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실적도 속수무책… AI ‘버블론’ 진실은 [스페셜리포트]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4. 8. 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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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당 120억달러(약 17조원)에 달하는 AI(인공지능) 투자가 언제부터 성과를 낼 수 있나.”

지난 7월 23일 구글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 투자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에게 날 선 질문을 쏟아냈다. 수십조원을 AI 투자에 쏟아붓는데 도대체 돈은 언제부터 벌 수 있느냐는 것. 그는 “AI 붐이 둔화하더라도 AI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는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투자자를 달랬지만 불안한 분위기를 사그라뜨리진 못했다. AI 수요에 관한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다른 서비스로 돌릴 수 있다”는 발언이 수요 불확실성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결국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급락했다.

세계 금융 시장에서 AI 산업 ‘버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AI 가속기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인프라 설비투자(CAPEX)는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최종 수요 시장에서 그 이상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학계와 투자은행(IB) 업계를 중심으로 AI 산업 잠재력을 둘러싼 회의론도 고개를 든다.

미국 주식 시장을 이끌던 7개 빅테크 ‘M7’ 주가는 추풍낙엽이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웅장한 일곱)이 아니라 미저러블 세븐(비참한 일곱)”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도 등장했다(월스트리트저널).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던 SK하이닉스는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속절없이 고꾸라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24일 9% 가까이 하락하면서 주가 20만원 선이 무너졌다. 이는 2022년 10월 28일 글로벌 증시 급락과 레고랜드 사태 때 7.3% 하락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AI 산업 버블론을 분석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주도 AI 설비투자(CAPEX)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최종 수요 시장에서 그 이상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afp)
우려 요인 1. 수요 불확실성

5000억달러 공백 우려

보고서 2건(세콰이어캐피탈·골드만삭스)이 AI 버블론 확산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첫째, 미국 실리콘밸리 톱 벤처캐피털(VC) 세콰이어캐피탈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다. ‘AI에 관한 6000억달러(약 830조원) 질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AI 버블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하고 있다. 다음에 다가올 일을 탐색해야 할 때다’라는 부제가 달렸다. 세콰이어캐피탈은 운용자산 규모 100조원이 넘는 세계 최대 VC 중 하나다. 구글·유튜브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를 키워내는 데 일조했을 뿐 아니라, 1993년에는 엔비디아 초기 투자자로도 참여했다.

보고서를 쓴 데이비드 칸의 논리는 간결하다. AI 설비투자에 쏟아부은 돈을 회수하려면 830조원을 벌 수 있어야 하는데, 최종 수요 시장에 위치한 소비자가 그만큼 지갑을 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2000억(200B)달러 질문’이라는 보고서를 썼다. 이번 보고서는 후속 버전으로, 거품이 더 끼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담아 ‘톤 업(tone-up)’됐단 평가다.

우선, AI 산업 지도를 그려보면 칩 설계·IP-부품·제조-AI 데이터센터-AI 서비스 등 4단계로 이어진다. 엔비디아, ARM, AMD를 비롯한 주요 팹리스 상당수가 칩 설계와 IP 카테고리에 속한다. 부품 카테고리는 HBM이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다. 제조 카테고리는 AI 칩 부품·생산 등 영역으로 파운드리 세계 최강 TSMC가 대표 주자다. AI 데이터센터에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가 이 카테고리에 들어 있다. AI 서비스에는 오픈AI를 비롯해 통신사나 소비재 등 대부분 기업이 포함된다.

보고서 논리를 풀면 이렇다.

첫째, 엔비디아가 GPU를 AI 데이터센터를 둔 빅테크에 판다. 엔비디아는 AI 데이터센터용 GPU를 아마존·MS·메타·구글 등에 주로 판매한다. 엔비디아가 GPU로 벌어들이는 매출(2024년 추정치)은 1500억달러로 가정하자. 이는 지난해 연말까지 실제 누적 매출(740억달러)과 연평균 성장률을 고려해 예측한 수치다.

