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억 CEO들은 휴가지서 무엇을 읽을까 [스페셜리포트]
그럼에도 미중 무역 갈등, 풀리지 않는 경기 등을 해결해주진 못한다. 당장 CEO 앞에는 실적 상승, 밸류업 등 다양한 숙제가 줄 서 있다. 이런 때 “10년 후 어떤 것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나”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더듬더듬 “AI가 어쩌고…”라고 대답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질문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받았다. 그는 역으로 “그렇다면 10년이 지나도 안 바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고 그걸 사업 모델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의 본질, 즉 고객을 편리하게 쇼핑하도록 만드는 데 집중한 것이 오늘날 아마존을 만든 비결이다. 베스트셀러 ‘불변의 법칙(모건 하우절 지음)’에 나오는 대목이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무게중심을 어디에 둬야 할지 알려주는 책으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김창수 F&F 회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등 여러 CEO가 이번 휴가철에 탐독한다고 알려왔다.
또 다른 책도 있다. 매년 파격적인 배당 등 주주친화정책, 외형 성장 전략으로 한때 경영학 교과서를 장식했던 잭웰치 전 GE 회장을 기억할 것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 텔레다인의 헨리 싱글턴 CEO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는 버는 족족 자사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자사주 보유 비중이 90%를 넘겼는가 하면 당기순이익이 아닌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경영을 했다.
그 결과는? GE는 성장 일변도 경영을 하다 그룹이 해체됐지만 텔레다인은 건재하다. 또 헨리 싱글턴이 1960년대부터 30년간 운영하는 동안 연평균 주가 수익률은 20.4%에 달한다. 같은 시기 시장 평균의 12배를 넘어간다. 베스트셀러 ‘현금의 재발견(윌리엄 손다이크 저)’에 나오는 내용이다. 한국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가 이런 전략을 택하면서 ‘밸류업’ 주식의 모범생으로 꼽히고 있다. ‘현금의 재발견’을 추천한 이도 다름 아닌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다.
이처럼 책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데 큰 힘이 된다. ‘관행 타파 경영’에 일가견이 있는 CEO가 책을 가까이 두는 이유다. 휴가철 CEO 추천 도서를 엿보면서 다양한 영감을 받아보길.
결국은 사람이 핵심
기업 경영을 둘러싼 내·외부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CEO가 많다. 조직의 인적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경영 효율을 높이려는 의도다. 휴가철 읽는 책에서도 그들의 고민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많은 CEO가 조직경영론과 리더십에 관한 책을 탐독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경영: 이나모리 가즈오 원점을 말하다’를 추천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주의 경영 철학을 집대성한 책이다. 함 회장은 “강한 의지와 투혼, 사명감과 신념 등 기업 경영에 있어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을 배울 수 있다”며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함 회장은 책의 문구 중 ‘동료나 부하직원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을 스스로 갖추고 있는가’를 인상 깊은 부분으로 꼽았다. 그는 “결국 리더에게 중요한 덕목은 ‘인격’이라는 점을 되새겼다”고 말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황승진 스탠퍼드대 교수가 쓴 ‘경영이라는 세계’를 골랐다. 실리콘밸리에서 다년간 활약하며 국내외 대기업 경영 자문을 맡은 황 교수가 처음 내놓은 대중 서적이다. 이 행장은 “35년간 기업들 흥망성쇠를 가까이서 지켜본 경영학자의 시각으로, 경영의 힘으로 작동하는 기업 세계를 관찰해볼 수 있는 책이다. 현대 비즈니스가 돌아가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최고로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추천 사유를 전했다.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은 ‘초우량 기업의 조건’을 손에 들었다. 2005년에 나온 서적으로 경영학계의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책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먼이 저술했다. 책은 조직의 힘을 끌어내는 무형자산의 힘을 분석한다. 자유, 열정, 실행력, 창조성, 동기부여, 사람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요소가 기업 경영에 어떤 힘을 불어넣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김 회장은 “삶과 죽음이 서로 연장선에 있듯 평범한 기업과 초우량 기업 그리고 몰락하는 기업도 같은 무대에 있다. 세 종류의 기업은 단지 사람의 사고와 행동의 결과에 따라 구분될 뿐이다. 좋은 기업은 무엇인가라는 통찰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인상 깊은 내용으로 ‘변화를 위한 리더십’을 꼽았다. 그는 “연간 10억달러 이상 매출액을 달성하는 기업이라 해서 그 기업에 평균 이상 수준을 가진 구성원만 모여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기업의 초창기를 보면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초우량 기업에는 적어도 초창기에는 비범한 리더십이 있었다”며 “(책을 통해) 리더는 추종자들이 통상적인 업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는 존재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배웠다”고 강조했다.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는 ‘룰 메이커’를 추천했다. 임춘성 연세대 교수가 저술한 책이다. 국내 기업의 성공 요인을 33가지로 정리했다. 신 대표는 “책의 다양한 내용 중 모든 걸 다 보여주는 ‘투명의 룰’과 다 들어주는 ‘수용의 룰’ 내용이 와닿았다. 권위를 내려놔야만, 조직원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 크게 공감했다”고 전했다.
