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기 왔다" 벼르는 집주인…전셋값 상승 부채질한 이 법

김원 2024. 8. 6. 16: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전·월세 등 아파트 매물 시세가 게시돼 있다. 2024.7.4/뉴스1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2주 연속 상승(한국부동산원 주간 조사)하는 가운데, 전셋값(전·월세 임대료)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지목된다. 이달 말이면 2020년 8월부터 시행된 ‘임대차 2법’ 시행 4년을 맞는데, 한 차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물량이 시장에 대거 풀리면서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6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에게 제출한 전·월세 계약 신고자료를 분석한 결과, 2년 전인 2022년 하반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서울 전·월세 계약은 2만3003건으로 나타났다. ‘임대차 2법’에 따라 임차인은 2년 계약 만료 후 계약갱신권을 보장받고(계약갱신청구권), 갱신 계약 시 5% 이내 인상한 가격을 적용(전월세상한제)받을 수 있다.

이처럼 현재 4년(2+2년) 만료 계약이 꾸준히 도래하고 있는데, 그동안 전셋값을 5% 이상 올리지 못한 일부 집주인들 사이에서 신규 계약을 통해 이를 한꺼번에 올리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4년 계약 만기가 도래한 전세 매물의 가격이 한꺼번에 뛰면 전셋값을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여러 채널을 통해 ‘임대차 2법’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임대차 2법’ 최근 전셋값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월세 계약이 특정 시점에 몰려 있지 않고 분산된 데다, 계약갱신청구권 소진 물량이 앞으로 줄어드는 추세라 향후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전·월세 갱신계약 가운데 갱신권 사용 비중은 2022년 8월까지 60%대를 유지하다가 전셋값이 하락하며 2022년 12월 30%대로 떨어졌다. 이 비중은 올해 2월 27.3%까지 내려왔다. 갱신권 사용 물량 역시 2022년 3분기 1만3802건, 4분기 9201건, 지난해 1분기 6100건, 2분기 5881건, 3분기 4905건 등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최근 전셋값 상승 원인은 ‘임대차 2법’보다는 주택공급 부족 우려, 전세 사기에 따른 빌라·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기피 현상 등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제 제도 시행 4년 차로 임대차 2법이 전·월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에는 오래된 이슈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의지대로 제도를 폐지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 정부에서 ‘임대차 2법’을 도입한 야당은 오히려 임차인 보호 강화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국토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 54.1%가 현행 계약갱신요구권 유지에 찬성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2월 ‘임대차 2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폐지 명분도 사실상 약해졌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2법의 완전 폐지보다는 시장 불안을 최소화할 보완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갑작스러운 폐지는 시장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제도는 유지해 임차인의 주거 안정 기반은 마련하되,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5% 상한 요율을 개정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당장 임대차2법을 폐지하면 시장에 더 큰 혼란을 줄 것”이라며 “계약갱신청구권 기간을 '2+1년'으로 변경하거나 서민 보호를 위해 일정 금액 이하 주택에만 적용하는 등의 보완책을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