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자 벽에 겁 먹었다"… 그래도 빛난 한국 레슬러들의 투혼
세계의 벽을 체감했다. 올림픽 챔피언과 세계랭킹 1위를 만난 한국 레슬링 대표팀이 이틀 연속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이승찬(강원도체육회)은 6일(한국시간)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급(최중량급) 패자부활전에서 아민 미르자자데(이란)에 0-9 테크니컬 폴패를 당했다.
이승찬은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남자 그레코로만형 최중량급 간판이던 김민석(수원시청)을 꺾고 험난한 예선을 넘어 생애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전날 16강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4개나 딴 미하인 로페스(쿠바)에 0-7로 지며 패자부활전으로 향했다. 하지만 세계랭킹 1위인 미르자자데에게도 지고 말았다.
1피리어드 시작 1분18초 패시브로 1점을 내준 이승찬은 파테르에서 두 번 연속 옆굴리기를 허용해 4점을 더 빼앗겼다. 이후 스탠딩에서 2점을 빼앗긴 데 이어 다시 옆굴리기를 당해 9점째를 줬다. 그레코로만형 경기는 8점 이상 점수가 벌어지면 그대로 경기가 종료된다.
남자 그레코로만형 97㎏급 김승준(성신양회)도 16강전에서 아르투르 알렉사냔(아르메니아)에 0-9로 졌다. 세계랭킹 1위로 우승 후보인 알렉사냔과 만난 김승준은 1분18초 만에 패시브로 1점을 줬고, 파테르 이후 옆굴리기로 내리 8점을 줬다.
2패를 당하면서 이번 대회를 마친 이승찬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은 경기였다. 아쉽지만 냉정하게 내 실력이라고 받아들이고 묵묵하고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레슬링 부활을 위해 진취적인 도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찬은 "중량급은 한국에서 파트너를 찾기가 힘들다. 유망주 선수들이 올라와도 격차가 많이 난다. 사비를 들여서라도 외국에 혼자 가서 부딪혀 볼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올림픽이란 각오로 파리에 왔다"고 한 그는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김승준 역시 첫판 패배에 허탈해했다. 어렵게 출전권을 따냈지만 최강자의 벽을 느낀 그는 "딱 한국 레슬링의 현실인 것 같다. 약하니까 침체기다"라고 힘없이 말했다. 그는 "상대가 세계랭킹 1위여서 제가 겁먹고 들어갔고 제 몸 걱정을 많이 했다. 비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후년 아시안게임까지는 선수 생활을 생각하고 있다. 그때까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승준은 프랑스에 응원하러 온 가족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자아내 안타까움을 더했다. 아직 그에겐 기회가 있다. 알렉사냔이 준결승까지 진출하면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결정전에 나갈 수 있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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