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향한 ‘十年之計’…첫발을 떼다 [CEO LOUNGE]
초대 수장은 남기천 대표(60)다. 남 대표는 1989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에 입사해 런던법인장, 대체투자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대우증권과 미래에셋 합병 후에는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를 지내다 지난해 우리자산운용 대표로 선임돼 우리금융에 합류했다. 지난 3월부터는 우리종금 대표를 지냈다.
대우증권 출신 남 대표가 조타수를 쥐며 옛 대우증권 출신이 대거 합류했다. 남 대표는 증권업계 1위였던 대우증권 인재들을 영입해 과거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양완규 IB부문 부사장, 박기웅 S&T부문 부사장, 박현주 캐피탈마켓(CM)본부장, 이형락 대체투자본부장(이상 전무), 김범규 디지털본부장, 홍순만 HR본부장, 김진수 경영기획본부장 등이 대표적인 미래에셋증권 출신이다.
IB부문 총괄인 양완규 부사장은 미래에셋증권 대체투자금융부문 대표를 맡다 자리를 옮겼다. 2020년 미래에셋증권에서 상여금 명목으로 지급한 자사주를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도 유명했다. 박현주 본부장은 미래에셋증권 기업금융1본부장 출신이다. 주식자본시장(ECM)부문과 함께 전통 IB 영역으로 분류되는 DCM(채권발행시장)부문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미래에셋증권 인사 파트에서 맏형으로 불렸던 홍순만 본부장도 자리를 옮겼다. 옛 대우증권 시절과 통합 과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인사부장과 HR본부장으로서 10여년간 공채 입사 절차와 인력 관리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세일즈앤트레이딩부문에는 역시 대우증권 출신인 박기웅 한국투자증권 매크로트레이딩본부장과 이동준 미래에셋증권 리테일채권솔루션팀장이 합류했다. 박기웅 부사장은 한국투자증권에서 매크로트레이딩본부장으로 재임하며 채권운용 전문가로 활약했다. 옛 대우증권 출신으로 미래에셋증권 합병 법인인 미래에셋대우에 근무하다 한국투자증권에 합류했다.
이외 IBK투자증권 출신 이위환 리스크관리본부장(전무), 다올투자증권 출신 김종구 IT본부장(상무)·김성철 업무시스템부장(상무대우), 한국투자증권 출신 박상우 채권운용본부장(상무), BNK투자증권 출신 임경훈 리스크전략본부장(상무), 미래에셋캐피탈 출신 임덕균 리스크심사본부장(상무) 등이 임원진에 포함됐다. 남 대표는 추가 영입 인력을 포함해 약 400명 규모로 구성할 예정이다. 추가로 향후 1년 이내 증권업 인력 100명 이상을 추가 영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자기자본 1조2천억원 18위
IB에 힘주며 리테일·온라인 강화
우리투자증권은 자기자본 약 1조2000억원으로 증권업계 18위 중형 증권사가 된다. 경영 목표는 10년 안에 10위권 초대형 투자은행(IB) 도약이다.
초대형 IB가 되면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배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초대형 IB 요건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초대형 IB로 지정됐다.
남 대표는 “포스증권이 가진 디지털 역량과 우리종금이 보유한 투자은행 기반을 두 축으로 삼아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IB를 기반으로 리테일(소매)·세일즈앤트레이딩(S&T)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추가 인수·합병(M&A)이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우리투자증권을 업계 10위권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출범 초기 회사를 키우기 위해 IB 전문 인력 영입에 더 공을 들일 듯 보인다. 증권사 IB 사업은 개인 역량이 곧 실적으로 연결돼 인재 영입이 중요하다. IB를 주축으로 리테일과 세일즈앤트레이딩 등도 확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자산관리(WM)와 IB, 트레이딩 간 균형 잡힌 초대형 IB로서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우리금융, 증권사 숙원 사업 풀어
자기자본 키우고 계열사 시너지 내야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는 ‘비은행 계열사’ 확대 차원에서 이뤄졌다.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 기준 우리금융 내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5%다. 다른 4대 금융지주 대비 압도적으로 높다. 같은 기간 KB·신한·하나금융의 은행 기여도는 각각 37%, 68%, 72%에 그친다. 우리금융은 당초 중대형 증권사 인수합병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증권업계 매물 기근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포스증권’이라는 ‘예상 밖’ 카드를 꺼내들었다. 규모가 작은 자기자본금은 한계다. 현재 10위 증권사는 대신증권(2조8532억원)으로, 우리금융의 목표인 10위권 진입을 위해서는 약 2조원이, 초대형 IB까지는 3조원가량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우리금융이 증권사 추가 M&A 기회를 열어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 대표는 종금업 라이선스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유일한 전업 종합금융회사(종금사)인 우리종합금융은 이번 합병으로 간판을 내리게 됐다. 다만 10년간 단계적으로 종금사 업무를 축소한다. 금융위가 합병 인가안을 의결하며 우리투자증권이 종합금융 업무를 영위할 수 있는 기간을 합병 등기일로부터 10년으로 정했다. 우리투자증권이 종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만큼 종금업 활용 여부에 우리투자증권 성공 여부가 갈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종금사의 최고 강점은 은행처럼 여·수신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 은행 대비 고금리 수신이 가능하고 5000만원까지 법적으로 예금자 보호도 가능하다. 우리종금이 판매하는 발행어음이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경쟁사가 대체하기 힘든 이점이다.
또한 ‘펀드슈퍼마켓’을 운영했던 포스증권 노하우를 가져온다. 펀드슈퍼마켓에서는 국내에서 수수료가 가장 낮은 ‘S클래스 펀드’를 단독 판매해왔다. 그는 “펀드슈퍼마켓만 팔 수 있는 S클래스 펀드는 선취 판매 수수료가 없으며, 판매 보수도 다른 클래스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남 대표는 우리투자증권 출범 이후에도 펀드슈퍼마켓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공모펀드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는 건 맞지만 연금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 중인 만큼 펀드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테일 안착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듯 보인다. 리테일은 수천 명의 넓은 고객 기반이 필수다. 포스증권이 28만명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나 온라인 전용이라는 한계가 뚜렷하다. 신생 증권사 자본력을 고려할 때 오프라인 지점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기도 힘들다.
온라인 확장도 과제다. 키움증권(점유율 29.5%)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데다, 토스증권도 다크호스로 부상 중이다. 특히 최근 급성장한 해외투자부문에서 토스증권이 직관적이고 편리한 증권 플랫폼을 앞세워 젊은 고객층을 늘려나가고 있어, 우리투자증권이 침투하기가 만만치 않다. 남 대표는 “합병 전 두 회사 지점이 많지 않고 그룹 차원 정보기술(IT) 경쟁력이 뛰어난 만큼 토스증권 등을 벤치마크해 디지털에 특화된 증권사로 키우기에 우리투자증권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남 사장은 펀드슈퍼마켓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MTS를 우리금융이 하반기 출시할 은행 슈퍼앱 ‘뉴원’에 연계할 계획이다. 슈퍼앱이란 계열사 핵심 서비스인 뱅킹, 주식 매매, 보험 진단 등을 한곳에 모은 앱이다. 이르면 내년 1분기(1~3월) 중 슈퍼앱 안에서 모바일거래시스템(MTS)이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남 대표 예상이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1호 (2024.08.07~2024.08.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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