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시대…자영업자 '일자리 안정자금' 부활해야 [배훈천이 소리내다]

배훈천 2024. 8. 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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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을 넘어서면서 자영업자는 물론 근로자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자영업의 위기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55조원을 돌파했고, 폐업률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회사에 얽매여 자신의 사업을 꿈꾸던 직장인들이 부러워하던 자영업은 이제 전설이 되었다. 자영업의 위기는 2018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시작됐다. 2019년까지 2년 동안 29%나 인상된 최저임금은 자영업 생태계에 날아든 공룡 멸종의 운석과도 같았다. 이어진 코로나19 영업 제한은 자영업을 사실상 “아프니까 사장이다”라는 말의 동의어로 만들었다.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황당해 보이던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유행어가 마침내 현실이 됐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시급은 1만2036원에 달하며,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기준 월급은 209만6270원이 된다. 한편에서는 비빔밥 한 그릇도 못 사 먹는다고 불평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우리도 최저임금 받으며 일하고 싶다”며 한탄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최근 분쟁으로 화제가 된 백종원의 연돈볼카츠 점주의 월 수익을 살펴보자. 한 점주가 공개한 가맹 계약서에 따르면, 최대 월 매출은 1520만원, 최저 매출은 약 895만원이다. 이 점주는 월 900만원의 매출에 53만원의 수익을 얻는다고 한다. 그 유명한 백종원의 프랜차이즈조차 1억7000만원을 투자한 가맹점주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수익을 보장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최저임금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있다. 중위임금이란 주 30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의 임금을 가장 낮은 금액부터 가장 높은 금액까지 줄 세웠을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임금을 말한다. 한국은 지난해 이 비율이 60.9%로, 미국(27.4%), 일본(45.6%), 스페인(49.5%), 영국(58%)보다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에서도 최상위 수준에 속한다.

「 미국·일본보다 높은 최저임금
자영업, 최저임금 벌기 힘들어
미숙련 근로자 일자리도 위협

어떤 사람들은 “최저임금도 못 줄 형편이면 장사를 접고 최저임금 일자리를 찾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삶의 현장을 모르는 생각이다.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 이유는 ‘수입이 더 많을 것 같아서’(28.9%)보다 ‘자신의 사업을 경영하고 싶어서’(64.1%)가 더 많다. 임금근로자로 취업이 어려워서 창업한 경우도 5.4%에 해당한다. 노동능력과 생산성이 최저임금에 미달하지만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무리한 최저임금은 일할 권리를 빼앗는 제도적 폭력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또한 미국, 일본보다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은 취약 계층을 일터에서 내몰아 자조의 의지를 꺾고 사회적 부조의 대상으로 전락시켜 공공의 부담을 키운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1만원을 돌파한 최저임금 수준에서 고용을 포기하거나 해고를 고려하겠다는 자영업자의 비율이 57.8%에 이른다. 판매가격을 인상하겠다는 응답도 53.8%에 달했다.

정부는 지난달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경영부담완화, 성장촉진, 재기 지원의 3대 항목에 걸쳐 총 55개의 자영업 지원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다. 그중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으로는 “키오스크, 서빙 로봇 등 자동화 스마트 기술보급 지원 확대”가 유일하다. 노동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임금이 아니라 최저임금제도에 의해 강제된 인건비 부담이 자영업의 위기를 초래했음을 생각할 때 너무나 안일한 대책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자영업 대책은 산만할 뿐 아니라 자영업자를 동정의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불편하다. 배달료·임대료·전기료 지원이 대표적이다. 별다른 혜택을 받은 것도 없는데 자영업자들은 퍼주기라는 비난 앞에 주눅든다. 새출발기금을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늘려 소상공인의 채무를 면제해준다는 정책도 어떻게든 연체하지 않으면서 사업을 이어가는 자영업자들로서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뿐이다. OECD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이 자영업의 위기는 물론 미숙련 근로자와 취약 계층의 일자리를 담당하고 있는 자영업의 역할을 훼손했음을 인정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 대책이 바로 일자리 안정자금을 부활하는 것이다.

전국 소상공인엽합회 회원들이 지난달 2일 오후 최저임금위원회전원회의가 열리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구분적용 및 동결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일자리 안정자금 부활해 사람 쓸 수 있도록 해야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2018년 1월에 일자리 안정자금을 도입했다. 첫해에 190만원 미만 노동자를 고용한 영세 사업체에 1인당 월 13만원씩 지급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그 기준을 달리하다가 2022년 6월에 종료했다. 가장 규모가 컸던 2019년에는 83만 개 사업체에서 일하는 344만 명의 근로자를 지원했으며, 2조8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당시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이 워낙 커서 일자리 안정자금의 효과를 체감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영세사업체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고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의 고용 안정에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하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불가피하다면 주휴수당을 폐지해달라는 자영업계의 요구는 무시당했다. 그도 힘들다면 지역별·업종별 차등적용이라도 해달라는 요구 또한 거절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 안정자금의 재도입은 고용을 줄이고 업주와 가족의 근로시간을 늘리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활력이 될 것이다.

일자리 밖으로 밀려날 위기에 있는 미숙련 근로자의 고용유지에도 마중물이 될 것이다. 과거 5년간 일자리 안정자금에 사용된 총예산은 약 9조7000억원이었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자영업자 종합대책 중 하나인 새출발기금 확대에 들어갈 10조원에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일자리안정자금 부활의 체감효과는 자영업자 종합대책 55가지를 모두 합한 것보다 클 것이다.

배훈천 광주시민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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