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인·정치인 전방위 통신 조회…검찰이 불신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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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적법” 해명에도 통신 비밀 침해 논란 확산
7개월 뒤 늑장 통보도 문제, 제도 개선 서두르길
검찰이 언론인과 야당 정치인 등의 통신 가입자 정보를 광범위하게 조회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와 야당은 “민간인 사찰”이라고 강력히 반발했지만 검찰은 “적법한 수사였다”고 반박했다. 언론단체와 야당은 이번 통신 정보 조회 대상이 3000명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확한 인원을 밝히지 않으면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검찰이 통신 정보를 조회한 시점은 지난 1월인데 이달 초에야 대상자에게 통신 조회 사실을 통보한 점도 문제다. 검찰 입장에서 법적 기한은 지켰다지만 7개월이나 늑장 통보할 사안이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헌법 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통신의 비밀이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사생활 보호의 근간이며 민주주의의 보루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범죄 수사라는 공익 차원에서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면 수사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통신 정보를 조회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는 반드시 필요한, 또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이번 통신 정보 조회는 검찰이 ‘대선 개입 여론조작 의혹’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성남시 대장동개발비리 의혹의 핵심인 김만배씨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엄청나게 복잡한 사건도 아닌데 검찰에 그 많은 언론인과 야당 정치인의 통신 정보가 꼭 필요했던 것인지 묻고 싶다.
논란이 커지자 검찰은 구체적인 통화 내역까지 확인한 건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사건 피의자나 핵심 참고인과 통화한 상대방을 알아보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통신 가입자 조회를 했다는 설명이다. 그렇더라도 통신 가입자의 이름·주민등록번호 등을 검찰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신의 비밀과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기자의 취재원 정보까지 검찰이 알게 된다면 취재 활동 위축과 언론 자유 침해도 우려된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원의 영장 없는 통신 자료 제공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제도 개선을 권고했었다.
정치권의 반응은 실망스럽다. 여당은 검찰을 감싸기에 급급한 반면, 야당은 “초대형 통신 사찰”이라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 부부와 국민의힘 의원들의 통신 자료를 조회했을 때와 정반대 모습이다. 공격과 수비가 바뀌었다고 논리가 달라지는 ‘내로남불’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비슷한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과도한 통신 조회에 대한 제도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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