교육과정의 편성·운영에서 자율성이 주어집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최근 내년 고교에 적용하는 새 교육과정(2022 개정 교육과정) 변경안을 예고했습니다. 자사고와 자공고 등은 예술 교과처럼 대입과 거리가 있는 교과목의 수업량을 줄일 수 있는 재량권을 줬습니다. 고교 3년 동안 144시간 정도 됩니다. 이 학교들이 마음만 먹으면 대입에 유리한 수업을 더 많이 편성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죠. 고1은 공통과목 위주고, 고3 2학기는 정상 수업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144시간은 적은 시간이 아닙니다.
수능의 변화도 이 학교들에 불리해 보이지 않습니다. 2028학년도 수능에선 문·이과 구분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예컨대 수학은 문과 수학, 이과 수학이 따로 있지 않고 공통과목만 봅니다. 탐구도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함께 치르도록 했습니다. 외고와 국제고의 경우 문과라는 핸디캡이 사라지는 것이죠. 수능 성적에 따라 얼마든지 의대나 이공계 진학이 가능해졌습니다.
대다수 고교생이 다니는 일반고는 학생 수 감소와 맞물려 대입에서 더 불리해지는 상황입니다. 지역의 경우 더 심할 겁니다. 내년 전국 고교에 고교학점제가 도입됩니다. 고교생이 대학생처럼 진로와 적성에 따라 수업을 선택해 듣고 학점을 누적해 졸업하는 제도입니다. 학교가 학생에게 열어주는 수업 선택권의 차이가 학생부에서 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수도권의 큰 학교에선 개설되는 수업이 비수도권의 작은 학교에선 없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교육부의 해법은 시·도 단위로 만들어지는 온라인학교입니다. 개별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을 실시간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는 학교입니다. 기존 공동교육과정과 온라인 공동교육과정과 병행하면 작은 학교에서도 수업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교육부는 성적 산출 방식을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고교 내신은 상대평가입니다. 5등급으로 경쟁이 완화됐어도 결국 등수가 중요합니다. 온라인학교에는 여러 유형의 고교생이 모여들게 됩니다. 상대평가라면 압도적으로 유리한 학생이 있습니다. 예컨대 과학 수업에 과고 학생이 들어오거나 외국어 수업에 외고 학생이 들어오는 상황입니다. 이러면 평범한 일반고 학생이라면 수업에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절대평가로 하면 대입에서 무용지물이 되기에 십상입니다. 어떤 경우든 일반고 학생은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종합하면, 고교 서열 체제가 강화되는 흐름입니다. 전국 단위로도 지역 단위로도 말이죠. 많이 늘어난 의대 지역인재 전형은 지역의 극소수 입시 명문고들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입시 명문고 쏠림과 일반고 황폐화는 필연적으로 중학교 이하 사교육 수요를 끌어올릴 겁니다. 사교육이 저연령화되는 상황에서 ‘아이 좀 낳아달라’는 정부의 외침은 공허할 뿐입니다. 일반고가 학생·학부모로부터 외면받지 않을 대책이 필요한 타이밍 아닐까요.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해병대 훈련 덕”… 안세영 폭로에 체육회장 발언 재조명
- [단독] “배터리 불 확률 0.025%” 홍보 2달 만에 청라 화재
- 필리핀 보모 100명 입국… 이용료 최소 月 238만원
- “첫 돌 전 떠난 사진 속 아빠가 미소 짓네요” [인터뷰]
- 김학균 감독 “안세영, 협회와 법정 싸움 하겠단 것”
- ‘인구감소’ 중국, 반려동물 찾는 가구는 급증
- “꿈 포기 말길”… ‘한 팔 탁구’ 올림픽 투혼에 박수갈채
- 이용대 ‘도핑 논란’도 협회 실수 때문…안세영 저격에 재조명
- 마약에 취한 손님들… 진주 ‘베트남 노래방’ 잇단 적발
- ‘3관왕’ 임시현에 “활 자국 시술할 거냐”…인터뷰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