김범한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는 인지과학의 대가 아트 마크먼이 지은 ‘커리어 하이어’를 탐독했다. 직급과 경력에 맞춰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인지과학’ 시점에서 풀어낸 책이다. 직장인의 경력 개발을 위한 서적처럼 보이지만 리더 입장에서도 배울 게 많다고. 김 변호사는 “CEO부터 조직에 갓 들어온 신입사원까지 조직 전체 구성원이 각각 회사에서 가져야 할 역할과 덕목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책의 구절 중에서는 ‘리더의 역할’을 정의한 문구가 뇌리에 각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리더는 다른 사람의 재능을 개발하는 능력으로 평가받는다는 문구가 재밌었다. 리더가 스스로 빛나거나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조직원의 능력을 일깨워주는 게 참된 리더의 자세라는 점을 일깨워줬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신뢰의 과학’ 경영에 반영
고객은 무엇을 원할까. 무릇 한 기업의 CEO라면 고객과 신뢰 관계를 구축해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크다. 이런 의미에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인상 깊게 읽었다는 ‘신뢰의 과학(피터 H. 킴 지음)’이 눈길을 끈다. 경영학자 관점에서 신뢰의 작동 방식과 신뢰 회복을 위한 해결책을 담은 책이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 집단, 사회에서 신뢰를 관리할 방법을 찾는 사람들의 필독서”라는 신수정 KT 부사장의 추천사도 눈에 띈다.
진옥동 회장은 ‘신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뢰는 우리가 사회생활의 거의 모든 측면을 헤쳐 나가는 데 중점적인 역할을 한다’는 문구를 내세우며 “금융회사에 있어 신뢰는 생명이자 고객과의 약속을 넘어 지속 가능성의 핵심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업 전반을 바라보는 신뢰의 기준이 높아지는 가운데 신뢰의 형성, 훼손, 회복에 대한 전반적인 메커니즘을 다루고 있어 무척 인상 깊은 책”이라며 “스캔들 제로, 고객 편의성,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은 모두 고객 신뢰와 직결되는 사항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강조하면서 그룹 경영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CEO 입장에서는 외부 고객뿐 아니라 ‘내부 고객’인 임직원 신뢰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는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한 ‘트러스트 임팩트, 신뢰의 재발견’을 추천서로 꼽았다. 명령과 통제가 아닌, 신뢰와 존중으로 조직을 이끄는 법을 담은 책이다. 강 대표는 “어떻게 하면 로펌 구성원의 능력과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을지 늘 고민이 많았다. 이 책을 통해 조직의 본질은 결국 ‘신뢰’에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강 대표변호사가 영감을 얻은 구절은 ‘새로운 리더십 방식인 신뢰와 고무를 활용하라’다. 사람의 재능과 잠재력을 제약하거나 통제하지 말고 온전히 끌어내라는 말이 눈에 띄었다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그들의 잠재적 능력을 끌어내는 것이, 강제적인 방법보다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효용성이 훨씬 크다고 한다. 사람들의 내면에 있는 잠재력을 각서시키는 과정에서 ‘신뢰와 고무’만큼 큰 가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객 중심’ 가치에 입각해 책을 고른 이는 신세계그룹 리빙·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신세계까사의 김홍극 대표다. 그는 ‘가격 결정(pricing)’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는 ‘프라이싱(헤르만 지몬 지음)’을 추천했다. 국내 일부 대기업이 가격 결정·마케팅 전략 교육용 도서로 자체 선정해 읽을 만큼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책이다. 고객 성향과 니즈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새로 생겨나는 혁신적 가격 결정 전략이 담겼다.
