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지지' 후보 확정 해리스, 부통령 고심…밴스는 '맞불 유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5일(현지시간) 대의원 온라인 호명투표에서 99%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민주당 대선 주자로 공식 확정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민주당은 해리스를 대선 후보로 선출하기 위한 5일간의 호명투표를 이날 종료했고, 유일한 후보로 이름을 올린 해리스가 참가 대의원의 99%에 달하는 4600여명의 지지를 얻었다. 민주당은 오는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해리스를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할 예정이다.
다만 해리스는 당초 이날 후보 공식화와 함께 발표하려던 부통령 러닝메이트 후보 지명을 다음날로 미뤘다. 부통령 후보 인선을 놓고 해리스가 당내 이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J.D. 밴스 상원의원은 6일 해리스가 부통령 후보와 처음으로 함께 유세를 펼칠 예정인 펜실베이니아에서 먼저 유세를 펼치겠다며 ‘맞불’을 놨다.
美언론 “2명 압축”…해리스측 “아니다”
CNN과 로이터 등 미국 언론들은 해리스의 부통령 후보 지명이 늦어지자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와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등 2명으로 후보가 좁혀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최종 3인’으로 거론되던 마크 켈리 상원의원(애리조나주)은 후보에서 제외됐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해리스 캠프의 케빈 무노즈 대변인은 소셜미디어에 “해리스는 아직 러닝메이트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리스는 이르면 이날 저녁, 늦어도 펜실베이니아 유세가 예정된 6일 오전 최종 지명자에게 지명 사실을 통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리스가 러닝메이트를 직접 발표할 때까지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최종 후보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셔피로·월즈 주지사 모두 이날 부통령 후보 지명과 관련한 질문에 완전히 입을 닫았다.
“셔피로 여전히 유력”…노조 등 공개 반대
현지 소식통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60~70% 이상 셔피로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며 “다만 막판까지 조율이 이뤄지는 것은 셔피로에 대한 반대 여론을 수습하거나 조율하는 과정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종 결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현재 판세를 기준으로 만약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가 승리해 이곳에 배정된 19명의 선거인단을 독식할 경우 11월 대선에서 승기를 굳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양측은 11월까지 펜실베이니아에 2억1000만 달러의 광고비를 책정했다. 두번째로 많은 미시간에 투입되는 9900만 달러의 2배가 넘는다.
민주당 안팎에선 대대적 광고 집행에 이어 펜실베이니아에서 지명도가 높은 셔피로를 러닝메이트로 내세워 펜실베이니아와 인근 위스콘신·미시간 승부에 투입할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유대인인 셔피로가 올해 대학생들의 반(反)이스라엘 시위에 대한 진압을 옹호하고, 대학생 때 팔레스타인을 비난하는 성격의 글을 게재했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아랍계의 반발 기류가 형성됐다. 해리스의 남편 역시 유대인이다. 또 전미자동차노조(UAW)가 공개적으로 중도성향의 셔피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낸 것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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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 ‘맞불작전’…3일간 따라다니며 유세
해리스가 러닝메이트 지명으로 고심하자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밴스 상원의원은 이날 “6일 정오에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세를 연다”며 깜짝 일정을 공개했다. 유세 장소는 해리스가 대규모 유세를 예고한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이고, 시간은 해리스보다 5시간여 앞선다.
밴스는 펜실베이니아에 이어 7일엔 미시간·위스콘신, 8일엔 노스캐롤라이나 유세를 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해리스가 대규모 집회를 사전에 예고했던 날짜와 지역들이다.
해리스의 동선을 그대로 따라 움직이는 밴스의 일정은 트럼프 없이 밴스가 단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해리스가 6일 펜실베이니아 유세 때부터 부통령 후보와 대동해 경합주를 순회하기로 한 데 맞춘 일종의 ‘김빼기 전략’이자, 상대방의 새 부통령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이 있는 여론의 관심을 부통령 후보인 자신이 직접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김정은, 해리스 싫어할 것”
트럼프도 해리스를 겨냥한 인터뷰 등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유명 게임 스트리머 아딘 로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두차례 정상회담 때의 일화를 소개하며 “김정은과 나는 바이든이 아주 멍청한 사람이라는 데 동의했다”며 “김정은은 카멀라 해리스를 잘 모르고 싫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을 외부의 적으로 간주할 수 있지만, (나 같은) 똑똑한 대통령이 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김정은보다)오히려 더 큰 문제는 미국을 무너뜨리려는 민주당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는 김정은에 대해 “(김정은은)러시아, 중국, 한국 사이에 정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훌륭한 부동산을 갖고 있고 양쪽 바다 해안가에 아름다운 콘도가 올라가는 모습을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며 정상회담 때의 대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를 인터뷰 한 아딘 로스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728만, 유튜브 구독자 444만명, 방송 플랫폼 킥(KICK) 팔로워 130만명이 넘는 인플루언서이다. 킥으로 90분간 진행된 라이브 방송 최대 시청자는 58만명을 기록했다. 트럼프가 인터넷 채널을 활용한 것은 젊은층의 표심을 노린 전략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번영과 붕괴 사이의 선택”
아울러 트럼프는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미국 증시의 하락과 관련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주식시장이 붕괴하고, 고용 숫자는 끔찍하며, 우리는 3차 세계대전을 향해 가고 있는데 역사상 가장 무능한 지도자 두 명을 갖고 있다”며 책임을 바이든과 해리스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시장은 샌프란시스코와 캘리포니아를 통째로 파괴한 ‘극좌 미치광이’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선거는 트럼프의 번영이냐 카멀라의 붕괴(crash)와 2024년 대공황 이냐의 선택”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유권자들은 경제와 물가를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지목해왔음에도 양측이 경제 상황을 다르게 묘사해왔다”며 “트럼프의 이날 주장은 실제 경제 상황이 11월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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