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불가피' 머스크 발언에 英 반박…SNS 책임 갈등 이어질듯

조슬기나 2024. 8. 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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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은 불가피하다(Civil war is inevitable)." 영국에서 격화하고 있는 극우 폭력 시위를 두고 엑스(X·옛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올린 글이다. 이번 사태가 단시간에 악화한 배경으로 X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지목되는 가운데 영국 총리실은 즉각 머스크 CEO를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온·오프라인을 불구하고 이러한 폭력을 조장하는 이들은 누구나 감옥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하며 SNS 책임 논란을 둘러싼 양측 갈등도 심화할 전망이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전날 X 계정에 "내전은 불가피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하루 뒤인 이날에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이슬람 사원과 무슬림 공동체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힌 성명 내 문장을 인용해 "'모든' 공동체에 대한 공격에 대해 걱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재차 비판했다. 앞서 머스크 CEO는 유럽에서도 내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여러 번 주장했던 인물이다.

영국 총리실은 머스크 CEO의 내전 발언이 나오자마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스타머 총리의 대변인인 데이브 파레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런 발언을 정당화할만한 근거가 없다"면서 "우리가 이 나라에서 보고 있는 것은 조직화된 폭력이며 이는 거리든, 온라인이든 설 자리가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온라인에서 폭력을 조장한 이는 누구나 법의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태가 악화한 배경으로 SNS의 선동성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X의 소유주인 머스크 CEO가 오히려 폭력을 조장할 수 있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고 있음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머스크 CEO가 이번 시위와 관련한 온라인 콘텐츠에 동조하며 선동적인 콘텐츠가 퍼지도록 일조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가 퍼 나른 콘텐츠 중에서는 영국 극우 운동가인 토미 로빈슨이 올린 폭동 영상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총리실의 강경 발언 이후에도 머스크 CEO는 X계정에서 영국 정부를 겨냥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가디언은 "X 소유주(머스크)는 이날 밤에도 다시 스타머 총리를 비판했다"면서 "폭력에 대한 선동적 글에 댓글을 달거나 느낌표를 붙여 확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영국에서는 지난달 말 리버풀 인근 사우스포트의 어린이 댄스 교실에 침입한 범인이 흉기를 휘둘러 어린이 3명이 숨진 사건 이후 극우 폭력 시위가 확산한 상태다. 앞서 범인의 신원이 이슬람계 이민자인 ‘알리 알샤카티’이며 범행 전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쳤다는 근거 없는 글이 SNS에 퍼지면서, 반이슬람, 반이민을 주장하는 극우파의 폭력 시위가 촉발됐다. 이는 모두 거짓 정보였지만 당국의 확인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는 시위대의 상점 약탈, 방화, 공격, 경찰 폭행 등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전국경찰서장협의회(NPCC)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체포된 사람은 현재까지 378명에 달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극우 성향의 유명인들이 SNS에 공유한 글들은 허위 정보로 촉발된 폭력 시위를 부추기는 기름 격이 됐다는 평가다. 머스크 CEO가 퍼다른 콘텐츠 게시자인 극우 운동가 토미 로빈슨이 대표적이다. 극우 단체 ‘영국수호리그’(EDL)의 공동설립자인 로빈슨은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인물이다. 과거 트위터는 로빈슨의 계정을 폐쇄했지만, 머스크 CEO는 자신이 트위터를 인수한 후 이를 복원하고 그와 교류를 이어왔다.

현재 영국 정부는 SNS상 유포되는 선동적인 콘텐츠에 대한 엄격한 단속 방침을 밝힌 상태다. 스타머 총리는 긴급안보회의 직후 "폭력을 선동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관계없다"며 SNS상 선동적인 글도 체포, 기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피터 카일 기술혁신과학 장관은 엑스, 유튜브, 메타플랫폼, 구글, 틱톡의 경영진과 각각 만나 관련 대응을 요구했다.

다만 머스크 CEO와 영국 총리실 간 충돌은 SNS에서 이러한 선동적인 폭력 게시글이 퍼지는 것을 막겠다는 정부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스카이 뉴스는 "SNS기업들이 폭력을 조장하는 유해한 콘텐츠를 삭제하도록 더 많은 책임을 지우게 하려는 영국 정부의 노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폴리티코 유럽은 "영국 정부가 SNS기업에 범죄 게시글을 삭제하고 책임지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도구가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뉴스위크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강경 대응하겠다는 영국 총리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영국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머스크 CEO의 내전 게시물은 법적 조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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