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폭탄급, 술자리도 줄어"…중국 1.4억명 홀린 '관단' 뭐길래
중국 공직사회와 금융계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카드게임을 두고 중국 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관영 매체가 일 할 의지를 갉아먹는 “탕핑(躺平·드러눕기) 문화의 새로운 변종”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국 관영 베이징청년보는 지난 5일자에서 “일부 지역에서 카드게임 ‘관단(摜蛋)' 중독이 이미 간부의 업무 태도를 갉아먹는 ‘마약 폭탄’이 됐으며, 일부 당원 간부는 게임에 빠져 스스로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가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일부 부처에선 관단을 하지 못하면 동료와 어울리지 못하는 ‘사교 장벽’이 됐으며, 일부 기업의 경영자는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 관단을 이용해 정부 관리의 관심을 알아낼 기회를 찾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는 관단은 동부 연안의 장쑤(江蘇)성 화이안(淮安)에서 생겨났다. 현지 사투리로 '깨다''부수다'는 뜻의 ‘관(摜)’과 달걀을 의미하는 '단(蛋)'을 합친 단어다. 이런 '계란 깨기'란 명칭은 플레이어가 손에 쥔 카드를 판에 던진다는 데에서 유래했다. '브릿지'와 비슷하게 4명이 각각 2명씩 팀을 구성해 트럼프 카드 2세트를 나눠 가진 뒤 숫자가 높은 카드로 상대 카드를 제압하는 식으로 게임은 진행된다. 손에 쥔 카드를 먼저 모두 던지는 팀이 승리한다.
관단은 지난해부터 장쑤성을 시작으로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1억4000만명의 애호가가 즐긴다는 비공식 통계도 나왔다. 지난 1월엔 상하이에 공식협회가 설립되기도 했다. 카드 제조업체인 야오지(姚記)는 관단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카드 판매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10억9000만 위안(2095억원)에 달했다. 이 게임의 인기로 기업인들의 술자리가 줄면서 대표적인 중국 명주인 '마오타이(茅台)'의 가격까지 끌어내렸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일각에선 미·중 관계의 악화로 외국 자본의 중국 투자가 줄어든 것을 관단의 갑작스러운 인기와 연결시키기도 한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와 방위산업 프로젝트 자금을 유치하려는 한 은행가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관료들이 관단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도 그들과 같이 즐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관단 열풍이 대학가까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월 루슝원(陸雄文) 푸단대 관리학원(MBA) 원장은 졸업 축사에서 “관단 열풍이 양쯔강 남북을 휩쓸면서 사회가 동력을 잃고, 기업가 정신을 갉아먹는 도피 풍조이자 퇴폐 풍조가 됐다"고 일갈했다. 베이징청년보는 "코로나19 이후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자포자기식 ‘탕핑 문화’의 새로운 변종"이라며 "노력하려는 열정은 게임에 빠져 사라지고, 적극적인 의지는 오락에 심취해 잃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난이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다. 산둥성 기관지 대중일보는 루 푸단대 MBA 원장의 발언을 두고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칭일보는 지난달 23일 '관단이 정말로 기업가 정신을 갉아먹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기업가들이 관단에 열광하는 이유는 '수행 승려' 같던 과거 경영자들과 달리 최근 기업가들이 분투의 가치와 분투의 결실을 즐기는 방법을 모두 잘 알고, 업무와 생활의 균형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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