엔비디아에 비용을 치르고 GPU를 산 빅테크는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한다. 데이터센터를 돌리려면 전기료 등 운영비가 만만찮게 든다. 빅테크는 GPU 구입에 쓴 CAPEX에 운영비를 더한 몫만큼 부담을 안는다. 즉, AI 데이터센터 가동에 소요되는 총 비용(3000억달러) 가운데 절반은 GPU 구입(1500억달러), 나머지 절반(1500억달러)은 에너지, 건물, 발전기 등이 포함된다. 이를 고려하면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빅테크, 예를 들어 AWS나 Azure의 연매출은 최소 3000억달러가 돼야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한다.

끝으로 최종 수요 시장이다. AI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는 기업으로는 오픈AI가 대표적이다. 오픈AI가 유료 구독 등 AI 기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가정하자. 이들은 AI 데이터센터를 쓰는 비용(3000억달러)을 치러야 한다. 이들 기업이 최종 소비자에게 이 비용을 전가하려면 AI 서비스에 적정 수준 이익률을 책정해야 한다. 보고서는 이익률을 50%로 가정했다. 이익률 50%를 가정하면 AI 소프트웨어로 벌어들이는 연매출은 6000억달러가 돼야 한다는 추정이다.

정리하면, 엔비디아 GPU 매출 1500억달러가 가능하려면 AI 최종 수요 시장에서 6000억달러를 지불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사용자를 모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월가 추정치와 외신 등에 따르면 오픈AI의 올해 연매출 목표는 약 34억달러다. 구글·MS 등 AI 데이터센터 기업이 연간 100억달러 매출을, 테슬라,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그리고 텐센트가 연 50억달러 매출을 올린다고 가정하고 이를 모두 더해도 약 1000억달러다. AI 공급망 지도 전체 손익을 맞추려면 5000억달러(추정치 6000억달러-1000억달러)가량 부족하다. 한국 돈 683조원을 훌쩍 웃도는 구멍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서는 여기에 ‘버블’이 끼어 있다고 진단한다.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리가 최근 낸 보고서도 AI 수익성에 물음표를 달았다. 바클리는 “생성형 AI 열풍이 분 지 2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소비자나 기업 대상으로 성공한 AI 서비스는 오픈AI의 챗GPT와 마이크로소프트 깃허브 코파일럿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빅테크가 2026년까지 AI 모델 개발에 연간 약 600억달러(약 83조원)를 투자하지만, 그때까지 AI를 통한 수익은 연간 약 200억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우려했다.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GPU 감가상각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수익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엔비디아가 지속적으로 신규 GPU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기존 칩은 감가상각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통신 인프라 등은 한 번 설치하면 상각 기간을 길게 잡고 오랜 기간 이익을 뽑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AI 인프라와 구분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빅테크는 자체 AI 반도체도 개발 중이다. 애플은 TSMC와 손잡고 GPU를 대체할 추론용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애플이 수년 전부터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내부코드명 ‘ACDC’를 진행해왔다고 보도했다. 또, 애플은 엔비디아 GPU가 아닌 구글 TPU를 선택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학습용 AI 반도체 시장에 불어닥칠 변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오픈AI도 최근 새로운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사내 전담팀을 두고 미국 칩 메이커 브로드컴과 협력을 논의 중이다.

우려 요인 2. 생산성 혁신 논란

인터넷 혁명에도 ‘퀀텀 점프’ 없어

둘째, AI 생산성 혁신 논란이다.

최근 미국 IB 골드만삭스는 ‘GEN AI: TOO MUCH SPEND, TOO LITTLE BENEFIT?’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핵심은 대런 애쓰모글루(Daron Acemoglu) MIT 교수와 짐 코벨로(Jim Covello) 골드만삭스 수석 애널리스트 사이 인터뷰였다.

