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충격 발언 '일파만파'…쌓이고 쌓인 게 폭발→'올스톱' 전격 귀국 [2024 파리]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22·삼성생명)이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딴 직후 배드민턴 대표팀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내 시선을 끌고 있다.
안세영은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9위 허빙자오(중국)를 2-0(21-13 21-16)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8강, 준결승과 달리 완벽한 승리였다. 토너먼트에서 첫 게임을 항상 내줘 불안하게 출발한 뒤 역전승을 일궈냈던 안세영은 결승에서 만큼은 달라 첫 게임부터 허빙자오를 계속 밀어붙인 끝에 이겼다. 1~2게임 모두 중반에 훌쩍 달아나 승리를 확정지었다.
한국 배드민턴은 안세영의 우승으로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조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한국은 이후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남자복식, 2016 리우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선 여자복식에서 연달아 동메달 하나씩 따낸 것이 전부였다. 과거 중국, 인도네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배드민턴 3강 지위가 급격히 흔들렸다. 이번 대회에서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살렸다. 혼합복식에서 김원호-정나은 조가 은메달을 차지한 것에 이어 안세영이 금메달로 마지막 점을 찍었다.
다만 기쁜 날에 안세영은 그간의 아쉬움이 쌓인 듯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시상식을 마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금메달 획득 감격을 얘기하던 안세영은 돌연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당한 부상을 언급하며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조금 많이 실망했었다"며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조금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폭탄 발언을 내놨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잘 해봐야겠지만 많은 실망을 했다. 나중에 자세하게 또 설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라고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10월 천위페이(중국)와의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친 뒤 올림픽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믹스트존 인터뷰는 제한된 시간에 발언해야 하는 탓에 안세영은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대표팀을 향한 비판을 지속했다. 안세영은 "제가 부상을 겪는 상황에서 대표팀에 대해 너무 크게 실망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며 재검진에서 부상 정도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던 상황을 떠올렸다.
안세영은 "처음에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계속 참으면서 경기했는데 작년 말 다시 검진해보니 많이 안 좋더라"면서 "꿋꿋이 참고 트레이너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직후인 작년 10월 첫 검진에서 짧게는 2주 재활 진단이 나오며 큰 부상을 피한 것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재검진 결과 한동안 통증을 안고 뛰어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실제 안세영은 올림픽 1~2개월 전까진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천적 천위페이를 꺾어 파리 올림픽까지 승승장구할 줄 알았으나 이후 국제대회에서 고전, 올림픽 앞두고 안세영 성적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견해가 나온 이유다.
대한배드민텬협회와 각을 세우면서 안세영이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안세영은 앞으로도 올림픽에 계속 나가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신념을 굽히진 않을 것임을 알렸다.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이었다.
안세영은 은퇴 여부에 대해 "저는 배드민턴 발전과 제 기록을 위해 계속해나가고 싶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 모르겠다. 저는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대표팀이 아니면 다음 올림픽은 어떻게 되나'라고 묻자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안세영은 이어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른데 선수 자격을 박탈하면 안 된다. 협회는 모든 것을 다 막고,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고 쏘아붙였다.
안세영은 이번 파리 올림픽 앞두고 배드민턴 대표팀이 부진한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당초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최대 3개를 내다봤다. 그러나 남자복식과 여자복식이 모두 8강에서 무너진 탓에 목표 달성은커녕 금메달 하나 따는 것에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안세영이 아니었으면 큰 망신을 당할 뻔 했다. 안세영도 이를 말하려는 듯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메달이 1개밖에 안 나왔다는 것은 돌아봐야 할 시점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안세영이 파리 올림픽에 나서지 않고 은퇴하려 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안세영과 대표팀 사이 갈등은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전후로 본격적으로 불거졌으며 당시 슬개건염 증세가 있었던 안세영은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무릎을 크게 다쳤다. 이로 인해 이후 올림픽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안세영 측 관계자는 "대표팀 트레이너가 테이핑해준 뒤 무릎이 급격히 악화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무릎 밑을 너무 강하게 압박해 슬개건이 튀어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세영 측 관계자는 부상 투혼으로 우승한 뒤 귀국하고 나서도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병원에서는 세영이에게 별다른 정보를 주지 않고 주사를 놓았고, 이후 아무런 처치도 받지 못한 채 집에 방치됐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대표팀에 대한 신뢰를 잃은 안세영은 올해 1월께 대한배드민턴협회에 자신의 요구사항을 담은 의견서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배드민턴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세영은 지난 5월 세계여자단체선수권대회(우버컵)가 끝나고서는 은퇴까지 결심했다. 한국 여자대표팀이 당시 안세영이 결장한 가운데 준결승에서 인도네시아에 패하고 최종 3위로 대회를 마친 때였다.
안세영은 준결승 출전 의사를 밝혔지만,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는 것이 안세영 측 관계자 설명이다. 그러면서 안세영은 크게 상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세영은 금메달을 딴 뒤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쓴소리와 관련, 은퇴 여부에 대해 "배드민턴 발전과 내 기록을 위해 계속해나가고 싶지만, 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 모르겠다. 저는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대표팀이 아니면 다음 올림픽은 어떻게 되나'라고 묻자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대표팀에서 벗어나 개인 훈련 및 경기 출전을 이어가며 실력을 유지해 올림픽 등 메이저대회에 출전하겠다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안세영은 금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을 끝으로 프랑스 현지에서 추가 기자회견 없이 귀국길에 오른다. 금메달 확정 후 대한배드민턴협회를 겨냥한 비판 발언을 쏟아냈던 가운데 한국에서 추가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는 5일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종목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을 오는 6일 오전 코리아 하우스에서 진행할 예정이다"라며 "안세영 선수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기자회견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코리아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파리 시내 메종 드 라 시미를 대관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남녀 양궁 대표팀, 펜싱 사브르 대표팀, 유도 대표팀, 사격 대표팀이 파리 올림픽 입상 소감과 국민들의 응원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부상 등 특별한 사유만 없다면 메달리스트들은 대회 일정을 마친 이튿날 코리아 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게 관례였다. 안세영은 불참을 확정지었다. 6일 바로 귀국길에 올라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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