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아의 행복한 가드닝] 뜨거워지는 정원에서
한여름 8월, 일본 홋카이도의 정원에선 이제 끝물인 라벤더 꽃 축제가 여전하다. 사실 이곳은 우리에게 눈 덮인 겨울 풍경으로 익숙한 곳이라 너무 추워서 라벤더가 월동을 할 리 없겠다 싶겠지만, 이면이 있다. 바로 눈이다. 엄청난 양의 눈이 겨울 내내 땅을 덮어, 영하 30도까지도 내려가는 극강의 추위 속에서 식물을 지켜주는 수호자 역할을 한다. 그래서 지중해 식물인 라벤더·로즈마리는 물론 일부 난대 식물까지도 자란다. 홋카이도는 1869년에서야 일본의 영토가 되었다. 그래서 일본의 전통문화보다는 전체 면적의 80%를 차지하는 산과 숲에 대한 생태 존중 사상이 아주 강하게 남아 있다. 천연의 거름이나 마찬가지인 화산재 흙엔 뭘 심어도 식물이 잘 자란다. 농작물은 물론 다양한 관상용 식물까지도 스스로 잘 자라니 그 풍요로움에 대한 감사가 종교와 문화로 뿌리를 내렸을 것이다.
사실 가든디자이너로서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우리의 도시에서 잊혀지고 내쫓아진 자연을 정원의 모습으로 다시 찾아오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방문한 정원들 속에서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요소를 찾는 기쁨은 참 크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두려움도 만만치 않다. 이곳의 가드너들이 전해주는 환경 변화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북위 40도가 넘는 곳이라 예년 같으면 한여름에도 선선했다는데, 올해는 계속 30도를 웃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지구 전체가 어느 곳 없이 이미 뜨거워지고 있다.
뜨거워진 홋카이도의 여름이긴 하지만, 늘어선 자작나무 아래 서 있으니 잎을 스친 바람이 서늘하게 땀을 식혀준다. 이 한 줄기 바람처럼 우리 도시의 뜨거움을 조금 더 늦추게 해줄 방법은 없을까. 한 가지 분명한 건 도시의 미세 온도를 재보면 식물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온도 차이가 3~4도는 족히 난다는 점이다. 그러니 우리를 위해, 우리의 후손을 위해 한 그루의 나무라도 심어야 하지 않을까.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절친과 딴살림 차린 아내…그에겐 "고통이자 매력"이었다 | 중앙일보
- 오은영 만난 '1200억대 수퍼리치'…이 남자 사기 혐의로 기소 | 중앙일보
- 티메프 쇼크가 다 까발렸다, '10% 할인쿠폰' 몰랐던 진실 | 중앙일보
- 보다 못한 김연경이 돈 냈다…다시 떠오른 '금메달 김치찌개' 사건 | 중앙일보
- "홍명보로 애들 잡히겠어?" 말 돈다…이천수, 축구협회 또 저격 | 중앙일보
- 안산, 임시현 금메달 축하했다가…"낄끼빠빠 좀" 악플 세례 | 중앙일보
- 여비서관 컵라면 내오자 "이 일 하고 싶나"…김동연 호통 논란 | 중앙일보
- 노출 심한 옷 입고 무단이탈…결국 선수촌서 퇴출된 미녀 선수 | 중앙일보
- '3관왕' 임시현 얼굴 활 자국에 "시술 생각 없어요?" 인터뷰 질문 논란 | 중앙일보
- 모두 메달 들었는데, 오상욱·도경동만 빈손…금메달은 어디에?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