짐 코벨로는 보고서에서 “엄청난 투자에도 AI는 필요한 곳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상에 쓸모가 없거나 준비되지 않은 것을 과도하게 구축하는 것은 나쁜 결과를 낳는다”고 일갈했다. AI 혁명이 만들어낼 수익이나 영향력이 시장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단 경고다. 또 그는 “앞으로 수년간 IT 기업이 AI 분야에 1조달러 자본을 투자할 예정이다”라면서도 “막대한 설비투자 비용을 정당화하려면 AI 기술이 매우 복잡한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데, 실제 설계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AI가 전 세계 일자리 3억개를 자동화하고 향후 10년 동안 세계 GDP(국내총생산) 7%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세계 GDP가 100조달러 정도이므로, AI 덕분에 7조달러(약 9700조원)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불과 1년 만에 AI를 바라보는 시각이 180도 바뀐 셈.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 역시 향후 10년 선진국 경제가 매년 0.5~3.4%포인트 성장하면서, 세계 GDP는 17조1000억~25조6000억달러(약 17~2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에는 학계와 IB 업계를 중심으로 생성형 AI 같은 기술 혁신이 경제 성장을 어느 정도로 가속화할지 논쟁이 뜨겁다. 경제학계에서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 교수가 기술 혁신과 진보가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는 ‘내생적 성장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을 주창한 이후 기술 혁신과 경제 성장의 상호관계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내생적 성장은 기술 변수도 경제 주체 변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보고 내생 변수로 간주한다. 민간 혁신 기업이 인적 자본 축적과 경쟁을 기반으로 기술 진보를 이뤄내 내재적 역량을 강화하는 게 내생적 성장 전략이다.

그러나 기술 혁신과 발전이 어느 정도 속도와 강도로 세계 경제를 이끌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현재로서는 생성형 AI 같은 기술 혁신이 전체 경제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어 가시적인 성장을 확인하기까지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5월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낸 논문 ‘AI에 관한 간단한 거시경제학(The Simple Macroeconomics of AI)’에서 “향후 10년 동안 예상되는 총요소생산성(TFP·Total Factor Productivity) 증가율은 0.53% 미만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 자본뿐 아니라 기술 혁신 등 투입된 모든 생산 요소를 고려한 생산성 지표다. TFP 핵심은 ‘혁신에 의한 성장’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기술 혁신을 의미한다.

과거 기술 혁신 사례에 비춰 세계 경제가 이전 추세선을 벗어나 ‘퀀텀 점프’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점도 이런 시각에 힘을 싣는다. 흔히 19세기 증기기관-1차 산업혁명, 20세기 전기-2차 산업혁명, 21세기 인터넷-3차 산업혁명 등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2차 산업혁명 이후 약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 GDP는 연평균 2% 안팎 성장세를 보였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경제학계에서는 생성형 AI가 생산성 혁신을 통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숫자로 추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우려 요인 3. HBM 공급 과잉

호실적에도 하이닉스 급락

HBM 공급 과잉론도 시장을 달구는 논쟁거리다. AI 수익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반도체 업계 설비투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논란의 뼈대다. 가팔랐던 이익 성장 곡선의 기울기가 꺾이면서 주가가 내리막길을 탈 것이라는 주장이 드세다.

금융 시장에서는 HBM 선두 주자 SK하이닉스 주가 전망을 두고 회의론이 확산한다. 주가만 놓고 보면 HBM 공급 과잉론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 2분기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찍고 영업이익은 6년 만에 5조원대를 기록했지만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HBM 공급 과잉 논리를 풀면 이렇다. 기본적으로 반도체 업계에선 GPU 공급량을 기반으로 HBM 수요 공급을 추정한다. GPU를 만들 때 HBM 여러 개가 패키징 공법으로 탑재되기 때문이다. 가령, 엔비디아 AI 슈퍼칩 ‘GB200’에는 AI 연산 기능을 담당하는 GPU 바로 옆에 HBM이 총 16개 붙는다.

가늠자가 되는 지표는 후공정 업체가 몰려 있는 대만 반도체 업계 수주 실적이다. 대만 AI 서버 제조자개발생산(ODM) 업계 주문 실적과 엔비디아 GPU 수탁생산을 맡은 TSMC 패키징 수주 실적이 핵심 잣대다. 엔비디아 GPU는 SK하이닉스 HBM과 함께 대만 TSMC 패키징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GPU는 AI 데이터센터(서버)에 탑재된다.

하이투자증권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대만 AI 서버 ODM 업체가 올해 빅테크에 주문받은 양은 약 49만대로 추정된다. 지난해 주문량 18만4000대보다 2.5배 정도 많다. AI 서버에는 GPU 여러 개가 탑재되므로, 엔비디아 GPU 생산량 추정치를 알면 수요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적정 수준의 AI 서버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단 계산이다.