김홍극 대표는 프라이싱을 “상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파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가격 전략서”라고 소개하며 가장 인상 깊은 구절로 ‘고객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가격, 따라서 회사가 받을 수 있는 가격은 언제나 고객이 상품과 서비스를 보고 지각한 가치를 반영한다’는 말을 꼽았다. 그러면서 “개발자 혹은 판매자가 상품을 만들고 가격을 책정하면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바로 ‘고객의 입장’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해 만들어진 ‘기능과 가격’이 좋은 상품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파헤쳐야 살아남는다
2023년부터 불어닥친 ‘AI’ 열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날마다 AI를 활용한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는 등 그야말로 신기술이 파도처럼 산업계를 덮치고 있다. 썰물처럼 밀려오는 신기술의 거센 파고를 넘기 위해 적극 대응하는 CEO도 적잖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영어 서적 ‘래디컬리 휴먼(Radically Human)’을 열독 중이다. 인공지능과 데이터과학이 경제·사회에 미칠 영향을 파헤친 책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의 고위 임원인 두 저자가 1만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책을 저술했다. 신 부회장은 “책은 인공지능 기술이 기업 성공의 핵심 영역인 인재, 신뢰, 경험, 지속 가능성에서는 어떻게 변화를 주도하는지를 보여준다. 미래를 읽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고 전했다.
인상 깊은 구절로는 “인공지능은 더 인간적이고 덜 인공적으로 변하고 있다”를 꼽았다. 신 부회장은 “AI의 출현으로 기술은 더욱 인간답게 변모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술’에 대한 관점이 바뀌고 있다. 기존의 혁신과 성공 전략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온다. 다가올 변화를 면밀하게 살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은 ‘AI 전쟁’을 추천 도서로 선정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이 썼다. 국내 AI 산업의 미래와 경쟁력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강 회장은 “AI 전쟁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한국 기업이 처한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모든 기업인과 정책 입안자에게 ‘AI 지침서’로서 손색이 없는 책”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책의 맺음말이 강렬하게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책의 말미에 적힌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 2~3위권의 글로벌 인공지능 기술·산업·사회 리더십을 갖는 국가가 될 것이냐, 데이터-인공지능 기술 종속국으로서 살아갈 것이냐를 결정하는 기간이다’라는 문구가 뇌리에 강렬히 새겨졌다고. 강 회장은 “AI라는 거대한 기회를 잡을 시간은 생각보다 더 짧기에, 지금 당장 대담하게 AI에 올인해야 한다는 통찰을 일깨워줬다”고 설명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는 ‘AI 사피엔스(최재붕 저)’를 골랐다. 스마트폰에 전복당한 세상을 정확히 예견한 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의 역작이다. 책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욱 진화한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가 AI라는 전대미문의 신무기를 장착하고 어떻게 천지개벽급 신문명을 만들고 있는지를 세세하게 포착했다.
