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 사업' 공작 목적" 정보사 내홍에 민감 내용까지 수면 위로
국군의 해외 첩보 기관인 국군정보사령부 수장과 정보사의 핵심 조직인 ‘휴민트(HUMINT, 인간정보)’ 정보여단장이 내부에서 충돌하며 정보사의 기밀 공작 방식, 코드 네임까지 전방위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로전 수준의 갈등이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는 등 군무원의 '블랙 요원' 정보 유출 사태 이상의 심각성을 지닌다는 지적이다.
6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여단장의 고소장 등에 따르면 정보사 A사령관(소장·육사 50기)과 B여단장(준장·육사 47기)은 올해 1~2월 쯤부터 정보사 출신 예비역 단체 ‘군사정보발전연구소’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B여단장은 대북 휴민트 공작을 총괄 지휘하는 자리로, 해당 단체에게 서울 충정로의 정보사 영외 사무실(오피스텔)을 최소 월 1회 사용하게끔 했다고 한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A사령관은 법무실 검토를 거쳐 “상관의 승인 없이, 목적 외로 사무실을 무단 사용했다”며 B여단장을 질책했다.
이런 과정에서 B여단장은 A사령관이 기물을 자신에게 던졌다며 폭행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B여단장의 언행이 군 형법상 상관 모욕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B여단장은 고소장에서 "해당 단체는 정보사의 기획 공작인 ‘광개토 사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사령관을 설득하고자 노력했다"며 “올해 5월 22일 사령관 사전 보고에서 '다음 보고 시 광개토 기획 사업을 문서로 구체화하고 해당 영외 사무실에 여단 공작팀을 상주시키는 방향으로 사무실 지원에 대한 정당성과 명분을 보강하는 쪽으로 보고를 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인 23일 여단 참모 회의에서 ‘광개토 기획사업계획을 구체화해서 작성할 것과 해당 오피스텔 상주 공작팀 구성’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상관을 폭행으로 고소하는 과정에서 ‘광개토 기획 사업’이라는 극비 공작사업의 코드 네임과 추진 경과, 보고라인까지 고소장을 통해 노출한 것이다. 광개토 사업의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지만, 명칭으로 미뤄 중국 지역 등을 겨냥한 대북 공작 기획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여단장 측은 이와 관련 “(해당 사업은)2월부터 5가지 관련 비문(祕文)에 기초해 진행된 공작”이라면서 공작 임무를 위해 영외 사무실을 용하거나 민간 연구소를 활용하는 것이 “인프라 확보에 도움을 준다”고도 설명했다.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태가 개인의 비위였다면, 이번 일은 정보사 지휘관들끼리 공작 방식 등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더욱 심각하다는 말도 나온다. 전직 정보사 관계자는 “정보사 공작은 보안이 핵심으로, 존재조차 비밀에 부쳐져야 하는 일”이라면서 “사령관과 여단장의 갈등이 알려지고 공작명까지 거론되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라고 말했다.
실제 정보사의 휴민트 공작, 부대 관련 정보는 정보사 외 군 관계자들도 접근이 불가능한 정보다. 이들의 신원은 군 내부망에서도 검색이 차단돼 있을 만큼 엄격하게 관리된다.
특히 B여단장은 “광개토 기획 사업은 국방부 장관에게 독대 보고해 이미 추진 중이었던 사안”이라고도 주장했다. 정보사령관의 승인 없이 신원식 장관의 승인 하에 해당 공작이 이미 진행 중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공작 업무 특성상 사령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장관에게 독대 보고한 것을 사령관이 나중에 알았고, 이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며 "공작 비전문가의 이야기만 듣고 관련 근거에 의해 진행 중인 공작 업무에 사령관이 무리하게 관여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정보사 임무 특성상 장관에게 직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 장관은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B여단장이 주장하는 사업에 대해 보고 받은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A정보사령관은 B여단장의 주장과 관련해 중앙일보에 “현재 답변이 제한되나, 상식 선에서 생각하면 될 것”이라면서 “규정과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는 점은 분명하다”라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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