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경수 '광복절 복권' 요청 안했다"…친명의 견제?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한 달 뒤 다시 영국 출국길에 오르며 한 말이다. 당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 전 지사는 “지난 총선에서 야권이 큰 승리를 거둔 뒤 국회 정국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친문 핵심인 그의 ‘뼈 있는’ 답변은 윤석열 대통령뿐 아니라 친문계를 밀어내고 친명계가 주류를 차지한 야당까지 겨냥했다는 해석을 낳으며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지금, 김 전 지사가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명단에 오를지가 관심받고 있다. 드루킹과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 전 지사는 2022년 12월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함께 특별사면을 받고 형기 5개월을 남겨둔 채 석방됐다. 그 뒤 영국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에 객원교수 자격으로 유학을 갔는데, 복권 없는 사면이라 김 전 지사의 피선거권은 차기 대선 이후인 2027년 12월 말까지 박탈된 상태다. 만약 복권된다면 김 전 지사는 내년 하반기에 열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충족하게 된다. 지난 총선에서 대거 낙천한 친문계의 구심점이 생기는 셈이다.
대통령실은 광복절 특사의 방점은 민생이며, 정치인 사면은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지사의 복권 여부도 함구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아직 윤석열 대통령에게 최종 명단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사정에 정통한 여권 인사들에 따르면 김 전 지사의 복권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통상 사면을 앞두고 정부는 정치권을 포함해 각계각층의 청원을 받는다”며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한 야당의 구체적 요청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2월 설 특사 당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사면하면서 국민 통합을 고려해 야권 인사인 박기춘·심기준 전 의원 등도 함께 사면했다. 모두 야당 측이 요구한 인사였다.
당시 용산에선 김 전 지사 복권 요청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고 실무 검토까지 마쳤다. 그러나 정작 김 전 지사의 이름은 명단에 없었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당시 야당 중진 의원이 소통 통로였는데 김 전 지사에는 별 관심이 없어 대통령실 참모들도 의아해했던 것으로 안다”며 “용산이 먼저 나서면 갈라치기 등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어 결국 복권은 안 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야당의 미지근한 반응을 두고 김 전 지사에 대한 친명계의 솔직한 속내가 드러난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르면 10월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재판 결과가 나온다.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친문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김 전 지사의 정치권 복귀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전 지사가 복권될 시 친문계의 좌장은 아닐지라도 상징적인 구심점 역할을 맡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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