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이 사라 할 때 샀으면 망했다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4. 8. 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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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 이어지는 엔터주

지난 6월 군 복무를 마친 방탄소년단(BTS) 맏형 진은 파리 올림픽에서 성화 봉송 주자로 활약했다. 진은 성화 봉송 주자 중 최대 화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전 세계적인 K팝 인기를 실감케 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다르다. K팝이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지만 대형 연예기획사 투자자는 한숨만 내쉬고 있다.

그룹 트와이스가 해외 여성 아티스트 사상 처음으로 일본 닛산 스타디움에 입성해 150만 관객을 동원했다. 엔터업계에서는 아티스트의 월드투어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7월 한 달간 10% 넘게 하락

최근 1년 동안 반 토막 나기도

하이브는 7월 한 달 동안 12% 넘게 하락했다. 7월 초 20만원대였던 주가는 17만원대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에스엠 주가(8만500원 → 7만600원)도 12% 넘게 빠졌다.

다른 엔터주도 마찬가지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7월 한 달 5% 가까이 빠졌다. 최근 1년으로 따지면 8만3800원(지난해 8월 8일)에서 3만8450원(7월 31일 기준)으로 반 토막 났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창의성총괄책임자(COO)도 머쓱하게 됐다. 그는 지난해 11월 “여윳돈만 있으면 무조건 JYP 주식을 살 좋은 타이밍”이라고 주장했지만, 발언 이후 주가는 40% 가까이 빠졌다. 이처럼 엔터주는 줄줄이 신저가를 기록하며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개미투자자가 많다는 점은 더욱 우울한 대목이다.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판단한 개인투자자는 7월 동안 하이브와 에스엠, JYP엔터,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전부 팔아치웠다.

엔터주가 무너진 이유는 실적 악화다. K팝 인기는 여전하지만 기획사 실적은 예전만 못하다. BTS, 블랙핑크가 완전체 활동을 멈추며 활기가 떨어졌다. 이들이 비운 자리를 메울 만한 아티스트도 딱히 없다. 여기에 K팝 최대 시장인 중국에 제대로 진출하지 못한다는 점은 엔터사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업계는 국내 엔터 4사의 올해 음반 판매량과 공연 모객 수를 7195만장, 815만명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대비 15%, 5%가량 줄어든 수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4곳 주요 엔터사(하이브, 에스엠, JYP엔터, 와이지엔터)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추정) 총액은 1410억원이다. 6월 집계한 총액 컨센서스(1747억원) 대비 19% 줄었다.

목표주가도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NH투자증권과 LS증권은 하이브 목표주가를 기존 31만원에서 28만원, 27만원으로 낮춰 잡았다. 7월에만 하이브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증권사는 8곳이었다. JYP엔터에 대해서는 하나증권과 다올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5곳이 목표주가를 낮춰 잡았다. 와이지엔터는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낮췄다.

부진한 실적은 초동 판매 물량을 보면 알 수 있다. 초동 판매를 좌우하는 건 팬덤 규모와 인당 구매량이다.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과열된 공동구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초동 판매량이 줄었다. 일례로 2018년 데뷔한 스트레이 키즈(JYP엔터)의 7월 발매 앨범의 초동 판매 물량은 전작 대비 40%(370만장 → 236만장) 줄었다. 스트레이 키즈가 다섯 앨범 연속으로 빌보드 200 1위에 올랐지만 판매량을 늘리는 데 별 소용 없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이은 판매량 부진으로 산업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고 민희진(어도어 대표) 사태로 산업 특유의 ‘휴먼 리스크’까지 확인됐다”며 “펀더멘털(실적) 걱정과 소모적인 잡음으로 투자자 피로가 극에 달했던 상반기”라고 평가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터 업황이 어두운 이유는 실적이다. 에스엠을 제외한 주요 3사 연간 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며 “주요 아티스트 컴백 지연과 완전체 활동 중단 등의 부정적인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파리 올림픽과 미국 대선도 엔터주에 악재로 작용하는 듯 보인다. 이기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올림픽으로 주요 아티스트 복귀가 대부분 4분기로 미뤄졌다”며 “미국 대선이라는 큰 정치적 이벤트를 앞에 두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딱히 흥행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익 대비 주가 현저히 낮아져

해외 인기 여전…월드투어 변수

엔터주가 저렴해진 만큼 투자 시점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바닥은 다져졌다(한국투자증권)” “보릿고개지만 묵묵히 내년을 준비 중(현대차증권)” “세대교체의 초입(NH투자증권)” 등의 보고서 제목이 이런 기류를 보여준다.

대체적인 의견은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반등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쪽이다. 지난 5년 K팝 팬덤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며 음반 판매량이 성장세를 보였고, 앞으로 5년은 K팝 대중화에 따른 음원 흥행과 공연 확대가 새로운 성장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남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 기획사 앨범 판매와 투어가 중요한데, 음반 불황 속 월드투어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이화정 애널리스트는 “당장 반등을 이끌 강력한 모멘텀은 부족하다”면서도 “BTS와 블랙핑크 완전체 공연, 팬덤 플랫폼 유료화 등으로 2025년부터 두 자릿수의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2025년 예상 실적 기준 엔터 4사의 평균 주가이익비율(PER)은 15배 수준으로 역사상 가장 낮다.

긍정적으로 볼 또 하나의 숫자는 K팝 해외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6월 말 뉴진스는 일본에서의 정식 데뷔 초석인 팬미팅을 도쿄돔에서 진행했다. 양일간 9만5000여명을 운집시키며 K팝 위상을 체감케 했다. 세븐틴·트와이스 등 남녀 그룹을 막론하고 해외 스타디움과 돔 투어를 성공시키는 사례가 늘었다.

또한 국내 엔터 4사 보이그룹이 적극적으로 출격하고 있다. 하이브는 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보이넥스트도어가 일본 싱글을 냈고 엔하이픈이 정규 2집을 출시했다. 에스엠은 NCT 127이 정규 6집을 발매한 데 이어 라이즈, 샤이니, 웨이브이(WayV) 등 주요 보이그룹이 하반기 컴백을 예고했다. JYP 스트레이 키즈가 본격 활동에 들어갔고, 신규 프로젝트도 곧 선보인다. 와이지는 트레저가 가을 중 컴백한다.

엔터 4사 중 선호주를 고르라면 하이브다. 민희진 사태가 있었지만 멀티 레이블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이화정 애널리스트는 “민희진 사태 잡음이 다른 레이블로 번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하이브 레이블의 독립성을 확인했다”며 “신인 보이넥스트도어(KOZ), 투어스(플레디스), 아일릿(빌리프랩) 모두 팬덤 형성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1호 (2024.08.07~2024.08.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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