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속에 살더니, 아내가 건강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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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신문 박병오]
▲ 집의 전경. |
ⓒ 무주신문 |
무주가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읍내에서 당산마을은 유독 대대로 터 잡고 사는 토박이들이 많다. 당산마을은 마을의 액운을 막아주는 '수구막이'로서, 수령이 꽤 돼 보이는 동구나무 10여 그루가 여전히 마을 입구에 서 있을 정도로 옛 마을의 형태가 적잖이 남아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읍내에 정통 한옥이라니, 놀랍기도 하려니와 반갑기도 하다.
그 한옥은 읍내 한복판에서 태어난 김대웅(73, 아래 삼촌) 씨가 15년 전에 당산마을에 들어오면서 지은 집이다. 그전에는 반딧불 아파트에서 한 10년을 살았다. 삼촌이 아파트를 뒤로하고 한옥을 지은 것은 꿈을 좇아서다. 오랫동안,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안전과 편리 대신 '건강하고 평안한 집'을 꿈꿨단다. 다소 역설적이나, 그 꿈은 아내의 건강이 무너지면서 실현됐다.
선친께 물려받은 당산리의 두 다랑이 논 500평을 평탄작업한 뒤, 줄기초를 넣고 34평의 한옥을 올렸다. 벽재(壁材)는 강원도에서 공수한 친환경 황토벽돌이다. 목재는 캐나다산 더글라스로, 국내산 육송보다 저렴하고, 옹이나 송진이 덜해 다루기가 쉽다. 큰 목재(대경목)도 많고 함수율이 낮으니 비틀림도 적다. 다만 갈라짐은 육송보다 심하다.
▲ 거실2. |
ⓒ 무주신문 |
▲ 주방과 거실1. |
ⓒ 무주신문 |
기둥과 보가 수입목이다 보니, 원이 아닌 각기둥이다. 주방과 거실 통합형 구조로, 12m가 넘는 큰 거실은 중간에 장지문을 달았다. 장지문은 공간을 분리한 듯하지만, 한지 창호 미닫이문이라 필요할 때는 문을 떼 내고 쓴다.
▲ 작은 창 네 개로 둘러싸인 안방. |
ⓒ 무주신문 |
▲ 수납장 구실을 하는 벽장. |
ⓒ 무주신문 |
안방은 외벽에 창문을 둘씩 짝지어 두 개를 냈는데, 안쪽 새시창에다 바깥 한지 창호를 댔다. 긴 창 하나보다 단열과 환기 면에서 탁월해 보인다. 안방 천정은 두꺼운 보에 루버를 댔고, 벽은 방한용 앰보싱 벽지를 댔다. 이곳 역시 한 면 전체에 드레스룸 겸 벽장을 넣었다. 앤티크 장롱은 집과 구색이 맞고, 예닐곱 개의 목공 소품들은 거실 곳곳에 자리 잡고 한옥의 평안함에 일조한다.
▲ 부연과 서까래. |
ⓒ 무주신문 |
▲ 누마루와 김대웅씨. |
ⓒ 무주신문 |
달아낸 현관의 출입문은 한옥답게 목재로 짜 달았다. 동쪽엔 쪽마루, 남쪽엔 누마루를 냈는데, 처마를 매우 길게 빼 비 들이칠 걱정은 없겠다. 바깥 처마의 원형 서까래와 사각 부연은 단체 미팅하듯 가지런히 마주한 게 참 보기 좋다. 만족한다면서도, 삼촌은 다락방이 없는 것은 아쉬워한다.
삼촌은 아내가 흙 속에서 살더니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며, 좋아한다. 역시 인체 성분과 비슷한 나무와 흙이 최고다. '부실 없이 제대로만 지어달라'고 했다는데, 15년이 지난 지금도 별문제 없다.
정원은 과하지도 않고 넘치지 않게, 참 아기자기하게 꾸며놨다. 소나무를 포함한 정원수와 화초, 그리고 많은 다육이들이 주인의 부지런함을 인증한다. 삼촌네 부부의 인상이 좋다. 행복하고 잘 산 티가 만면에 가득하다. 앞으로의 여생도 쭉 그렇게 보낼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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