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금호석화 '자사주 소송' 내달 2심 본격화
"소송 자격 없다" 법리 극복해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 그룹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가 그룹과 OCI그룹의 자사주 상호 교환을 문제 삼으며 제기한 민사소송의 2심 첫 재판이 내달 열린다. 박 전 상무는 자사주 교환의 목적을 회장의 경영권 방어로 규정하고 이를 무효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2-1부는 내달 11일 오전 박 전 상무 등 4명이 금호석화를 상대로 낸 자기주식 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의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앞서 금호석화 그룹의 금호피앤비화학과 OCI그룹의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MSB는 2021년 친환경 바이오 에피클로로히드린(ECH) 합작법인인 OCI금호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31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상호 교환했다.
이에 따라 금호석화 보통주 17만1847주와 OCI 보통주 29만8900주가 교환됐고, 금호석화는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며 교환 주식 수와 동일한 17만1847주를 추가로 소각했다.
하지만 이듬해 박 전 상무는 맞교환한 주식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본격적인 소송은 결론이 나오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우선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었는데,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박 전 상무는 금호석화 지분 9.10%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였고, 2021년 삼촌인 박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가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패하면서 상무 직책에서 해임된 상태였다.
재판 과정에서 박 전 상무 측은 "'경영권 방어 목적의 제3자 배정 방식 신주발행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무효'라는 법리가 주식회사의 자기주식 처분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OCI 그룹 측에 자기주식을 처분했다. 이는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주식회사가 자기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면 상법 제369조 2항에 따라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 자기주식의 의결권이 부활하게 된다.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주식의 총수가 증가하므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금호석화는 "박 전 상무가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맞섰다. 금호석화 측은 "박 전 상무 등은 주주로서 자기주식 처분행위에 대해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것일 뿐"이라며 "설령 이번 소송으로 무효 판결이 나와도 그 효력은 제3자인 OCI 그룹 측엔 미치지 않는다. 자기주식 처분행위의 효력에 영향이 없기 때문에, 이 소송은 '확인의 이익'이 없거나 '원고적격이 없는 사람에 의해 제기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고 항변했다.
지난해 11월 1심은 금호석화의 손을 들어주고, 박 천 상무 측의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본안 판단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주주는 일정한 요건에 따라 이사를 상대로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뿐, 직접 제3자와의 거래관계에 개입해 회사가 체결한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밝힌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자기주식이 제3자에게 처분돼 기존 주주들의 회사에 대한 비례적 이익(의결권 등)이 줄어들고, 주식의 가치가 희석되는 것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해 기존 주주들의 회사에 대한 비례적 이익이 증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사실상·경제상 또는 일반적·추상적인 이해관계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박 전 상무 등이 제3자인 OCI 측과의 거래관계에 직접 개입해 금호석화를 당사자로 하는 법률행위인 이 사건 자기주식 처분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상무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한편 박 전 상무는 지난 3월 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펀드와 연합해 자기주식 소각 정관변경 안건을 제안했지만, 표 대결에서 밀려났다. 정관 변경에 대해 금호석화 측 안의 찬성률은 74.6%를 기록했지만, 박 전 상무 측의 주주제안은 찬성률이 25.6%에 그쳤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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