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병원 요청 환자, 상급병원서 최우선 진료…"경증은 비용 부담↑"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같은 권역 내 병원들이 협력해 환자를 체계적으로 의뢰·회송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상급병원이 진료협력병원에서 요청한 환자를 가장 먼저 진료하는 식이다. 반면 경증 환자가 상급병원을 이용하면 본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6일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을 열고 이런 계획을 밝혔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료개혁의 세부 방안을 논의 중인데, 상급병원 구조 전환을 비롯한 1차 개혁안을 이달 중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을 시작으로 매주 논의 진행 상황을 발표하기로 했다.
상급병원은 중증질환에 대한 어려운 의료행위를 제공하는 게 본래 취지다. 하지만 그간 중증 환자 비중은 평균 50% 안팎에 불과했다. 1·2차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한 경증 환자도 이들 병원으로 쏠리면서 병원 기능이 왜곡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상급병원을 중증 환자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2027년 제6기 상급병원 지정 시 중증 기준인 '전문진료질병군 입원환자' 비율 하한선을 적정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현재는 해당 비율이 34% 이상이면 됐는데, 앞으로는 이보다 많은 중환자를 봐야 상급병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50% 수준인 중증환자 비율도 3년 내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정 단장은 "병원마다 큰 차이가 있어 아직 30%에 머물러있는 기관이 있다"면서도 "입원료와 중환자 수가 등이 충분한 수준으로 올라간다면 병원들도 중증환자 위주로 기능을 개편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중증 환자 중심으로 가려면 좁은 범위의 전문진료질병군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극 수렴하기로 했다. 정 단장은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등에서 치료받는 중증 소아, 중증 암을 로봇 수술로 치료하는 경우 등도 중증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권역 내 병원들이 환자를 체계적으로 의뢰·회송하는 '전문 의뢰·회송 시스템'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이하 환자들이 믿고 갈 수 있는 지역의 진료협력병원을 육성하는 한편, 환자가 중증이 되면 상급병원으로 빠르게 옮길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상급병원을 이러한 시스템의 중추 병원으로 육성하게 된다.
다음 달 중 시작될 예정인 상급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선 상급병원을 중심으로 10개 이상의 진료협력병원이 네트워크를 꾸리도록 지원한다. 그리고 협력병원이 상급병원으로 환자 이송을 의뢰할 경우 최우선으로 진료받도록 일종의 ‘패스트트랙’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EMR(전자의무기록) 연계를 통해 협력병원끼리 환자 진료정보도 쉽게 전송·공유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역에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환자도 서울로 향하는 현상도 점차 바꿔가기로 했다. 서울 대신 지역 내 상급병원으로 유인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식이다. 정 단장은 "현재는 어느 권역에서 진료 의뢰를 하든 의뢰 수가를 받는 체계인데, 앞으로는 권역 내 상급병원으로 의뢰했을 때 수가 등을 높여주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 측면에선 권역 내 의료를 이용했을 때 이용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환자들이 자신의 중증도와 질환에 적합한 의료를 이용하도록 비용 구조도 점검한다. 정 단장은 "중증 환자가 상급병원을 이용했을 때 비용 부담을 낮추고, 반대로 경증 환자가 그에 맞지 않는 의료 이용을 했을 때 비용 부담을 바꾸는(늘리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며 "환자·소비자단체 등과 여러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급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도 계속 낮출 계획이다. 정 단장은 "평균 약 40%를 차지하는 전공의 근로 의존도를 20% 이하로 줄여가겠다"면서 "전공의 1명이 입원환자 40명을 보는 곳도 있고 굉장히 편차가 크다. 현장 의견을 수렴해 전공의 당 환자 수 기준도 설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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