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1st] "갤러거 판매? 첼시가 아니라 PL 규정 문제" 갑부구단의 칭얼거림에서 찾을 수 있는 PSR의 맹점

김희준 기자 2024. 8. 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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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초 마레스카 첼시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코너 갤러거(첼시).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의 수익성 및 지속가능성 규칙(PSR)의 맹점을 첼시 이적시장을 통해 엿볼 수 있다.


6일(한국시간) 엔초 마레스카 감독은 프리시즌 경기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코너 갤러거를 판매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첼시 문제가 아니라 규정 문제다. 구단은 PSR을 지키기 위해 선수를 팔아야만 한다. 첼시가 아닌 PL 전체의 문제"라며 PSR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PSR은 잉글랜드 프로 축구에 적용되는 규정으로 PL에서 세 시즌을 치른 구단 기준으로 1억 500만 파운드(약 1842억 원) 이상 손실을 기록하면 안 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장부상 2023-2024시즌은 6월 30일에 마무리되기 때문에 지난 6월까지 PL 구단들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판매해 손실액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첼시는 2024-2025시즌을 대비해 갤러거 등을 추가로 판매해 손실액을 낮추고자 한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마레스카 감독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첼시가 선수를 팔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첼시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첼시는 토드 볼리 구단주 부임 후 모든 이적시장에서 12억 685만 유로(약 1조 8,170억 원)를 사용했다. 이 모든 지출이 불과 다섯 번의 이적시장에서 이뤄졌다. 다른 팀은 엄두도 못낼 금액이다. 그나마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전임 구단주가 후임을 위해 구단 관련 재정을 말끔히 정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히려 이 정도 금액을 감수할 수 있는 첼시가 PL에서도 특별한 위치에 있다고 해석해야 함이 옳다. 에버턴, 노팅엄포레스트 등 중소 구단은 이미 PSR에 저촉돼 승점 삭감 징계를 받았다. 올 시즌 승격하는 레스터시티도 같은 이유로 승점 감점이 유력하다. 갤러거를 판매하게 만드는 규정이 문제라는 마레스카 감독의 말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그렇다고 PSR이 완전무결한 규정인가 하면 오히려 아닌 편에 가깝다. 첼시는 갤러거뿐 아니라 메이슨 마운트, 루벤 로프터스치크, 이안 마트센, 루이스 홀, 오마리 허친슨 등 유소년 출신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판매해왔다. 영입 이적료가 0원으로 책정되는 성골 유스를 판매하면 이적료 전액이 고스란히 장부에 수익으로 기재되기 때문이다. 즉 유소년 출신 선수를 이적시키는 게 가장 많은 이문을 남기는 행위다.


키어넌 듀스버리홀(당시 레스터시티). 키어넌 듀스버리홀 인스타그램 캡처

첼시 같이 유소년 시스템이 매우 잘 정비돼있고, 수준급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경우에는 이런 방식으로 유소년 선수가 유출돼도 큰 문제가 없다. 하위 구단은 사정이 다르다. 유소년 시스템이 빅클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규정 준수를 위해 유소년 선수를 팔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보다 높다. 승격을 확정지었음에도 키어넌 듀스버리홀을 첼시에 팔아야만 했던 레스터시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하위 구단은 상위 구단에 비해 수입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중계권료를 균등하게 배분하는 PL조차도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하위 구단이 PSR에 신경쓰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란 어렵다. 노팅엄이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다가 승점 삭감 징계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상위 구단이라 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의 투자를 받는 뉴캐슬유나이티드조차 PSR을 지키기 위해 선수를 팔아야 했을 정도다. 하위 구단과 상위 구단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 오히려 하위 구단과 상위 구단의 격차를 벌리는 역할을 한 셈이다.


PL 등 잉글랜드 프로축구계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2025-2026시즌부터는 유럽축구연맹(UEFA) 규정을 차용해 유럽대항전에 참여하는 구단은 선수단과 코치진 임금, 이적료 등 지출이 총 수익의 70%, 나머지 구단은 85%를 넘지 않아야 하는 걸로 바뀐다. 그러나 해당 규정 역시 상위 구단이 하위 구단에 비해 지키기 쉬운 게 사실이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속가능성에 집중해 급속한 발전을 상당 부분 막아버리는 규정이라는 건 변함이 없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키어넌 듀스버리홀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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