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윤 대통령, 또 '이념전' 뛰어들었다
[이충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4.7.23 |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반화점을 앞두고 다시 '이념전'에 뛰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개각 국면에서 잇단 극우적 성향의 인사들을 장관 등 요직에 기용하면서 이념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상속세 완화 등 대기업과 고액자산가들을 향한 '부자 감세'와 한미일 3각 동맹 체제 강화도 윤 대통령의 이념 편향을 보여줍니다. 전문가들은 지지율 하락 국면과 탄핵 정국 속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일종의 '오기 정치'의 발현으로 분석합니다.
총선 참패 이후 발탁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윤 대통령의 이념적 기조가 뚜렷합니다. 노골적인 반노동 행보에 유튜브 등에서 극우적 색채를 강화해온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에 임명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가 노조 혐오를 부추기고 극우성향을 드러내온 사례는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극우적 인식과 노조 탄압 등으로 논란이 된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을 강행하고, 심지어 공영방송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코바코 사장에 극우 유튜버 민영삼씨를 임명한 데서도 이념에 치우친 윤 대통령의 인식이 확인됩니다.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도 속속 요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 취임한 김낙년 동국대 명예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한 서술로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켰던 책 <반일 종족주의>의 공저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독립기념관 이사로 박이택 낙성대경제연구소장을 임명했는데, 이 연구소는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대거 포진한 연구단체입니다. 한국학 연구기관과 독립기념관을 이끌 주요 자리에 식민사관을 가진 인사들을 앉힌 셈입니다.
정치권에선 이념 편향적 인사들을 잇따라 중용한 건 윤 대통령이 본격적인 이념전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윤 대통령과 이념적 성향이 맞는 인물들을 노골적으로 전면 배치해 국정 장악력을 회복해보려는 의도라는 해석입니다. 대통령실이 인사 배경에 대해 "정권 후반기에 갈수록 추진력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한 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추진력'이란 말로 포장했지만 이념을 앞에 내걸고 강경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심산입니다.
경제·안보 분야에서도 이념 편향 고수
윤 대통령이 세수 부족에도 초고소득·자산가를 위한 감세정책을 밀어붙이는 것도 이념전의 성격이 짙습니다. 경제전문가들은 특히 상속세 완화로 나타나는 '세습 자본주의' 강화 움직임은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 등 계급적 논란을 키울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는 재정 건전성 악화로 결국 서민과 중산층의 복지 약화로 귀결된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부쩍 강화하는 기류도 이념에 매몰된 '윤석열 가치외교'의 단면입니다. 한미일 안보수장은 지난주 3국 안보협력을 제도화하는 문서에 서명했는데, 미국 등 향후 정권 변화에도 3국 동맹 체제에 대못을 박겠다는 의도입니다. '북·중·러' 대 '한·미·일'이라는 신냉전 프레임을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외교를 과도하게 이념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우리 정부의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합의 등 과거사 굴종도 윤 대통령이 고집하는 이념외교의 파생물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과도한 이념전으로 논란을 빚자 '민생'으로 방향을 바꾸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총선 참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이념전으로 회귀하는 양상입니다. 경제나 민생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자 다시 이념전을 꺼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언론자유 제한과 극우 인사 발탁, 사회적 약자 억압에 골몰하는 모습은 지난해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윤 대통령의 이념전이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거세질 거라는 전망이 그래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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