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자도로 통행료 '반값'했더니…승용차 운전자는 되레 불안, 왜
주요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를 한국도로공사(도공)가 운영하는 재정고속도로 수준으로 낮춘 뒤 차량 통행량이 최대 30%까지 늘어났으며, 특히 대구부산고속도로는 화물차 운행이 60%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영향으로 차량 운행속도가 평균 6% 가까이 떨어진 사실도 확인됐다.
6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권영세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주요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전후 비교'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대구부산고속도로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서울춘천고속도로 등 5개 도로 모두 통행료 인하 뒤 일일 평균 통행량이 증가했다. 요금 인하 직전과 올해 상반기 통계 수치를 비교한 결과다.
지난 2020년 말에 통행료를 최대 56%까지 낮춘 대구부산고속도로가 증가율 30.6%로 최고였으며, 지난해 10월에 역시 통행료를 절반 넘게 낮춘 인천공항고속도로가 14.2%로 뒤를 이었다. 또 2019년 말에 반값 통행료를 실현한 천안논산고속도로가 8.4%, 2018년 3월에 최대 33% 인하한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가 7.7%, 2020년 말 28%가량을 낮춘 서울춘천고속도로가 2.9%를 각각 기록했다.
이들 5개 도로 중 인천공항고속도로를 제외한 4개 도로는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민자도로의 공공성 강화 정책에 따라 운영기간 연장 또는 도공 인수 등의 방식으로 통행료를 대폭 낮췄다. 인천공항고속도로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 정부의 약속이라도 국가의 약속이므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도로공사, 민간기업이 수도권 국민을 위한 접점을 조속히 강구하라"고 주문한 직후 통행료 인하 방안이 나왔다.
이처럼 통행량이 늘면서 대부분 평균 운행속도가 종전보다 느려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춘천고속도로가 요금 인하 전에 평균 시속 95㎞이던 것이 올해는 시속 89㎞로 떨어져 감소율이 6.3%로 가장 높았다. 대구부산고속도로는 시속 98㎞에서 시속 92㎞로 속도가 6.1% 낮아졌고, 천안논산고속도로도 시속 100㎞에서 시속 94㎞로 6.0% 떨어졌다.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는 시속 93㎞에서 시속 89㎞로 감소율이 4.3%였으며 인천공항고속도로(시속 93㎞)만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이 수치는 평균 속도를 비교한 것이어서 실제로 차량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운행 속도 감소율이 더 클 거란 해석도 나온다.
특히 대구부산고속도로와 천안논산고속도로는 통행료가 크게 인하되면서 대형화물차의 운행도 급증했다. 대구부산고속도로는 대형화물차 운행 증가율이 전체 차량 증가율의 2배가 넘는 62.8%나 됐으며, 천안논산고속도로도 20.3% 늘었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 전문가는 “화물차는 운행 시간 못지않게 통행료 등 비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화물차 증가에는 통행료 인하의 영향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통행료가 대폭 낮아지면서 기존에 민자도로 운행을 꺼렸던 중대형 화물차가 대거 새로 진입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형화물차 운행이 늘어나면서 이들 민자도로 이용에 불편과 위협감을 느끼는 승용차 운전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도공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화물차에 의한 교통사고 치사율(11.5%)은 일반차량(8.4%)보다 37%가량 높았으며, 지난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의 54%가 대형차량에 의해 발생했다. 치사율은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의미한다.
권영세 의원은 “고속도로 이용객의 부담을 덜기 위한 취지로 통행료를 낮추는 것이더라도 안전운행을 위협하거나 속도 저하 같은 부작용이 없도록 보다 세밀한 고려와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문수 국토부 도로투자지원과장은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여러모로 안전 강화 방안 등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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