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한동훈·이재명, 지옥같은 정치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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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한참 전, 제3지대가 주목받을 때 일이다.
제3지대 깃발 아래 헤쳐모이자며 사람들을 모으던 한 정치인은 "'지옥에 있는 것 같은 시간'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제 탄핵은 정치권에서 흔하디흔한 단어가 됐다.
이쯤 되니 여야 사이에 이제 과연 전략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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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한참 전, 제3지대가 주목받을 때 일이다. 제3지대 깃발 아래 헤쳐모이자며 사람들을 모으던 한 정치인은 "‘지옥에 있는 것 같은 시간’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당은 탄핵만을 외쳐대고, 대통령은 야당과의 정치를 포기한 채 마이웨이를 외치는 극한 대결의 시간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옥'이라는 단어의 강렬함 탓인지, 전망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 탓인지, 당시의 대화가 가끔 생각이 났다. 파국은 막겠다던 제3지대의 도전은 정권 심판의 기치 아래 무참히 끝났다. 그리고 예언은 현실이 돼가고 있다.
국회가 열린 지 몇 달이 지났지만 그사이 여야 간 합의로 처리한 법안은 단 1건도 없다. 국회를 통과한 모든 법안은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됐다. 처리된 모든 법안은 대통령에 의해 거부되거나, 거부되길 기다리고 있다. 정치의 문법도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탄핵과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재의요구권(거부권) 등은 일종의 ‘핵무기 버튼’ 취급을 받았다. 사용 이전에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의 균형이 달성되는 무게추 같았다.
적어도 몇 년 전만 해도 탄핵을 암시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거나 탄핵 관련 행사장에 참석한 사진이 찍히면 뉴스가 됐다. 이제 탄핵은 정치권에서 흔하디흔한 단어가 됐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취임 하루 만에 탄핵당하기도 했다. 속기록만 1382쪽, 헌정사상 두 번째로 긴 5박 6일의 필리버스터가 진행돼도 여론의 관심은 시들했다. 오로지 회의장을 지키며 불면의 밤을 지킨 이들의 눈꺼풀만 무거워졌을 따름이다. 거부권도 반복되다 보니 이제 기록을 찾지 않고서는 횟수를 헤아릴 수도 없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적 핵무기 버튼이 눌러져도 이제는 누구도 놀라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한 방 먹이겠다’며, 닥치는 대로 주먹질과 발길질만 하는 막싸움처럼 정치한 결과다.
이쯤 되니 여야 사이에 이제 과연 전략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오로지 이기는 데에만 열중하는 야당은 힘자랑만 벌이며 설득은 외면하고 있다. 그 결과 표결에서는 항상 승리하지만, 어떤 입법 성과도 없고 세상은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더 화가 났다'는 것 정도뿐이다. 총선 기간에 내세웠던 ‘유능함’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여당은 존재 목적이 마치 야당의 독주 저지인 양 야당 추진 법안에 대한 최소한의 절충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무제한 토론으로 막는 시늉을 한 뒤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식으로만 맞섰다. 남은 것은 무력감뿐이다.
타개책은 없을까.
일단 오는 18일 전국당원대회 이후 민주당 지도부가 새롭게 결정되면 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 여야의 새로운 지도부가 상견례를 통해서 정국 해법을 모색할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 등의 압도적 지지 속에 당선된 가운데 민주당 역시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80%대 이상의 지지를 얻어 당선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여론조사마다 여와 야의 차기 대권주자 1위에 올라 미래를 상징하는 두 사람이 여당과 야당을 이끌게 되면 지난 두 달간의 무의미한 공방전을 끝내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키워드는 민생이다. 증시는 금융위기급으로 무너졌고, 기록적인 폭우에 이은 폭염 속에서 온 나라가 비상이다. 온통 지옥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데, 이제라도 또 다른 지옥의 문은 닫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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