정상혁 은행장은 “AI 기술에 대한 것보다는 AI가 갖고 올 근본적인 삶과 사고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소개하며 “미래에 사람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또 좋아하게 될지를 생각해보면서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지를 고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인상 깊은 구절로는 ‘인류의 심장이 노래하는 경험을 디자인하겠다는 포부를 가졌다면 더 많은, 더 무모한 도전이 필요하다’를 꼽았다. 김성운 대표도 “매경이코노미의 최근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AI를 도입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최재붕 부총장 강연을 듣고 책을 구해 읽게 됐다”며 “개별 기업 입장에서 실무에 AI를 어떻게 실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은 ‘반도체 오디세이’를 추천했다. 20년 넘게 반도체 종목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저술한 책이다. 반도체 산업의 역사적, 경제적, 지정학적 주요 사건들을 살펴보며 반도체 기술 발달과 현재 산업의 전망을 짚어준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는 ‘인공지능 시대 무기가 되는 생각법(변창우 지음)’을 탐독했다. 제목처럼 AI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어떤 관점과 역량을 가져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직장인이 실제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접근 방식들을 현실적인 사례와 함께 이해하기 쉬운 개념으로 설명한다. 30년 이상 대기업과 컨설팅업 등에서 근무한 저자는 “AI 활용도가 아무리 높아도 인간을 대체 못하는 영역이 있을 것”이라며 “AI 시대에 인간은 더욱 인간다워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좌진 대표는 “기업 경영자로서 회사 차원에서 AI 시스템을 도입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도 고민이지만, 경영자와 중간관리자 등 조직 구성원의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장기적인 전략과 계획으로 AI 시대를 대비하는 기업과 구성원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불확실성과 위기 극복하기
역사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 불확실성의 시대를 보다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든 CEO도 다수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여름휴가에 읽을 책으로 고른 ‘현금의 재발견(윌리엄 손다이크 지음)’,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고른 ‘역사는 돈이다(강승준 지음)’, 황성환 타임폴리오 대표가 읽은 ‘행운에 속지 마라(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김승배 피데스개발 회장이 꼽은 ‘그렇게 붕괴가 시작되었다(린다 유 지음)’가 그런 예다.
김용범 부회장은 ‘현금의 재발견’에 대해 “2013년 국내 첫 출간 당시 이 책을 읽고 자본 배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바 있다”며 “시장에서 ‘밸류업’이 화두가 된 지금 내가 혹시 잊고 있는 건 없는지 점검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현금의 재발견’은 ‘아웃사이더(The Outsiders)’라는 원작 제목에서 짐작해볼 수 있듯, ‘비주류’의 방식을 고수해 성공한 기업가들을 분석하고 이들의 공통점을 정리한 책이다. 그중 하나가 뛰어난 경영자들은 하나같이 현금흐름과 자본 배분에 집중했으며 이것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기반이 됐다는 것. 이들 CEO가 전통적인 경영 교과서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제너럴일렉트릭을 오랜 기간 이끌었으며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던 잭 웰치가 최고의 CEO는 아니라고 예언하듯 단언해 눈길을 끌었는데, 실제로 미국 기업 시가총액 1위를 달리던 GE는 2018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돼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김성태 행장이 추천한 ‘역사는 돈이다’는 역사 속에서 돈이 어떤 역할을 해왔으며, 경제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경제적 시각으로 풀어낸 책이다. 김성태 행장은 ‘역사의 사회 문제를 파고들 때, 돈의 흐름을 따라가면 그 실체가 보이게 되고, 그 실체를 둘러싼 인간의 행동 양식이야말로 역사라는 현상 그 자체가 된다’는 구절을 인상 깊게 봤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역사적 사건을 돈의 흐름의 관점에서 새롭게 관찰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단순 사건 기록이 아니라 오늘날의 경제와 사회를 이해하는 열쇠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금융 역시 정해진 틀에 맞춰 일방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돈과 수요가 몰리는 곳에 자연스럽게 수단으로서 따라가야 하며, 시장과 고객 눈높이에 맞춰 의사 결정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고.
황성환 대표가 꼽은 ‘행운에 속지 마라’의 저자 탈레브는 ‘블랙 스완’ ‘안티프래질’ 등 대표작을 통해 불확실한 세상에서 생존하는 법을 설파한 인물이다. 로또 당첨, 주식 대박, 승진 등 갑자기 예상치 못한 행운이 올 때 사람들은 이를 자신의 실력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이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행운은 실력이 아니라 믿고, 갑자기 ‘불운’이 습격해도 괜찮을 수 있는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 불확실한 이 시대에 행운을 어떻게 다루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명료하게 이야기해준다.
황 대표는 “지금까지의 성공 방정식이 미래까지 보장하는 공식은 아니므로 자만하거나 지나치게 감격해서는 안 된다”며 “매우 다양한 형태로 불확실하게 전개될 미래에 언제든 대비돼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국내 1세대 디벨로퍼 김승배 회장이 꼽은 ‘그렇게 붕괴가 시작되었다’도 비슷한 맥락이다. 책은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왜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까”라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질문으로 시작해 1930년대 대공황부터 2020년 코로나19 위기까지 세계 경제를 뒤흔든 각 위기의 역사와 메커니즘을 파헤쳤다. 시장이 과열되고 붕괴하는 시점부터 국가의 대응 방식, 다가올 대폭락 시나리오 등을 살폈다.
