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아의 행복한 가드닝] 뜨거워지는 정원에서

2024. 8. 7. 00: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경아 정원 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한여름 8월, 일본 홋카이도의 정원에선 이제 끝물인 라벤더 꽃 축제가 여전하다. 사실 이곳은 우리에게 눈 덮인 겨울 풍경으로 익숙한 곳이라 너무 추워서 라벤더가 월동을 할 리 없겠다 싶겠지만, 이면이 있다. 바로 눈이다. 엄청난 양의 눈이 겨울 내내 땅을 덮어, 영하 30도까지도 내려가는 극강의 추위 속에서 식물을 지켜주는 수호자 역할을 한다. 그래서 지중해 식물인 라벤더·로즈마리는 물론 일부 난대 식물까지도 자란다. 홋카이도는 1869년에서야 일본의 영토가 되었다. 그래서 일본의 전통문화보다는 전체 면적의 80%를 차지하는 산과 숲에 대한 생태 존중 사상이 아주 강하게 남아 있다. 천연의 거름이나 마찬가지인 화산재 흙엔 뭘 심어도 식물이 잘 자란다. 농작물은 물론 다양한 관상용 식물까지도 스스로 잘 자라니 그 풍요로움에 대한 감사가 종교와 문화로 뿌리를 내렸을 것이다.

사실 가든디자이너로서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우리의 도시에서 잊혀지고 내쫓아진 자연을 정원의 모습으로 다시 찾아오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방문한 정원들 속에서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요소를 찾는 기쁨은 참 크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두려움도 만만치 않다. 이곳의 가드너들이 전해주는 환경 변화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북위 40도가 넘는 곳이라 예년 같으면 한여름에도 선선했다는데, 올해는 계속 30도를 웃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지구 전체가 어느 곳 없이 이미 뜨거워지고 있다.

뜨거워진 홋카이도의 여름이긴 하지만, 늘어선 자작나무 아래 서 있으니 잎을 스친 바람이 서늘하게 땀을 식혀준다. 이 한 줄기 바람처럼 우리 도시의 뜨거움을 조금 더 늦추게 해줄 방법은 없을까. 한 가지 분명한 건 도시의 미세 온도를 재보면 식물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온도 차이가 3~4도는 족히 난다는 점이다. 그러니 우리를 위해, 우리의 후손을 위해 한 그루의 나무라도 심어야 하지 않을까.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