이를 위해서는 엔비디아 GPU 생산 규모를 추정해야 한다. 잣대는 TSMC 패키징 할당 실적이다. GPU를 만들려면 TSMC가 개발한 2.5D ‘코어스(Cowos)’ 패키징 공법을 반드시 거친다. 코어스는 서로 성격이 다른 이종 반도체를 집적하는 TSMC 고유 패키징 기술이다. 예컨대, 엔비디아 GPU와 SK하이닉스가 만든 HBM을 하나의 반도체처럼 작동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TSMC는 이 기술로 전 세계 AI 반도체 수요를 독식한다. 이런 이유로, 코어스 패키징 생산설비 규모로 GPU 공급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TSMC가 올해 엔비디아 몫으로 코어스 패키징을 할당한 규모는 약 19만3000장으로 추정된다. TSMC 평균 수율을 고려하면 웨이퍼 패키징 한 장당 대략 25개 안팎 GPU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고려하면 엔비디아가 올해 생산 가능한 GPU 숫자는 약 472만개다.

GPU는 AI 서버당 평균 8개씩 들어간다. 즉, 472만대를 8로 나누면 AI 서버 규모는 대략 59만대로 추산된다. 달리 말해, AI 서버가 최소 59만대 공급돼야 엔비디아 GPU 수요 공급이 균형을 이룬다는 의미다. 그런데 59만대는 앞서 대만 AI 서버 ODM 업체가 올해 주문받았다는 49만대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즉, 엔비디아 GPU가 남아도는 공급 과잉 구조로 시장이 변질되고 있다는 얘기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AI 반도체 제조 업체들의 패키징 설비가 100% 가동된다고 해도 올해 최대 HBM 수요량은 8억8000만GB(기가바이트)”라며 “올해 HBM 생산 3사의 생산 계획은 총 13억8000만GB에 달해 수요량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도 “AI 반도체 투자가 고점에 달했다는 우려가 SK하이닉스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을 제한할 것”이라 우려했다.

HBM 공급과잉론도 시장을 달구는 논쟁거리다. SK하이닉스 2분기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찍고 영업이익은 6년 만에 5조원대를 기록했지만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연합뉴스)
피크아웃 우려 과장 주장도

이익 성장 지속

HBM 등 메모리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가 과장됐다는 논리도 팽팽하다. 여전히 반도체 업종이 세계 금융 시장에서 주당순이익(EPS) 상승을 주도하고 있으며 ‘M7’을 주축으로 한 혁신이 지속 중이라는 반박이다.

무엇보다 과거 메모리 ‘슈퍼 사이클’에 비춰 사이클 종료가 단순히 전년 동기 대비 ‘분기이익 상승률 고점’에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가장 최근 메모리 슈퍼 사이클은 2017년부터 2019년 사이다. 이때 전년 동기 기준 반도체 매출 고점은 2017년 2분기며 한국 반도체 수출 고점은 2017년 4분기다. 당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상승률’ 기준 SK하이닉스 고점은 2017년 2분기(상승률 574%, 약 7배)지만, 슈퍼 사이클은 1년 정도 더 지속되다 2018년 5월을 기점으로 주가는 ‘피크아웃’했다. 영업이익 ‘절대치’ 기준 SK하이닉스 영업이익 고점(6조4724억원)은 2018년 3분기다. 즉,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상승 기울기는 2017년 2분기 이후 꺾였지만, 주가는 1년 정도 더 상승세를 탄 뒤 2018년 5월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당시 D램 가격 상승률이 5% 이하로 떨어지고 더 이상 분기 이익 상승이 지속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주가 랠리가 종료됐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AI 반도체 ‘피크아웃’ 논리가 시장에서 먹혀들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마뜩잖게 보는 시선이 다수다. “피크아웃을 주장하는 진영과 반대 진영이 대립을 이루지만, 시장은 이런 논란 자체를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인다. 사이클이 완전히 종료됐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으로 들어섰다는 점은 명확하다.” 한 사모운용사 펀드매니저의 진단이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1호 (2024.08.07~2024.08.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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