김승배 회장은 현재 시장을 ‘위기’로 진단하면서 “호황이 찾아오면 성공에 도취된 나머지 언제든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는 한다”며 “이런 점을 되새기고 반복되는 위기에 제대로 대처해야겠다”고 말했다.
자기계발 | 삶의 지혜를 구하는 CEO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사고법
SK그룹의 대표적인 ‘다독가’로 정평이 나 있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인생의 오후를 즐기는 최소한의 지혜’를 골랐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공공정책학 교수인 아서 브룩스가 인생 후반기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삶의 새로운 목적과 의미를 찾도록 조언하는 책이다. 저자는 50대 이전 강점과 50대 이후 강점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새로운 강점을 발견해 새로운 제2의 인생 곡선에 올라타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쇠퇴기에 들어선 중년들이 새롭게 도약하는 방법, 새로운 도약을 막는 세 가지, 즉 일과 성공 중독, 세속적 보상에 대한 집착, 쇠퇴에 대한 두려움 제거 방법을 알려준다.
최창원 의장은 “책을 읽으며 제2의 인생 곡선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을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실천 다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마누시 조모로디 지음)’를 읽으며 경영자로서 마음가짐을 다잡았다고. 열혈 워킹맘으로서 바쁘게 살던 저자가 몇 주간 배앓이하던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면서 겪었던 놀라운 변화를 기록한 책이다. ‘지루함’이 가진 놀라운 힘을 심리학과 뇌과학, 행동경제학 측면에서 흥미롭게 풀어낸다.
진옥동 회장은 “ ‘멍때림이 만드는 위대한 변화’라는 책의 부제처럼, 우리는 의외로 혼자 멍하게 시간을 보낼 때 창의적인 해답을 찾곤 한다. 경영자는 궁리하는 사람이라고 그룹의 리더들에게 강조한 바 있다. 겉으로 봤을 때는 여유로워 보여도 그 안에서는 치열하게 고민하는 정중동(靜中動)의 모습이 경영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CEO로서 인공지능 시대를 어떤 자세로 대비해야 할지도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은 ‘언리시(조용민 지음)’을 골랐다. 언리시(unleash)의 사전적 의미는 묶인 줄을 풀어 해방하는 것을 뜻한다. 책은 무심코 지나쳐온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재발견하고 재정의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구글 커스터머 솔루션팀에서 다양한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저자는 자기계발이 자신에게 없는 잠재력을 만들어내려는 ‘발명’에 가깝다면 언리시는 미처 모르던 잠재력을 발견하는 ‘발견’과 같다고 강조한다. 문동권 사장은 “본질에 집중하고, 끈기 있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해 이 책을 선정했다”고 전했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맞서, 북극성과 같이 흔들리지 않은 분명한 기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를 위해 끊임없는 내·외부 소통을 통해 간극과 간격을 좁혀야 한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함께 성장’의 경영 철학을 더욱 확장하고 고도화할 것이다.”
공감 능력은 기업 경영에 필수 덕목이다. ‘당신이 옳다(정혜신 지음)’는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가 휴가철마다 즐겨 보는 책이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사회의 여러 단면에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많은 유형의 사람들과 함께한 심리 치유 경험을 집약했다.
