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메달 따왔어요"...허미미, 독립투사 현조부 묘소 찾았다

김정석, 김은지 2024. 8. 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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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메달 따 왔어요. 다음에는 금메달 갖고 올게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개인전 은메달, 단체전 동메달을 딴 유도 대표팀 허미미(21·경북체육회) 선수가 6일 오전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에 있는 한 묘소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

6일 오전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허석 의사 묘소에서 파리 올림픽 유도 대표팀 허미미 선수가 올림픽 메달을 현조부인 허석 의사 기적비 앞에 바치고 있다. 김정석 기자

높게 솟은 묘비에는 ‘효의공 허석 의사 순국 기적비(孝義公許碩義士殉國紀蹟碑)’라고 적혀 있었다. 이곳은 허 선수의 현조부(5대조)인 허석(1857~1920) 의사 묘소였다. 허석 의사는 일제감정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렀던 독립투사다. 1984년 대통령 표창,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현조부 묘비 앞에 바친 올림픽 메달


허 선수는 올림픽 일정을 끝내고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동료들과 귀국한 뒤 첫 일정으로 현조부를 찾았다. 허 선수는 파리 올림픽에서 따낸 은메달과 동메달을 현조부 기적비 앞에 바치면서 승전보를 알렸다.
6일 오전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허석 의사 묘소에서 파리 올림픽 유도 대표팀 허미미 선수가 올림픽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정석 기자
허 선수는 “할아버지께 메달을 가장 먼저 보여드리고 싶었다. 할아버지가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운동 열심히 해서 다음에는 꼭 올림픽 금메달을 따서 오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단체복을 입고 묘소에 도착한 허 선수는 인기를 한몸에 받는 분위기였다. 사람들 환호에 화답한 허 선수는 셀카 촬영을 요청하는 사람과 일일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시종일관 활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허 선수는 “행복해서 자꾸 웃음이 나온다”고 했다.

6일 오전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허석 의사 묘소에서 파리 올림픽 유도 대표팀 허미미 선수(오른쪽 두 번째)가 김점두 경북체육회 회장, 김진열 군위군수 등과 함께 현조부인 허석 의사에 대한 참배를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참배는 허 선수가 기적비 앞에 메달을 바치는 순서에 이어 참석 내빈의 헌화와 묵념, 허석 의사와 허미미 선수의 약력 소개, 기념촬영 등으로 진행됐다. 박창배 경북도 체육진흥과장, 김점두 경북체육회 회장, 김진열 군위군수, 최규종 군위군의회 의장, 장상열 경북도 호국보훈재단 사무총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더 열심히 해 금메달 갖고 올 것”


김점두 경북도체육회장은 “허미미 선수가 프랑스에서 보여준 활약은 허석 선생의 긍지를 현대에도 보여주는 것 같았다”며 “경북 체육인으로서 유도를 통해 대한민국 위상과 명예를 드높일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6일 오전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허석 의사 묘소에서 파리 올림픽 유도 대표팀 허미미 선수가 올림픽 메달을 현조부인 허석 의사 기적비 앞에 바친 모습. 김정석 기자
허 선수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유도를 배웠다. 중학교 때 전국구 선수로 성장해 일본 유도 최대 유망주로 꼽히기도 했다.

2021년 “태극마크를 달고 선수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그는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행을 택했다. 허 선수는 경북체육회에 선수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할아버지인 허무부씨가 허석 의사 증손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허미미는 2022년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단 뒤 국제대회마다 굵직한 성과를 냈다. 2024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여자 57㎏급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그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기대한 대로 결승에 진출했지만, 결승전에서 세계 1위 크리스티 데구치(캐나다)에게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졌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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