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명 무차별 조회... 검찰, 이러려고 법원통제 입법화 반대?

참여연대 2024. 8. 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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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3천여 명 통신이용자정보 무단 조회... 과잉수사이자 헌법위반

[참여연대]

▲ 검찰의 무차별적 통신 이용자 조회, 사태 장본인은 윤석열 대통령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주최로 5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검찰의 무차별적 통신 이용자 조회 규탄 언론현업단체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언론과 시민에 대한 무차별 사찰은 독재회귀의 명백한 물증"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관련자 전원 파면과 명예훼손 수사를 중단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의혹 사건을 취재보도한 뉴스타파 기자 등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제1부(당시 부장검사 강백신, 부장, 현 부장검사 이준동)가 언론인, 정치인 등 수천여 명의 통신이용자 정보를 무분별하게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적법한 절차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대통령의 명예훼손 수사가 3천여 명에 달하는 언론인, 정치인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할 사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에 대한 충성경쟁에서 시작된 검찰의 저인망식 수사방식이다.

또한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으나 바로 검경의 반대로 법원 통제화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허점이 함께 만들어낸 위헌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이번 사안과 같이 수천여 명의 통신이용자정보를 아무런 통제 없이 합법이라는 미명 하에 제멋대로 조회하기 위해 그동안 법원 통제 입법화를 반대해 온 것인가. 검찰의 행태는 권한남용으로 위헌이다.

3천여 명의 정보가 수사를 위해 필요했다고?

이번에 검찰이 조회했다고 알려진 통신이용자정보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이다. 3천여 명에 이르는 대상자들에는 윤 대통령 명예훼손과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도 검찰 수사선에 오른 언론인이나 정치인들과 통화했다는 이유로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검찰은 법원 영장을 통해 확보한 적법한 수사라고 주장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수사대상자의 통신내역(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해서만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반면, 확보한 통신내역에 있는 수천 명의 통화대상자 전화번호의 인적사항은 법원 허가 없이 수사명목으로 통신사로부터 제공받은 것이다. 3천여 명의 통신이용자정보가 모두 수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었다고 보기는 도저히 어렵고, 검찰도 그 모든 사람들의 정보를 확인할 수사상 필요성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정보들은 단지 전기통신 가입자의 인적사항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통신의 비밀과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와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통신 '내용'은 아니지만 다른 개인정보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인의 경우, 취재원의 신원이 노출되었을 가능성도 있으며 이는 언론의 자유 침해이다.

검찰의 주장대로 단순히 신원확인 차원의 조회를 넘어서서 언론사찰, 불법사찰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검찰이 언제든 수사상 명목으로 정치인, 언론인들은 물론이고 이들과 통화한 일반 시민들의 정보를 조회하고 수집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어느 누가 마음 놓고 통화할 수 있겠는가. 이런 사회를 우리는 '독재국가'라고 부른다.

또한 검찰은 법에서 규정한 통지 기간 30일을 7개월이나 넘기고 나서야 조회대상자들에게 통지하였다. 전기통신사업법 83조의2 2항에 따르면 2차례 통지를 유예할 수 있지만 그 사유는 증거인멸, 도주, 증인 위협 등 공정한 사법절차의 진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피의자, 피해자 또는 그 밖의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질문·조사 등의 행정절차의 진행을 방해하거나 과도하게 지연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검찰의 늑장 통지가 과연 이 경우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나. 이 또한 규정을 악용한 것이자 위법한 것으로 검찰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가 합헌적이고 온전한 법 개정에 나서야

'대통령 명예훼손죄'라는, 그것도 대통령 본인이 직접 고소한 사건도 아닌 사안에 대해 검찰이 국민 3천여 명에 이르는 무차별적인 통신가입자 정보 조회는 과잉수사이자 위헌적 수사행태이다.

2023년 1월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영장 없는 통신가입자정보(당시 통신자료) 수집이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과 사생활 비밀 및 통신의 비밀, 적법절차의 원칙 위반이라고 확인하면서, 법원의 통제 절차 마련 및 통지의무를 권고하는 한편 검·경에도 법개정과 무관하게 "수사에 반드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고, 적절한 매뉴얼과 지침을 재·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오랜 노력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냈지만, 통신자료 수집 제도 개선 입법과정에서 검찰은 오히려 그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주장해 온 '수사의 밀행성, 신속성' 을 이유로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개정안을 무산시키는 데 앞장서왔다. 검·경은 이 같은 위헌적 행태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한 적이 없다.

이번 검찰의 3천여 명 통신가입자정보 무단 수집 사태에 대해 국회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21대 국회와 22대 국회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무겁다. 2023년 사후 통지제도 의무화 조항 신설 입법은 통신이용자정보 무단수집으로 인한 위헌성의 아주 일부만을 제거했을 뿐이다.

이번 사태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듯 수사기관은 지나치게 포괄적인 근거로 무차별적으로 수많은 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현행법 하에서 합법이라는 명목으로 법원의 허가 등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관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고 무차별적인 정보 조회와 수집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다시 한번 국회가 합헌적이고 온전한 법 개정에 조속히 나서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참여연대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공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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