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 심리만화경] 스마트폰을 사용했더니 기억력이 떨어졌다
아이에게 급하게 연락을 해야 했는데 핸드폰을 두고 왔다. 동료의 핸드폰을 빌려 전화번호를 누르려고 하던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이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미안하다, 사랑한다, 아들.)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꾸었다. 특히 내 머리로 하던 많은 업무가 이젠 스마트폰의 몫이다. 이젠 더 이상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다. 그냥 스마트폰에 ‘누구에게 전화 걸어줘’라 이야기하면 해결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틈만 나면 ‘피곤해’를 외치는 우리의 뇌로서는 전화번호 외우기와 같은 자질구레한 작업을 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구글 효과’라는 용어가 제안되었는데, 정보의 저장을 구글이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장비에 의존하는 경향을 말한다.
무엇이든지 쓰지 않으면 퇴화하는 법. 왠지 핸드폰에 대한 의존은 기억력을 감퇴시킬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정말 그럴까?
실제로 핸드폰 중독의 부정적 효과에 초점을 맞춘 국내 연구들은 핸드폰의 과도한 사용이 기억력을 감퇴시킨다고 보고했지만, 최근에 외국에서 진행된 연구들은 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핸드폰을 사용하면 중요한 정보는 핸드폰에 저장하고, 덜 중요한 정보는 스스로 기억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두 경우 모두에서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 참가자들에 비해 기억력이 더 좋았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정보를 디지털 기기에 저장하라고 했더니, 해당 내용에 대한 기억력은 감소했지만, 저장한 위치에 대한 기억력은 더 우수했다고 한다. 핸드폰을 잘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억력이 증진했다는 뜻이다.
과거를 살아온 우리의 시각으로는 핸드폰에 의존하는 경향이 위태롭게 보이겠지만, 우리의 뇌는 현재 상황에 맞게 잘 적응하며, 가장 좋은 성능을 발휘하도록 세팅되고 있다. 뇌는 변화에 잘 적응한다. 적응하지 못하는 건 과거의 방식에 집착하는 우리의 마음인가 보다.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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