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죄명으로 기소된 17세 소년…대법 "감경 안 해도 위법 아냐"
48회에 걸친 특수절도 내지 특수절도미수, 사기 등 모두 11개의 죄명으로 기소된 17세 소년에게 소년법상의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소년법 제60조 2항이 '소년의 특성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 소년에 대해 반드시 형을 감경하도록 필요적 감경사유로 정하지 않고, 임의적 감경사유로 규정한 만큼 소년에 대해 형을 감경할지 여부는 법원의 자유재량이라는 이유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특수절도 등 11개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19)의 상고심에서 이씨에게 징역 장기 3년, 단기 2년과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11일 확정했다.
소년법 제60조(부정기형) 1항은 '소년이 법정형으로 장기 2년 이상의 유기형(有期刑)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 형의 범위에서 장기와 단기를 정하여 선고한다. 다만, 장기는 10년, 단기는 5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소년법 제60조 2항에 의한 형의 감경은 필요적인 것이 아니고 법원의 자유재량에 속하는 임의적인 것에 불과하므로, 소년법상 소년에 해당하는 피고인에 대해 원심이 위 법조에 의한 감경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잘못이 없다"라며 "따라서 원심판결에 소년법상 감경사유에 관한 심리미진,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씨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만 17세였던 2022년 6월부터 10월까지 주로 새벽에 인천 서구의 지하 주차장을 돌며 잠기지 않은 차량의 문을 열고 들어가 내부에 보관된 지갑을 훔치는 등 48회에 걸쳐 총 3700만원 상당의 재물을 훔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았다.
또 이씨는 주차된 차나 오토바이를 훔쳐 운전하거나 면허가 정지된 상태에서 차를 운전한 혐의, 교통사고를 내 동승한 여성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고 도주한 혐의도 받았다.
이 밖에도 이씨는 주운 신용카드로 핸드폰 2개를 구입하고, 택시요금을 지불할 수 있는 현금이나 카드가 없는 데도 택시를 탄 혐의와 35만원 상당의 모니터를 손괴한 혐의, 40대 남성을 폭행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상, 특수절도, 특수절도미수, 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 재물손괴, 자동차불법사용, 폭행, 점유이탈물횡령,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등 11개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 법원은 이씨의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인정, 이씨에게 징역 장기 3년, 단기 2년과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2023년 12월 1심 선고 당시 이씨는 유사한 범행으로 같은 해 3월 7일 인천가정법원에서 제10호 보호처분(장기 소년원 송치) 결정을 받은 상태였다. 재판부는 이씨가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고, 일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씨의 죄질에 비춰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뒤늦게나마 반성하고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피고인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러 왔고, 이 사건 범행의 횟수, 내용, 피해자의 수와 피해금액 등에 비춰 그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 또 대부분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서 본 유리한 정상들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1심의 형이 너무 과하다'며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 법원 역시 1심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의 양형심리 과정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 법정형과 처단형의 범위 등을 종합해 볼 때 원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형부당의 사유는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면서 이미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당심에서 피고인의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할 새로운 정상이나 사정변경도 없다"고 했다.
2심 재판 진행 과정에서 추가적인 피해자와의 합의나 처벌 불원 의사표시가 있었지만 재판부는 "각 범행의 내용과 피해 정도, 피고인의 이 사건 전체 범행의 내용 및 각 죄의 경중, 범행횟수, 전체 피해자의 수 및 피해액 등을 고려해 볼 때 이를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형을 변경할 유의미한 사정변경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2심 재판부가 소년법상 감경을 하지 않아 잘못됐다는 이씨 측 상고이유에 대해서는 해당 감경사유는 임의적 감경사유이기 때문에 법원의 자유재량에 속한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또 '2심의 양형판단에 죄형균형의 원칙 내지 책임주의 원칙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위법이 있다'는 상고이유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상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는 경우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한정된다는 이유로 배척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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