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미 “할아버지 메달 따왔어요, 다음엔 금 따올게요”
“할아버지, 메달 따 왔어요. 다음에는 금메달 갖고 올게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개인전 은메달, 단체전 동메달을 딴 유도 대표팀 허미미(21·경북체육회) 선수가 6일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에 있는 한 묘소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
높게 솟은 묘비에는 ‘효의공 허석 의사 순국 기적비(孝義公許碩義士殉國紀蹟碑)’라고 적혀 있었다. 이곳은 허 선수의 현조부(5대조)인 허석(1857~1920) 의사 묘소였다. 허석 의사는 일제감정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렀던 독립투사다.
허 선수는 올림픽 일정을 끝내고 지난 5일 동료들과 귀국한 뒤 첫 일정으로 현조부를 찾았다. 허 선수는 파리 올림픽에서 따낸 은메달과 동메달을 현조부 기적비 앞에 바치면서 승전보를 알렸다. 허 선수는 “할아버지께 메달을 가장 먼저 보여드리고 싶었다. 할아버지가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단체복을 입고 묘소에 도착한 허 선수는 사람들의 요청에 일일이 함께 사진을 찍어줬다. 허 선수는 “행복해서 자꾸 웃음이 나온다”고 했다.
허 선수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유도를 배웠다. 중학교 때 전국구 선수로 성장해 일본 유도 최대 유망주로 꼽히기도 했다.
2021년 “태극마크를 달고 선수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그는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행을 택했다. 허 선수는 경북체육회에 선수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할아버지인 허무부씨가 허석 의사 증손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허미미는 2022년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단 뒤 국제대회마다 굵직한 성과를 냈다. 2024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여자 57㎏급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그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기대한 대로 결승에 진출했지만, 결승전에서 세계 1위 크리스티 데구치(캐나다)에게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졌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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