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혜리·임영웅... 스타들의 스태프 사랑이 씁쓸한 까닭
[김종성 기자]
수상 소감을 발표할 때 '스태프'에게 공을 돌리는 스타들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으레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스타의 고마움과 애정이 느껴져 뭉클해지기도 하다.
지난 4일, 인스타그램에 배우 겸 가수 아이유를 '칭송'하는 글이 게시돼 화제가 됐다. 아이유가 '2024 아이유 HEREH 월드투어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귀국하는 길에 100여 명이 넘는 스태프를 위해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제공했다는 거였다. 스태프들은 비즈니스석 인증 사진을 올리며 "(그녀가) 스태프들 고생했다며 끊어줬다. 그녀의 이름은 아이유"라며 감동을 표현했다.
▲ 지난해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린 영화 '드림'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아이유 |
ⓒ 연합뉴스 |
아이유의 스태프 사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1년간 드라마 촬영을 함께 한 스태프 전원에게 76만 원 상당 고가의 헤드폰을 선물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달에는 오사카에서 열린 월드 투어 공연 중 고생하는 스태프들을 위한 밥차를 준비했다.
아이유뿐이 아니다. 지난 5일, 신동엽은 자신의 유튜브 웹 예능 '짠한형 신동엽'에 출연한 혜리의 미담을 공개했다. 두 사람이 함께 진행한 '놀라운 토요일'에서 혜리가 하차할 때, 혜리가 회식을 주최하며 모든 스태프를 초대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혜리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총 수천만 원가량의 상품을 내걸었는데, 혜리는 이 상품들이 연예인 출연자들이 아닌 스태프에게 돌아가게 했다고 한다.
또 배우 고윤정은 의료계 전공의 파업으로 방영이 무기한 미뤄진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마지막 촬영 날 간식차를 제공했다. 80명이 넘는 스태프의 얼굴을 스티커를 제작해 직접 음료를 나눠줬다 알려졌다. 스태프 한 명 한 명을 기억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에 스태프를 향한 고윤정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유재석의 미담은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챙기기 어려울 지경인데, 지난달 31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배우 조정석이 하나 더 추가했다. 그는 "재석이 형이 영화 '파일럿'에 출연했는데, 출연료를 안 받겠다고 해 스태프들은 장학금처럼 사용했다"고 했다. 가수 임영웅 역시 지난 2021년 지상파에서 진행한 자신의 단독 공연 출연료 전액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 스태프에게 전했다는 사실이 얼마 전 알려져 화제가 됐다.
▲ 유튜브 갈무리 |
ⓒ 신동엽의 짠한형 |
이렇듯 고생하는 스태프를 살뜰히 챙기는 스타들의 행동은 분명 좋은 일이다. 알려야 할 선행이고, 따뜻한 미담이다. 하지만 '스타 몇 명의 선행을 칭찬하는 걸로 끝날 일인가'라는 회의가 든다. 뒤집어 생각하면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고생하는 만큼 제대로 된 대우를 못 받는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스타들의 선행이 강조될수록 스태프의 열악한 처우는 잊힌다.
영화 제작 현장은 표준계약서가 자리 잡으면서 노동권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주 52시간을 넘어서고 임금은 3년간 정체 상태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지난해 7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월간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영화 스태프 노동자들은 초저임금에서 벗어났지만 실질임금으로 보면 지난해 임금이 4년 전보다도 작아졌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한 결과(2020년 기준) 스태프 실질임금이 2018년 2883만 원에서 2년 뒤 3001만 원으로 올랐다가 2022년 2804만 원으로 외려 뒷걸음질했다.
방송 미디어 쪽 사정은 훨씬 더 암울하다. 지난달 24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더불어민주당 강유정·이기헌·이용우 의원실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질주를 멈춘 K콘텐츠 산업 그리고 방송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방송미디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평균 4개월 실업 상태에 놓였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또, 4명 중 1명은 서면 계약 없이 일하고 있었다.
지난 2019년 뮤지컬, 연극, 발레, 무용 등 공연예술 무대 장치(무대기술·소품·의상·조명·음향 등)를 담당하는 스태프의 열악한 처우 및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표준계약서 2종이 새롭게 마련됐지만, 현실은 충분히 개선되지 못한 셈이다. 앞서 임영웅의 공연 무대를 제작했다고 밝힌 한 스태프는 당시 월급 200만 원을 받았고, "일정에 맞춰 세트를 만드는 게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스타들의 스태프 챙기기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다만, 처우 개선이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선행'만 강조되는 건 씁쓸한 일이다. 자칫 스태프들의 열악한 현실이 감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선물이 아닌 스타들의 마음 씀씀이가 스태프 처우 개선을 위해 쓰이면 어떨까. 이들이 스태프의 제도적 정비에 힘을 싣는다면, 장기적으로 스태프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파일럿' 혹평한 남자들, 이게 딱 한국의 현실이다
- 손흥민 10대 때 보는 듯...'만능형 플레이어' 양민혁의 역대급 잠재력
- '조선의 돼지들' 멸시 받은 여공들은 이렇게 버텼다
- 이대호·니퍼트도 소용없었다, 롯데 2군의 놀라운 패기
- 배드민턴협회에 직격탄 날린 안세영, 이런 배경 있었다
- 거제 만년 꼴지 축구팀이 4강에, 90년대 향수는 덤
- 윤석열 정부 때문... 역대급 흥행에도 마음 무거운 영화제
-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비리경찰, 전도연의 서늘한 복수전
- "나 정도면 괜찮지" '가부장적' 남자가 여장 후 깨달은 것
- 멀쩡한 건물 헐어서 공공임대주택 공급? 주민들 "황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