무엇보다 저자는 심리 치유의 바탕이 되는 ‘공감’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공감이야말로 어떤 치료제나 전문가의 고스펙 자격증보다 강력하게 사람의 마음을 되살리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책은 ‘공감’ 개념의 재정의를 통해 올바른 공감 방법과 사람 사이의 적절한 경계 짓기 기술에 관해 이야기하며 공감을 저해하는 요소를 소개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오익근 대표는 이 책을 직접 구매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고는 한다고. 그가 리더십의 핵심 요소인 공감 능력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오종한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위대한 대화: 인생의 언어를 찾아서(김지수 저)’를 꼽았다. 29년 차 기자인 저자가 2015년부터 진행해 누적 조회 수 2300만회를 돌파한 인터뷰 시리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의 내용을 선별해 엮은 책이다. 故 이어령(문화평론가), 파스칼 브뤼크네르(소설가이자 철학자), 찰스 핸디(경영사상가) 등 시대의 어른들과 이민진(작가), 다니엘 핑크(미래학자), 폴 파랑(심리학 교수), 수전 케인(작가), 도리스 메르틴(작가)과 같은 주목받은 지성인, 전문가 18인의 깊고도 진솔한 인터뷰로 구성돼 있다.
오종한 대표변호사는 “국내외 석학 또는 각자의 분야에서 성취를 이룬 18명을 저자가 인터뷰하면서 각자가 바라보는 인생의 지혜와 깨달음에 대해 대화체로 정리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며 “현자들이 던져주는 촌철살인의 값진 메시지들은 물론이고 질문하는 능력 또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장 인상 깊은 구절로는 책 속 도리스 메르틴 작가 인터뷰 중 ‘탁월함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불완전해도 과감하게 시도해보고, 모른다고 인정하고, 타인의 요구에 반응해서 방향을 수정하는 등 모든 형태의 포용 능력이다’라는 말을 꼽았다.
“탁월성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공감이나 정서적 포용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탁월함의 결정 주체와 기준도 결국 고객이라는 구절은 전문가 집단에서 꼭 새겨야 할 지침이라고 생각한다”는 게 이유다.
변하지 않는 것이 불확실한 미래 가늠할 열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이때 CEO 상당수는 ‘변하지 않을 것’에 주목했다.
설문에 응답한 CEO 가운데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 김창수 에프앤에프 회장 등 4명이 ‘불변의 법칙(모건 하우절 지음)’을 첫손에 꼽았다. 김창수 회장은 임원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돈의 심리학’의 저자인 모건 하루절은 사람들은 무엇이 변할 것인지에 대해 늘 관심을 두지만,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워런 버핏의 스니커즈, 빌 게이츠의 숨겨진 불안, 유발 하라리가 뜻밖의 비난을 받은 이유, 하워드 슐츠의 후회, 게임스톱 사태의 보이지 않는 변수, 벌지 전투의 최후, 마술사 후디니의 죽음 등 흥미로운 일화들을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 양식이 어떻게 반복되고, 1000년 후에도 유효할지 들려준다.
워런 버핏의 일화를 예로 들어보자.
어느 날 워런 버핏의 지인이 그에게 “경기가 회복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버핏은 되물었다. “1962년에 가장 많이 팔린 초코바가 뭔지 알아요?” “모르겠는데요.” “스니커즈였어요. 그럼 요즘 가장 많이 팔리는 초코바는 어떤 걸까요?” “모르겠어요.” “그것도 스니커즈예요.” (침묵) 이 간단한 대화 속에서 버핏은 “불확실한 앞날을 예측하려는 어설픈 시도를 멈추고, 결코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런 일화 속에서 저자는 인간사를 꿰뚫는 통찰과 삶의 교훈도 구슬처럼 꿰어낸다.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것은 스토리며,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정확성이 아닌 확실성이라는 원칙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1% 리스크의 거대한 영향, 기대치와 현실의 지렛대, 확률과 확실성의 비밀, 불완전함의 유용성, 통계보다 강력한 스토리의 힘, 1초의 실수가 100년의 업적을 무너뜨리는 과정 등 에피소드 앞뒤로 절묘하게 녹여낸 ‘불변의 법칙 23가지’가 등장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술은 사라지지 않고 발전한다’는 원칙을 알면 불확실한 미래를 어떻게 대비하면 될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며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변하지 않을 원칙을 찾아 시야를 확대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워런 버핏의 스니커즈 일화, 빌 게이츠의 불안 등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통해 인간의 본질과 경영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그는 특별히 ‘진정한 장기적 사고를 하려면 인내심과 고집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구절이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변하지 않는 본질과 그 외의 것을 구분하는 통찰력이야말로 경영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박수호·정다운·반진욱·조동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1호 (2024.08.07~2024.08.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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