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 불확실성 확산에, 정부 "정책 대응 역량 충분"
미국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 우려에 국내 증시가 출렁이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6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증시 폭락에 대해 “아시아 증시가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에 있다”며 “대외 충격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대해 충분한 정책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김병환 금융위원장·이복현 금융감독원장·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참석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에서다.
참석자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미국의 7월 고용지표 부진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 부각 ▶주요 빅테크 실적 우려와 밸류에이션 부담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후 ‘엔캐리 트레이드(저렴한 엔화로 사들인 해외 자산을 되파는 현상)’ 청산 ▶중동지역 불안 재부각 등을 꼽았다. 다만 미국 시장의 평가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아시아 증시가 먼저 개장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는 점도 주목했다. 과거 주식시장 급락 시에는 실물·주식·외환·채권 시장에 실질적인 충격이 동반됐던 반면 이번에는 주식시장만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 한정된 일시적 현상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미다. 참석자들은 “외환·자금시장도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시장 참가자들이 지나친 불안 심리 확산에 유의하며 차분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화되면 韓 실물경제도 흔들
이날 국내 증시는 다시 반등하며 진정세를 보였다. 전날 역대 최저인 234.64포인트(8.77%)가 빠져 2400대로 주저앉았던 코스피는 지수는 이날 80.60포인트(3.3%) 오른 2522.1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급반등해 41.59포인트(6.02%) 오른 732.87로 마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시적 현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의 민감도가 매우 높아졌다는 걸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작은 트리거에도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고 중동 지역 전쟁이 확대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실물경제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불안감이 현실이 된다면, 가장 큰 걱정은 ‘수출’이다. 대미 수출은 지난해부터 미국의 견조한 소비와 투자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7월 대미수출은 102억 달러로 역대 7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12개월 연속으로 월별 최대 실적이다. 수출은 내수 부진으로 위기를 맞은 한국 경제를 힘겹게 떠받쳐왔기에 타격을 받을 경우 하반기 경제 전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간신히 잠잠해진 물가도 변수다. 7월 물가상승률은 2.6%로 안정세를 이어갔지만, 중동지역 위기감 고조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한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튈 수 있다.
여름휴가 중인 윤 대통령 “긴밀한 대응” 지시
정부는 향후 높은 경계심을 갖고 시장 변동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향후 중동 지정학적 불안 재확산, 미국 대선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당분간 24시간 합동 점검 체계를 지속해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긴밀히 공조해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관계부처에게 기민한 대응을 지시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휴가 중임에도 불구하고 주가·환율 등 시장지표 전반에 대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보고받았다”며 “관계기관들의 '긴밀하고 선제적인 공조 대응'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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